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순 씨

서울-김인순 xallsl@rfa.org
2018.02.15
ktng_b 사진은 담배인삼공사 신탄진 제조창.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한 직장에서 말단직원으로 시작해 이제는 관리자가 된 박명순(가명) 씨입니다.

김인선: 마순희의 성공시대!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새해를 축하 드립니다!

마순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에 와 보니 명절 풍경도 다르지만 새해 인사도 북한에서 하는거랑 남한에서 하는거랑 서로 다르더군요. 우리는 북한에서 ‘새해를 축하합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는데 한국에 와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더군요. 저는 그냥 축하하는 것도 좋지만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가 더 정감이 가더라고요.

김인선: 그렇다면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남북의 설 인사가 달라서 두 번 인사를 하게 됐는데요. 사실 좀 다르지만 한국에선 양력 설, 음력 설을 다 쇠기 때문에 새해 인사를 두 번 하기도 하죠. 특히 음력 설이 되면 집집마다 분주한데요. 보통 가족들이 다 모이기 때문에 고향 내려가랴, 음식하랴, 선물 장만하랴 바빠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명절만 되면 그 누구보다 바빠지는 탈북자 분이 계시다면서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알아주는 건강식품인 정관장을 제조하는 한국인삼공사에서 12년째 근무 중인 박명순 씨입니다. 한국에 와보니 명절이면 민족의 대이동이라고 할 만큼 교통대란이 일어나고 저마다의 고향을 찾아가는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가족과 만나고 정성 어린 선물도 싣고 고향에 갔다가 돌아올 때에는 고향의 특산물들을 바리바리 받아 들고 오는 모습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군요. 아시는 것처럼 한국에선 명절선물로 건강 제품이 인기가 있잖아요. 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정관장이라고 홍삼제품일 것 같습니다. 저도 양력 설에 오랜만에 찾아 온 조카가 그렇게 좋다고 하는 건강식품인 홍삼제품을 선물로 가져 왔더군요. 우리 탈북민들 사이에서도 홍삼제품은 어른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로 여겨지는데요. 이 제품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박명순 씨예요. 아마도 이번 설 명절에도 한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해서 세계의 모든 곳에서 주문하는 그 제품들을 검사하느라 엄청 바빴을 것 같습니다.

김인선: 명순 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인삼, 홍삼제품은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하죠. 특히 인삼을 가공시켜서 만든 홍삼이 더 인기가 있고요. 껍질을 벗기지 않은 상태로 증기에 쪄서 익히고 건조시키면 붉은 갈색, 담적갈색을 띄기 때문에 홍삼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인데요. 북한에서 말하는 홍삼과 차이가 있다면서요?

마순희: 네. 남한에서 당근이라 부르는 것을 북한에서는 홍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가 북한에 살 때는 홍삼젤리라고 당근에 사탕을 함께 졸인 제품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처음 홍삼이라고 하니까 당근인 줄 알았던 적도 있답니다.

김인선: 홍삼과 당근은 차이가 많은데 말이죠.

마순희: 그렇죠. 하지만 하나원에 지내면서 홍삼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남한의 홍삼이 북한의 홍삼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충청남도 부여에 가면 정관장을 생산하는 한국인삼공사가 있는데요. 지난 여름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는데 1년생부터 6년생 인삼까지 그 재배과정을 세세히 다 볼 수 있도록 진열되어 있었고 인삼제품을 만드는 과정까지 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명순 씨가 그렇게 대단한 회사에서 일반사원도 아닌 정규직으로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돋보이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답니다.

김인선: 명순 씨가 다니는 회사에 방문을 해 봤다고 말씀하셨는데 선생님도 명순 씨의 해설은 들을 수 있었어요?

마순희: 네. 공장을 방문했을 때 저도 해설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한국에서 생산되는 홍삼을 가리켜 고려홍삼이라고 하고 약 1000년 전부터 제조된 역사적 기록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전통 깊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그것도 평사원이 아닌 품질검사의 최종단계 검사원으로 거래처에서 찾아오는 전문가들과의 모임에 이르기까지 박명순 씨가 하는 일은 대단하더라고요. 처음부터 그렇게 잘 나간 것은 물론 아니었답니다. 부여에 정착해서 3일째 되는 날부터 일하려 나갔고 계약직 3년부터 시작해 정규직이 될 수 있었는데요, 올해로 9년째 정규직 회사원인 명순 씨의 끊임없는 도전 이야기는 끝이 없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면서 독학으로 컴퓨터 자격증들을 취득했고.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 공부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관한 전문지식들을 밤을 새워 공부했다는데요. 회사 내에 큰 도서관이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직원이 박명순 사원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한 것이 오늘의 박명순 씨를 있게 한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인선: 박명순 씨가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고 관리자가 될 정도로 인정받았잖아요. 쉽지 않은 일인데 혹시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마순희: 박명순 씨에게 자신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비결을 물었더니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자리에 있기까지에는 포기를 모르는 자신의 끈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명순 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 중에는 탈북민 출신도 여러 명 되었지만 지금까지 남아 이렇게 당당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은 명순 씨 혼자였습니다.

김인선: 더 대단한데요?

마순희 : 네. 그러면서도 명순 씨는 자신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을 때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이끌어 주었던 회사의 임원들과 상사들, 그리고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더욱이 잊을 수 없는 것은 회사에 다닌지 6개월 정도 됐을 때 북한과 연락이 닿았대요. 그래서 그동안 모아 두었던 돈을 보내려고 했었는데 우리한테는 그런 동생이 없다고 하면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그런 소식을 전해 들었죠. 그래서 삶의 희망을 잃고 식음을 전폐하고 방안에만 누워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영양죽을 사가지고 몇 번이고 찾아와서 자신에게 힘을 주던 회사 동료들과 상사들의 따뜻한 위로가 없었다면 그 시련을 이겨내지 못 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김인선: 남한 동료들이 곁에서 명순 씨를 믿어주고 지지해 준 것이 굉장히 큰 힘이 됐을 것 같은 데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마순희: 명순 씨는 현재 성실성과 책임성으로 누구든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고한 위치에서 근무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위상도 높여 나가고 있었습니다. 중국에 있던 어린 딸도 데려왔다는데 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렇게 착하고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애가 또 있을까 싶다며 딸 자랑도 잊지 않았답니다. 어린 딸에게는 세상 전부인 사랑하는 어머니로서, 직장에서는 존경 받는 회사원으로, 탈북 후배들에게는 자신의 정착 경험을 통한 비법들을 아낌없이 들려주면서 두 마리,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박명순 씨의 정착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작은 씨앗에서 아름드리 거목이 자라듯이 꿈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언제든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명순 씨가 탈북 후배들에게 늘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명순 씨의 앞으로의 목표는 일반직이 되어 과장급 이상으로 승진해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인데요. 그 목표를 향해 오늘도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명순 씨를 보면서 한국이라는 풍요로운 대지에 뿌리내린 하나의 작은 씨앗에서 아름드리 거목이 자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김인선: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서 관리직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까요? 그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남한에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은데요, 성공은 누구나 이룰 수 있지만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탈북민들의 성공과 그 기준에 대해 들어보는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한국인삼공사에서 근무 중인 박명순 씨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함께 해주신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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