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김정은 체제 후과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6.02.29
kaesong_pullout_clothes_b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와 이에 맞선 북한의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 동결로 인해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한 섬유업체의 서울 성동구 사무실 창고.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네, 안녕하십니까?

전: 개성공단 폐쇄이후 북한지도부가 한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미사일발사에 공을 세운 과학자들을 모아놓고 연회를 열며 자축했습니다. 올 들어 핵실험과 미사일발사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사변들이 이어지면서 김정은의 내부 결속 의도가 표면화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속 성과가 보입니까?

강: 그렇지 않습니다. 개성공단은 북한 경제인들에게 희망의 등대 같은 것입니다. 북한의 많은 기업들도 해외 투자자들과 연계돼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대북 투자를 설득하려면 성공사례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개성공단입니다. 개성공단은 북한 같은 열악한 체제하에서도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개성공단이 폐쇄 됐으니 북한의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2014년 신년사부터 인민경제를 강조하고, 경제발전에 힘을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행동은 경제를 말아먹는 행위를 하고 있어서, 경제인들은 김정은에 대해 큰 실망과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경제인들 외에도 북한의 지도적 계층은 북한 경제가 이미 절단 났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저희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전: 일반 인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강: 지금 북한 인민들은 김정은에게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합니다. 북한 지도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정은은 김정일과는 달리, 민생 챙기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도 그의 아버지 김정일과 같은 자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느끼게 된 것입니다. 과거 김정일은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으며 ‘강성대국’의 대문이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강성대국은 ‘군사강국’과 ‘경제강국’을 의미합니다. 2012년 4월 ‘은하3호’의 첫 발사는 비록 실패했지만 같은 해 12월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시험이 성공하자 인민들은 쾌거라며 좋아 했습니다. 김정은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에, 북한은 핵무기의 다종화, 다량화, 소형화를 이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맞는다면 김씨 체제가 주장한 군사강국은 이미 끝난 셈입니다.
그래서 인민들은 '이제 드디어 민생경제에 김정은이 집중하겠구나'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올 들어서 수소탄 실험에 은하3호와 같은 미사일발사를 잇따라 감행하자 인민들 사이에서는 불만과 분노가 터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더군다나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인민의 수령이란 사람이 인민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서 밥줄을 끊게 하는 것은 무슨 심보냐며, 평양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김정은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은근히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 그런데 장성택에 대한 인민들의 재평가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나 폭정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강: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폐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과거의 일화가 장성택 재평가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3년 2월 북한이 핵실험 직후 한국 보수단체들이 김정은의 화형식을 단행했는데 그것을 한국정부가 말리지 않자 김정은이 분노했다고 합니다. 이 분노가 두 달 뒤 북한 당국이 감행한 개성공단 폐쇄에도 한몫을 했다는 후문입니다.
당시, 장성택은 김정은을 강하게 질책하며 개성공단 만큼은 북한이 스스로 폐쇄하면 절대 안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북한이 결국 한국정부를 설득해 다시 재가동하게 된 것인데요, 어떻게 하든지 북한의 민생경제를 살리려는 장성택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또, 김씨 왕조의 개인비자금을 만드는 38호실과 39호실이 너무 비대해지자, 그 가운데 국내 외화벌이 기지를 담당했던 38호실을 인민에게 돌려준 것도 장성택입니다.
하지만, 장성택 처형이후 38호실은 39호실로 귀속돼 다시 김정은의 개인 비자금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씨 일가를 위한 개인자금을 모아 국가의 노른자위를 다 독차지한 수령의 욕심으로부터, 인민을 지키려고 했던, 장성택이 만일 지금 살아있었다면 북한이 이 지경이 됐겠냐고 생각하는 인민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김정은과 국가보위부 김원홍에 대한 분노가인민들 사이에 일어나는 것도, 인민경제를 다시 마비시키는 김정은의 독단을 제어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 한심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전: 김정은은 물론, 그 주변의 아첨꾼들도 인민들 불만의 도마에 새롭게 올랐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김양건이 의문의 사고로 죽고 나서, 군부세력들이 전면에 나섰는데 이런 상황과도 관계가 있겠죠?

강: 그렇습니다. 지금 북한은 황병서와 김영철, 김원홍 세상입니다. 김정은에게 찍힌 간부들을 포함해서 누구든 국가보위부 김원홍에게 걸리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입니다.
황병서 역시 군인으로서 부족한 자질과 김정은에게 설설 기기만 하는 유약한 모습 때문에 군부에서도 말이 많습니다. 그래서 황병서는 인민군 작전 계통의 군인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가 총정치국장으로 들어선 이후, 변인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총참모장 등, 군 핵심간부들이 무참하게 처형당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내부에서는 '황병서가 아군을 죽이는 한국군 장군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김영철은 아주 무식자로 알려진 인물인데, 작년 목함지뢰 사건을 잘못 기획해 대한민국과의 교전에서 망신당한 사람입니다.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마찰이 생기면서 결국 김양건을 죽게 한 음모를 꾸몄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이런 군부 세력이 득세하면서 국가의 전략은 산으로 올라가고 나라는 망해 가는데, 그 누구도 김정은에게 바른 소리를 안 하고 있다는 비난이 지도층 사이에 높습니다.

전: 그렇다면 핵심 간부들이 숙청, 처형당하는 것을 목도하고, 지도부 문제점들을 알고 있는, 고위층 간부 중에 김양건 처럼 합리적인 인물들은 불안해 할 것 같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당 정 군의 적절한 인물들이 잘 배치돼서로 견제하며 의견을 나누는 체제가 정착됐지만 장성택이 처형되고 김양건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합리적 전략은 거의 마비된 상태입니다.
김정은은 자기 아버지 김정일이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을 과신하면서 합리적인 간부들의 제언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통치 경험과 내공이 부족한 김정은이 자신보다 똑똑하고 강단 있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요즘 간부들은 김정은에게 가까이 가는 것은 출세가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길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언제 숙청, 처형될지 모르기 때문이죠.
여하튼, 중국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가고 또 최근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김정은의 국정수행 능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지도층 간부들 사이에 퍼지고 있고 민심도 악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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