김유정 2부 : 손 안의 온기 (2)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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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핫팩으로 발을 녹이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핫팩으로 발을 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진행자 : 안녕하세요. ‘돈주의 황금알’ 이현주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엔 따끈따끈한 아랫목에서 나가고 싶지 않죠? 없는 사람들에겐 더 힘들다는 겨울이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 돈주의 황금알은요. 이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물건에 대한 얘기입니다. 따끈따끈한 아랫목과 뜨거운 난로도 부럽지 않은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 장사로 여러분께 뜨거운 열기를 전해 주실 주인공을 빨리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유정 : 안녕하세요.

진행자 : 아주 여리여리한 앳된 아가씨네요. 먼저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김유정 : 저는 김유정이라고 합니다. 올해 스물 두 살이고요. 고향은 함경북도 무산입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지금은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있고 입시 학원도 다니고 있습니다.

진행자 : 반갑습니다. 왠지 벌써부터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데요. 오늘 유정 씨가 청취자 분들께 소개하고 싶으신 장사, 그 물건이 무엇인가요?

김유정 : 겨울이 되면 남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것은 핫팩입니다.

진행자 : 아 핫팩이요. 주머니 난로? 열주머니? 어떤 말이 청취자 분들에게 빠르게 이해될까요?

김유정 : 네, 열주머니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진행자 : 열주머니, 네,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핫팩, 제가 이 물건을 시장에서 본지 한 10년 정도 된 것 같네요. 북쪽 장마당에 지금 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 한 번도 못 보신 분들도 계실 테니 핫팩이 어떤 물건인지 소개해 주세요.

김유정 : 제가 열주머니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러니까 일종의 손난로입니다. 얇은 천 주머니에 열을 내는 물질이 들어있어요. 이 천 주머니를 흔들거나 문지르는 등 마찰을 주면 30분 정도 이후에 이 주머니가 뜨거워집니다. 크기가 딱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서 남한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진행자 : 유정 씨 고향이 무산이라고 했죠? 무산도 엄청 춥잖아요. 핫팩, 이 열주머니 장사를 생각하게 된 건 고향에 살았던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유정 : 맞습니다. 당연히 고향에 살 때 추웠던 그 경험 때문에 핫팩 장사를 떠올리게 됐어요. 사실 제가 무산에 살 때 그 추위에 비하면 남한의 겨울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제가 열네 살 때 남한에 왔는데요. 중학교 다니면서 교복을 입잖아요? 한 겨울에도 교복 치마에 스타킹 하나만 신어도 춥지 않더라고요. 윗도리도 몇 개 안 입어도 되고요. 그런데 해가 갈수록 저도 남한에 적응이 되는건지 점점 춥게 느껴지네요. (웃음) 그래서 눈에 들어온 제품이 핫팩, 열주머니예요. 친구들이 주머니에 핫팩을 갖고 다니는 걸 보았고 알고 보니까 핫팩이 정말 인기 제품이었던 거죠. 핫팩이 겨울에 그렇게 많이 쓰이는 줄 처음엔 몰랐습니다.

진행자 : 맞아요. 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다니죠. 그밖에도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군인들도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김유정 : 그렇습니다. 남한에선 스키장을 다니거나 캠핑 같은 야외활동을 할 때도 이 핫팩을 쓰고 특히 군인들이 군 복무를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젊은 여성들이 군대 간 남자친구들에게 보내는 인기선물이 바로 핫팩, 열주머니라고 합니다.

진행자 : 여자 친구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많이들 보내신다고 하죠. 어쨌든 추운 겨울 야외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요즘은 필수적인 물건이고 그만큼 필요한 물건이라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 핫팩이라는 거 참 신기하기도 합니다. 남쪽에서는 ‘부직포’라고 하는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주머니형 핫팩은 안에 무슨 가루 같은 것이 들었는데 흔들면 열이나지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나 궁금하더라고요. 유정 씨는 알고 있나요?

김유정 : 저도 궁금해서 이번에 핫팩의 원리를 찾아봤는데요. 그 가루란 것이 철가루나 활성탄, 소금 같은 것들이래요. 철은 산화될 때 열이 나는데 활성탄이나 소금이 철을 빠르게 산화시키면서 열이 나게 하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그 온도가 무려 40도에서 70도까지 오른다고 하네요.

진행자 : 그렇군요. 그러나 핫팩 잘못 썼다가 화상 입는 사람도 있잖아요?

김유정 : 맞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핫팩이 두 종류인데요. 들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형과 몸에 부칠 수 있는 부착형입니다. 이 부착형이 주로 화상사고가 나는데요. 맨 몸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꼭 내복 같은 옷 위에 붙여서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몸에 붙여놓으면 따끈따끈하게 열이 나는 거죠. 앞서 남한사람들이 스키 타러 갈 때나 캠핑 같은 야외활동을 할 때 핫팩을 많이 쓴다고 했잖아요? 그럴 때는 이 부착형 핫팩을 등이나 허리에 붙이고요. 또 발도 많이 시렵잖아요? 그래서 신발 바닥에 붙이는 핫팩도 있어요. 그건 신발 속에 붙여야 하니까 크기가 좀 작아요.

진행자 : 신발에 붙이는 핫팩, 그건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저도 하나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추운 곳에서 장사하는 분들에겐 딱이겠어요. 동상걸리기 쉬운데 핫팩하나가 있으면 아주 유용하게 견딜 수 있죠. 그런데 이 핫팩을 계속 쓸 수 있는 건 아니죠? 주로 일회용으로 알고 있어요.

김유정 : 네. 이런 가루형 핫팩, 열주머니는 한번 쓰면 다시 쓰지 못합니다. 일회용입니다. 하지만 비닐 포장을 뜯어서 한 번 쓰면 그 열기가 보통 8시간부터 12시간까지 지속된다고 하니까 그 정도면 오래 쓸 수 있는 거죠.

진행자 : 12시간까지 열이 지속된다면 핫팩 하나로 하루 종일 따뜻할 수 있단 거잖아요? 그것 참 좋네요.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게 안타깝지만 말이예요.

김유정 : 그런데 재활용 되는 핫팩, 열주머니도 있어요. 물론 이것은 주머니형 핫팩이나 붙이는 핫팩보다 많이 쓰이진 않지만 말입니다. 재활용 가능한 것은 일명 ‘똑딱이 핫팩’이란 건데요. 제가 처음 써본 것도 바로 이 똑딱이 핫팩입니다. 보통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많이 팔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 손바닥한 크기인데, 두꺼운 비닐 안에 물 같은 액체가 들어 있습니다. 그 액체 안에 누르면 똑딱 소리가 나는 조그만 동그란 금속이 들어있는데요. 그 금속을 똑딱 하고 눌러주면 비닐 안의 물 같은 액체가 외부 충격을 받으면서 응고됩니다. 딱딱해 지는 거죠. 그렇게 액체가 고체화 되면서 열을 발산하는 원리입니다. 이렇게 하면 무려 90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고 해요.

진행자 : 이 똑딱이 핫팩은 현재 의료용으로 많이 씁니다. 아픈 곳을 찜질하는 용도죠? 이 똑딱이 핫팩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어요.

김유정 : 네. 이 똑딱이 핫팩은 그렇게 딱딱하게 굳어지면 더 이상을 열을 내지 않아요. 그러면 굳어있는 그 핫팩을 뜨거운 물에 넣어서 끓여주면 됩니다. 그럼 처음처럼 다시 말캉말캉한 액체가 되는거죠. 그리고 다시 주머니 속 금속을 똑딱 누르면 열을 발산하면서 다시 뜨끈뜨끈해지는 것. 그렇게 재사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진행자 : 저도 핫팩이란 걸 처음 접한 게 이 장난감 같은 똑딱이 핫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딱딱하게 굳으면 물에 끓이거나 전자레인지 몇 초 돌리라고 하는데 그게 번거로워서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김유정 : 맞습니다. 그런 번거로움 때문에 주머니형이나 붙이는 핫팩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핫팩이 더 인기입니다.

진행자 : 또 한반도엔 그런 게 없었는데 요즘엔 판매하네요. 외국에서 수입된 핫팩 중에 물주머니 형도 요즘 많이 팔던데요?

김유정 : 이것은 고무 같은 재질의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넣고 사용하는 건데요. 상온에서 2,3시간 혹은 이불 속에서 5,6시간 따뜻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겨울이 춥고 긴 북유럽에서 들어온 제품인데 뜨거운 물을 물주머니에 넣어서 이불 안에서 안고 자면서 추운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진행자 : 그렇군요. 핫팩도 얘기하다보니 종류가 많네요. 주머니형, 똑딱이 핫팩, 또 지금말씀하시는 고무로 만든 물주머니 핫팩 등등. 이렇게 좋은 물건이라도 비싸면 안 팔리겠죠?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김유정 : 가격이 참 다양한데요. 열이 얼마나 잘 나냐, 오래 지속되느냐에 따라 값이 다른 것 같아요. 보통 주머니형 핫팩이 많이 팔리고요. 이것은 10개씩 묶음으로 3천원부터 7천원까지 합니다. 미화로는 약 2.7달러부터 약 6달러 정도까지 있는 것이죠. 이 제품들이 가장 인기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거니까 사람들은 비싼 것보다 싼 걸 많이 사서 몇 개씩 많이 붙이는 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렇군요. 남한의 물가로 따져 볼때도 비싼 제품은 아닌 것 같고요. 또 판촉용이라고 하죠. 길 가다보면 광고하는 전단지에 핫팩을 끼워서 나눠주고 하는 것 말이에요. 이렇게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는 제품이니까 이런 걸 보아도 단가가 아주 비싼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김유정 : 네. 그렇게 거리에서 나눠줄 정도니까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사 쓰기에도 부담 없는 값일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맘 같아선 저는 북한에 계신 분들께 핫팩, 열주머니를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눠주고 싶어요. 선물 처럼 말입니다.

김유정 : 저도 마음 같아선 정말 그러고 싶어요. 하늘에서 막 떨어뜨려주고 싶을 만큼요. 사람들이 써보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요. 북한은 난방 시설이 남한처럼 잘 돼 있지 않아요. 여기선 한 겨울에도 집안에서 반소매나 반바지를 입고 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난방이 쉽고 또 집 벽도 두껍게 지어서 찬바람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외풍이 강해서 땔감을 계속 때야 따뜻합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이 핫팩,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 따뜻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 유정 씨의 그 마음도 따뜻합니다. 저희가 방송을 마칠 때가 다 됐는데요. 마지막으로 청취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유정 : 북한의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제가 이십대 초반이니까 제 친구들은 지금 군대에 갔을 수도 있고 결혼을 했을 수도 있어요. 다시 만날 때까지 그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꼭 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행자 : 네. 고맙습니다. 김유정 씨 수고하셨어요.

김유정 : 네. 저도 고맙습니다.

진행자 : 추운 겨울 가장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내 차가운 손 잡아주는 ‘그대 손의 온기’라고 합니다. 마음의 온기를 전해드리며 오늘 마지막 인사드립니다. 오늘 이 시간이 ‘돈주의 황금알’ 마지막 회였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는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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