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떡 만드는 이정실 씨(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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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경남 함양군 내 한 떡집에서 상인들이 방금 뽑은 가래떡을 상자에 담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경남 함양군 내 한 떡집에서 상인들이 방금 뽑은 가래떡을 상자에 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 안녕하세요.

김인선: . 개인적으로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인데요. 11월로 접어들면서 가을이 훌쩍 가버리는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워요. 이 가을을 어떻게 하면 더 즐길 수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더니가을떡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농촌에서는 추수를 마치고 햅쌀로 떡을 해서 나눠먹는 세시풍속이 있는데 그 떡 이름이 바로가을떡이래요. 사실 떡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갑자기 떡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순희: 여건만 된다면 이분이 만든 떡을 맛보이고 싶은데요. 오늘 소개해 드릴 주인공이 떡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이정실 씨거든요. 올해 46살이 된 이정실 씨는 2011년부터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포항지역의 탈북민들 중에 정실 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인데요. 모두가 정실 씨 이름만 들어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도 잘 하고 꾀꼬리처럼 노래도 잘 한다고 말이죠. 하나센터 전문상담사 선생님의 소개로 정실 씨가 근무하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정실 씨 본인도 물론 반가워했지만 함께 근무하는 일터의 상사분들이 더 반가워하시더라고요. 포항에서 제일 착하고 성실한 사람, 탈북민들 중에서 제일 떡을 잘 만드는 사람, 그것이 대표님이 강조하는 정실 씨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김인선: 포항에서 떡을 만드는 이정실 씨가 오늘의 주인공이군요. 상사분들이 반가워했다고 하는걸 보니 개인적으로 떡집을 운영하시는 건 아닌가 봐요.

마순희: . 정실 씨는꿈꾸는 떡 설레라는 떡 판매업체의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실 씨가 속해 있는꿈꾸는 떡 설레는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교 창업보육센터의 지원으로 시작된 곳인데요. 창업보육센터는 참신한 사업계획과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돕고 있더라고요. 여러 분야들 중에서 정실 씨는 떡을 만드는 직종에서 다른 탈북민 여성과 함께 일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떡 만드는 모든 일을 전담하는데요. 그날, 그날 만든 떡을 포장해서 준비하면 남한의 청년들이 배달과 유통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분업이 돼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설레에서 만들어진 따끈한 떡들은 한동대학 내의 매점과 커피나 음료를 파는 커피전문점, 그리고 외부의 커피전문점 두 곳과 지역병원 등에 납품을 하고 있었는데요. 예쁘게 하나하나 포장된 떡을 상자에 넣어서 차곡차곡 쌓아 놓았는데 보기만 해도 절로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러웠답니다.

김인선: 그런데 정실 씨를 포함해서 탈북민 두 분이서 떡을 만든다고 하셨잖아요. 납품되는 곳이 많은 것 같은데 둘이서 떡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요?

마순희: 기계가 있잖아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한 공정, 한 공정을 배우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못 할 것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사실 정실 씨는 처음 포항에 정착하면서 쉬운 사무직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컴퓨터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농촌에서 살았고 중국에서도 농촌에서만 살아왔던 정실 씨에게 사무직은 낯선 업무였고 또 설사 들어가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생산직이든 뭐든, 일을 시작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에 마침 한동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서 떡을 만드는 곳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거죠. 정실 씨는 무엇이든지 맡겨만 주면 성실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찾아갔습니다. 진심이 전해졌는지 일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직업의 특성상 새벽 4시에 출근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인선: 음식점도 그렇게 일찍부터 준비하진 않는데, 떡 만드는 데 그만큼 오래 걸린다는 건가요?

마순희: . 맛있는 떡을 만들기 위해 이른 시간 출근은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전날 퇴근하면서 쌀을 불려 놓으면 출근시간이 1~2시간 늦춰지겠지만 미리 쌀을 불리면 쌀에 있는 영양분이 모두 빠져 나와 영양가도 없고 맛도 떨어지니까요. 그래서 매일 새벽에 출근해서 쌀을 씻어서 불리고 6시 반부터는 떡을 만들어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니 출근 시간은 새벽 네 시랍니다. 매일 뜨거운 열과 싸우면서 떡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처음엔 여러 명이 함께 일을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정실 씨 뿐이라고 해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었는데요. 직접 대면한 정실 씨는 남들보다 좀 작고 왜소한 체격이라 약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불린 쌀이 담긴 무거운 대야도 거뜬히 들고 거침없이 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실 씨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북한의 농장에서 옥수수 포대를 나르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 밝게 웃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보기에 떡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김인선: 남한의 속담 중에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체격이 작더라도 야무지게 일을 하거나 머리를 잘 써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들을 말할 때 그 표현을 쓰거든요. 딱 이정실 씨를 보고 하는 말 같아요. 남한에 처음 정착할 때도 야무지게 잘 하셨을까요?

마순희: 글쎄요. 정실 씨에게도 처음 정착은 결코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유를 찾아 천신만고하여 대한민국에 왔지만 언어의 차이가 정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더랍니다. 정실 씨의 고향이 함경남도인데요. 북한에서도 말씨가 빠르다고 알려진 고장이거든요. 말투가 다른 데다가 빠르기까지 하니 처음에는 사람들이 정실 씨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서 제일 속상했다고 해요. 사실 정실 씨는 북한에 있을 때에 부모님이 모두 일찍 돌아가시고 수양부모 밑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고난의 행군으로 생활형편이 더 어려워지자 그냥 입이나 하나 던다는 생각으로 그 양부모님은 정실 씨를 시집을 보냈어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남편도, 자식도 모두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나게 되었고 정실 씨는 더는 그곳에 의지할 사람도, 미련도 없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에 먹을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다며 브로커가 정실 씨를 찾아왔다고 해요. 정실 씨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무작정 중국으로 떠났지만 불법체류자인 그에게 자유로운 생활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남한의 라디오를 들으면서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남한으로 가는 길 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죠. 그렇게 이정실 씨는 중국을 떠나 라오스와 태국을 거쳐 한국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인선: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한국에 오는 길도 결코 순탄치 않았군요.

마순희: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과 들을 지나면서 마음을 졸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악어의 강이라고 불리는 메콩강을 건널 때에는 위험이 몇 배로 더 컸다고 합니다. 카누라고 불리는 좁은 배에 십여 명이 일렬로 앉아야 하는데 중심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배가 기우뚱거렸고 강에 빠지지 않으려고 몇 시간을 몸 한 번 움직이지도 못 하면서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강을 무사히 건넌 다음에야 먼저 떠난 배의 성원들이 모두 악어의 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정실 씨는 몸서리를 치기도 했답니다. 그런 어려움을 다 이겨내면서 온 그녀이기에 새벽 4시에 출근해 무거운 쌀통을 들어올리고 뜨거운 김과 싸우는 만만치 않은 떡 만드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실 씨는 사람들이 자신이 정성껏 만든 떡을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있어서 좋고 지금 하는 일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정실 씨의 이야기입니다.

김인선: . 한 신문 기사에 있는 내용인데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10명 중 3명 정도만 현재 직장에 만족한다고 나왔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이나 회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인데요. 오늘의 주인공 이정실 씨는 하는 일도, 몸담고 있는 회사도 모두 만족한다고 하네요. 어떻게 하면 정실 씨처럼 만족해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정실 씨의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순희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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