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즐거움, 미화원 부부 이명섭 씨, 김인숙 씨 (2)

반포동 경부고속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봄맞이 대청소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서초구청 관계자와 주민, 새마을부녀회의 모습.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 71세 남편과 69세 부인, 고령의 나이지만 두 사람 모두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명섭 씨와 그의 아내, 김인숙 씨인데요. 두 사람 모두 건물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탈북민들 중에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에도 부담스러워서 한국정부가 지원해주는 몇 백 달러의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데 두 분은 노임이 많지도 않다던데 굉장히 열심히 살고 계신 것 같아요.

마순희: , 맞습니다. 이분들은 보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북한에서 아무런 보수가 없어도 일하던 때를 생각하면 한국에서는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두 분입니다. 또 귀천을 따지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보수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잘 정착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하루하루 열심히 살게 된다고 합니다. 특히 이명섭 씨의 경우 그 연세에 회사 일을 그렇게 하는 것도 대단한데 집에 오면 또 집안일도 그렇게 다 하시거든요.

하기는 집안일이라야 아파트다 보니 마당 쓸 일도 없고 텃밭에 풀 한 포기 뽑을 일도 없고 온수난방인데 장작을 패기를 하겠어요? 구멍탄을 빚기를 하겠어요?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빨래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잖아요? , 그런데 말하다 보니 또 그러네요. 빨래는 세탁기가 다 알아서 하니까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세제를 넣고 작동시키면 끝, 다 되었다고 신호음이 울리면 탁탁 털어서 널어주기만 하면 되고요. 청소도 청소기가 있고 두 식구 살림에 설거지라야 그릇 몇 개가 다 이긴 하지만요.

김인선: 그렇게 기계를 작동만 시키면 되는 일이지만 남한이나 북한이나 안 하는 남편들은 또 평생 안 하잖아요.

마순희: , 맞습니다. 저도 많은 부부들을 만나기도 하고 알고도 있는데요. 이분들처럼 금슬이 좋은 부부도 찾기 힘들다고 표현할 정도로 두 분이 사이가 좋으세요. 물론 젊은 부부들의 경우처럼 그렇게 사랑이 넘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산전수전을 함께 겪으며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위해주는 게 보이거든요. 이명섭 씨는 자신을말하는 세탁기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김인숙 씨가이 옷은 손빨래를 하고 헹구기만 하는 거라고 말하면 그대로 하고 또이것은 흰 빨래, 저것은 검은 빨래하고 말하면 선별해서 세탁을 하기 때문인가 봐요.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아내를 향한 진심어린 사랑과 배려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을 느낀답니다.

김인선: 저는 그동안 북한 남자들이 대체로 가부장적이고 애정표현 같은 걸 잘 못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명섭 씨는 다른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죠?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이명섭 씨는 결혼한 후부터 아들이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처가에서 살았다는데요. 잘 나가는 기업소의 기술 일꾼이기도 했고 또 장모가 계시기에 집안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사람이었답니다. 인숙 씨는 체격도 작고 건강하지 못한데다가 아들이 일곱 살 되던 해 자궁외 임신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어서 힘든 일은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당시 80이 넘은 인숙 씨의 친정엄마이자 이명섭 씨의 장모가 세 식구를 다 돌보았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웠겠어요. 자신의 신상에 변고가 생겨서 기약 없는 탈북의 길을 떠나게 된 명섭 씨는 장모에게 떠나기 전 약속을 했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식구들을 챙기고 인숙 씨를 끝까지 잘 돌보겠다고 말이죠.

가족, 특히 부인에 대한 명섭 씨의 사랑과 책임감은 변함이 없었고 그 마음은 한국에 와서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깊어진 것입니다. 남들보다 건강하지도 못하지만 가정을 위해서 하나라도 보탬이 되겠다고 아무리 쉬라고 만류해도 쉬지 않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지켜주어야겠다는 마음을 더 굳게 한 것이겠지요. 이명섭 씨는 인숙 씨에게 몇 번이고 쉬라고, 나도 있고 아들도 있는데 당신까지 굳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김인숙 씨는 쉴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면 뭐하냐고, 나가면 돈도 벌고, 운동도 되고, 친구들도 보고 다 좋은데 그걸 왜 안 하냐고 하면서 말이죠. 중국에 숨어 살 때에는 힘들게 일하고도 노임을 달라고 하면 제때에 주지도 않거니와 불법체류자라고 공안에 고발을 한다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던 부부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하면 일한 만큼 차곡차곡 통장에 돈이 쌓이니 일을 안 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고 또 서로 닮아간다고 하는데 아마도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명섭, 김인숙 씨 부부를 통해서도 그 말의 참뜻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김인선: 남편이 하면 아내도 따라한다는 부창부수란 말이 이분들을 위한 말인 것 같네요. 체제가 다르고 사회가 낯설어도 이분들처럼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있으면 못 헤쳐나갈 게 없겠어요.

마순희: 맞아요. 두 분이 다 너무나 열심히 잘 사신다고 아는 사람들은 다 칭송을 한답니다. 그런 부부 밑에서 아들도 참 잘 자라주었는데요. 대학을 졸업도 하기 전에 부산의 큰 가구 공장에 취직하게 된 아들은 지금, 과장으로 승진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인재가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생활하시기에 어렵지 않을 정도로 돈을 보내며 두 분 모두 일을 그만두길 바라지만 부모님들의 생각은 또 다른 것입니다.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하나라도 더 많이 벌어서 저축해 놓는 것이 자신들 뿐만 아니라 아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부모님이 일을 그만두고 편히 쉬시면서 살기를 권하던 아들도 이제는 더 권하지 않고 다만 건강을 돌보면서 적당히 하시라는 정도로 타협을 했나 봐요. 이명섭, 김인숙씨 부부는 이야기 합니다. 너무 힘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일하면서 사는 것이 마음도 즐겁고 건강도 챙기고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이죠. 100세 시대에 맞게 즐거운 마음으로 적당한 일을 하면서 돈도 챙기고 건강도 덤으로 챙길 수 있으니까 일석삼조라고 말해도 되겠군요.

김인선: 그런 마음으로 사시니까 젊어 보일 정도로 건강하신 게 아닌가 싶은데요. 탈북민들 중에는 자격 요건이 안 되는데도 사무직을 원한다거나 좀 더 편한 일, 있어 보이는 일을 하려는 경우가 많잖아요.

마순희: . 맞습니다. 처음 왔을 때에는 사무직이나 편한 일, 좋아 보이는 일을 하려는 경우가 많거든요. 나는 북한에서도 그런 일을 안 해 보았는데 한국에 와서 굳이 생산직을 하겠는가, 아니면 청소나 경비일을 하겠는가하는 생각을 하며 돈도 많이 주는 좋은 일자리를 찾는 거죠. 그런데 그런 일자리는 그에 맞는 여건이 되어야 어울리는 것이지 정작 기회가 되어 좋은 일자리를 잡는다 해도 그 자리에, 사람들과의 관계에 처음부터 적응을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찾기보다 나 자신이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면서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죠.

또 그런 일자리를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용직이나 시간제 일이라도 하면서 경험도 쌓고 그러다가 기회가 되면 좋은 일자리로 가도 되니까 무작정 쉬면서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섭, 김인숙 씨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일자리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껏 일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저 자신도 그 분들처럼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됩니다.

김인선: . 일자리엔 귀하고 낮음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는 것. 두 분을 통해 다시 한 번 되 뇌여 봅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부부 미화원 이명섭씨와 김인숙 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