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산 생필품 애용정책의 역설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7.08.14
jongun_visit_department_b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군수공업부문 노동자들이 생산한 생필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창광상점'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김정은은 작년 신년사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자력·자강을 기치로 한 경제 발전을 강조하면서 근래 국산 생활필수품 생산과 사용을 주민들에게 독려, 지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지시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하던데요.

강철환: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에 대해 경제봉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제는 북한 스스로 봉쇄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쓰고 사는 모든 생활필수품들에 대한 수입을 축소하거나 국산품으로 대체하려는 김정은의 새로운 지시가 강력하게 하달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주민들이 먹고 사는 생활필수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것을 김정은이 지시한마디면
다 되는 줄 알고 사람들을 몰아붙이기 때문입니다.

전. 맥주와 담배의 경우는 그런대로 국산품 대체 성과가 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하지만 원래 북한에서 맥주와 담배는 북한산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을 만큼 낙후한 수준의 상품들이었습니다. 룡성맥주가 간부들 용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모두 일본산, 중국산에 밀려 대부분 맥주는 수입품으로 대체해왔습니다. 북한이 영국의 파산한 맥주제조사를 인수해 양강도 혜산의 질 좋은 호프로 대동강 맥주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금 사람들은 외국산 맥주 못지않게 북한맥주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지게 돼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막대한 맥주 수입이 줄어들어 외화절감 효과를 톡톡하게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동강 맥주의 실제 수익은 노동당 39호실 등이 독점해 경제적 효과보다는 궁정경제와 군수경제에 쓰이고 있습니다. 담배도 최근 김정은이 국산담배를 애호한다고 선전하면서 국산담배의 세계화를 이뤄내 수입담배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이 소비하는 외제담배 때문에 많은 외화가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산 세븐스타, 피스 등의 담배는 한 보루에 100달러를 호가할 만큼 인기가 높아 이런 외화낭비만 줄여도 상당부분 외화를 북한당국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담배생산의 현대화를 위해 고급담배 생산을 위한 생산설비 도입을 위해 북한당국이 외화를 아낌없이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맥주와 담배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일반 생활필수품까지 한국산이나 중국산처럼 고급화 해서 생산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천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따를 텐데요. 무엇보다도 최신식 설비투자에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맥주와 담배는 사실상 외제상품들이 대세였는데 이러한 분야에 국가적인 투자와 기술이전으로 맥주맛과 담배 맛은 외제와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김정은의 몫으로 돌리고 그것을 본보기로 모든 생산영역에서 따라 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눈감고 아웅 하는 식입니다. 북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인 신발만 해도 아직 너무나 낙후한 상황입니다. 천연고무 수입에 쓸 외화가 없고 신발생산을 위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북한산 신발들은 아직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과거 많은 신발, 구두 공장들이 북한과 합작하려고 들어갔다가 생산설비들을 강제로 빼앗기고 쫓겨나오면서 기술이전과 투자가 중단 돼 신발생산에는 진전이 없습니다. 막대한 외화가 군사비에 탕진되지만 내각에서 인민경제를 위한 예산가운데 신발 연료인 생고무를 수입하는 외화가 없어 신발 생산이 중단되고 폐고무로 만들어진 북한산 신발은 한 달을 버티기 힘들만큼 열악한 상황입니다. 요즘 김정은이 국산화장품을 비난하며 국제적 수준으로 북한산 화장품의 수준을 끌어올리라고 지시한 이후 평양,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신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전시용 화장품은 잘 나오지만 일반화를 시키는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역시 투자와 기술이전이 안 되고 있고 기업 활동의 지속성을 위한 원자재 확보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무조건 생필품을 국산화 하라는 지시는 아무리 북한이 계획경제아래 있는 체제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경제 기본을 모르고 밀어붙이는 주먹구구식 통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 사실 김정은이 미사일 핵 개발과 도발로 북한의 경제봉쇄를 스스로 자초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책도 스스로 내놔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대책인 김정은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외화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활필수품의 국산화를 꾀하겠다는 것인데 이미 붕괴상태에 이른 민생경제를 갑자기 지시 한 마디로 바뀌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어리석은 것입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드는 엄청난 자원과 국력을 이 국산화 부문에 조금만 투자해도 그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인민들이 중국산 제품을 쓰는 것은 가격 대비 그런 상품을 북한에서는 생산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이 중국에서 빗자루까지 수입하고 있다고 비판을 했다고 하지만 사실 북한에서 원시적인 방법에 의한 빗자루는 만들 수 있지만 공업용품으로 만든 빗자루 생산은 불가능 한 것입니다.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중국경제가 이미 오래 전에 개혁개방으로 전환돼 막대한 투자와 기술이전으로 이뤄진 결과인데 김정은은 그것을 말 한마디로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전. 북한 김씨 3대 세습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도자의 영도력에 그 책임이 있겠죠.

강. 물론입니다. 70년간 북한을 통치해온 김씨 3부자는 북한경제를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붕괴의 기적 사례로 만들어냈습니다. 그렇게 국가경제를 철저히 망하게 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일성은 중공업 중심의 일정한 계획경제를 세웠지만 세계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다가 아들 김정일과 함께 최악의 경제위기를 만들어냅니다. 90년대 중반 수백만이 아사하고 나라가 전쟁도 아닌 평화 시기에 폐허가 됩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고 하는 북한 인민들의 최악의 고통을 초래한 겁니다. 그런 와중에 김정일은 그나마 외교력을 발휘해 한국정부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아내며 군수경제와 궁정경제를 지탱해왔지만 아들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지도자의 금고인 39호실 궁정경제마저도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지경으로 몰리고, 미사일과 핵 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 경제가 완전 정지된 상태에서 정권의 생존을 위해 군사적 충돌로만 몰고 가는 김정은에게 나라와 국민의 경제생활은 아예 안중에도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이라면 이런 경제적 위기에서는 쓸데없는 군사적 도발은 자제했겠지만 김정은은 막무가내로 미국과의 충돌을 감행하면서 인민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인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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