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류윈산 방북과 북중관계의 실상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5.11.23
jongun_ryu_b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맨 왼쪽)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강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강철환 대표: 네. 안녕하십니까?

전: 북한에서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 70돌에 중국 공산당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관계가 ‘회복되고 있다’,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 정가와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전략센터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양국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기 보다는 종전의 불편한 관계가 바뀐 것은 없다고 판단된다면서요?

강: 네. 저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 우선 류윈산이 이끈 중국 대표단의 방북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강: 김정일이 사망하고 장성택 처형까지 겹치면서 북중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는 시점에 핵실험을 감행해 중국 지도부의 분노를 샀고 그 이후에도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는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작년 8월부터는 북중간 공식 교류가 전무할 만큼 북중관계가 단절됐었는데요. 북한이 이번 당창건 기념일을 맞으며 중국 지도부의 권력 서열 5위 인사를 맞이해 북중간 우호관계를 과시했지만 저희 정보에 따르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류원산의 방북은 중국의 대북한 압력 속에서 이뤄진 결과로 판단되며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대한 정책을 변화시키는 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행사를 위한 쇼를 연출한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근거가 있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지난 당창건 기념 행사때 중국 고위 관리와 간부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보통 관계가 좋은 우호국가 대표단이 오면 그 국가의 음악을 연주해 줌으로서 친선관계를 표방하는것이 관례 아니겠습니까? 북한의 유일한 우방이자 지원국인 중국의 고위 대표단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겠죠. 그런데,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측에서는 이번에 중국 대표단이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노래를 단 한곡도 부르거나 연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평양을 방문한 중국 대표단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고 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조선말로 된 김정은 찬양곡만 듣고 돌아온 중국 대표단은 북한 지도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전: 그렇군요. 하지만, 이번 중국 대표단의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파견과 관련해 어떤 의미 있는 변화가 주목됐습니다. 바로, 북한이 올 여름부터 유엔대표부와 주요국 대사들을 통해 이번 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새로운 인공위성과 장거리 발사체-은하 3호 발사체로 추정됩니다만- 그 발사를 내비치고 또 공언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발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중국의 자제 요구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중국의 압력을 이겨내고 핵실험 3번과 수십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왔습니다. 당창건 70주년은 김정은 체제에 아주 중요한 행사이고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북한에서 ‘은하 3호’는 북한체제의 상징과도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은하3호’ 발사체를 쏘지 못한 것은 역사상 전례 없는 일로서 북한이 중국의 엄청난 압력에 굴복하고 포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중국의 그 ‘엄청난 압력’이란 것은 어떤 것일까요?

강: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만 효과적인 압력 수단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탈북자의 강제북송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북중 국경은 붕괴되고 북한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압력수단은 최후의 수단으로 중국이 북한을 완전하게 포기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이 유엔이 시행하는 금융제재에 직접 동참하는 것입니다. 지금 유엔의 금융제재를 북한이 견뎌내는 것은 중국이 북한 계좌들을 동결시키지 않고 중국 외에서 들여오는 자금에 대한 북한송금을 막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유엔의 금융제재는 극복하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이번에 중국이 금융제재 압력 수단을 시행하겠다고 압력을 가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군요?

강: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북한 미사일을 막지 못하면 당장 한국의 사드, 즉,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동참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막는 대응수단을 강구하면서 중국의 입장이 아주 난처해집니다. 사드는 중국이 한국정부를 압박해 막고 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더 이상 중국의 입장을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중국이 막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국제사회가 중국의 대북영향력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 수 있어 중국이 지금까지 없었던 강력한 압력 수단을 가하게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전: 중국이 금융제재에 동참할 경우 북한은 어떤 상황에 직면할까요?

강: 북한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유엔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그 금융기관과 회사는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북한은 전 세계에서 거래하는 금융회사와 파트너들로부터 정당하게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막대한 금융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국제금융 체제를 활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은행을 통한 송금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현금을 나르게 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찰을 중국까지만 들여오면 세탁된 계좌를 통해서 북한으로 송금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불투명한 거래방식 때문에 북한측 관리들의 부정을 단속할 수 없게 돼 북한 당국으로서는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전: 그러니까, 중국에서 세탁된 계좌를 통해 송금을 할 경우라도 북한 관리들 부정 때문에 북한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인가요?

강: 네. 그렇습니다. 최근에 한국에 입국하는 북한 고위 엘리트 관리들이 100만 달러 200만 달러 등의 고액을 갖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도 불투명한 금융거래 체계를 악용해서 그 돈을 개인이 취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국정부가 유엔의 금융제재에 동참해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계좌를 동결할 경우, 북한은 순식간에 금융경색에 걸릴 수밖에 없고 한 달을 못 버티고 국가전체가 파국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압박책을 북한에 보이면서 미사일시험발사 포기 압력을 가했을 것이고 북한지도부는 이러한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결국 미사일 발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입니다.

전: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지난 당창건 기념일을 계기로 형성된 북중 관계는 실질적으로 개선됐다기 보다는 이전의 불편한 관계의 지속으로 봐야하겠네요?

답변. 네. 저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 강 대표님,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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