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이 김일성 민족이라니…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9.04.29
kim_speech_b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4월 12일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김정은의 연설을 여러 차례 학습으로 충분히 요해하고 이 연설의 지시 관철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본 방송자도 김정은의 연설을 주의 깊게 듣고 몇 가지 느낀 바가 있어 지적하고자 합니다.

김정은은 이번 연설 첫 머리에 “온 사회를 김일성 김정일주의화 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완성하는 총력 방향, 총적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국가로 강화 발전시키고 인민의 자주적 요구와 이상을 빛나게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본 방송자는 이 말에 대해 당 간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조선노동당은 5000년의 유구한 전통을 지닌 우리 민족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하고 해방 후 7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북한 정권을 ‘김일성 김정일 국가’라 하는가? ‘김일성 김정일주의화’라는 말의 의미는 바로 북한의 정치체제와 정치 사회구조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봉건 절대왕조 국가로 규정하고 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북한 인민을 김정은 왕조 수호의 신민, 아니 노예나 농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본 방송자는 1945년 해방 이후 북한 정권을 누가, 왜, 어떤 목적과 어떤 과정에서 출생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간략히 요약하면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앞두고 소련의 통치자 스탈린은 극동지역에 소련의 남하 진출, 태평양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 패배가 확실해진 일본에 대해 1945년 8월 9일 일본과 맺었던 중립 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한반도의 북반부를 무력 점령했습니다. 점령과 동시에 크레믈린당국은 북한을 소련의 위성국으로 만들기 위해 1905년 러시아와 일본과의 전쟁 즉 로일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좌절 당했던 극동지역에서의 태평양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로 하고 조선공산주의집단으로 하여금 인민정권수립을 명령했습니다. 때문에 국제정치학자들은, 북한정권을 크레믈린이 작성한 위성국가 건설계획이 시베리아의 화차에 실려 평양에 와서 실현되었다고 하여 ‘화차정권’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 전 과정이 하나에서 열까지 크레믈린이 작성한 계획표에 의해 실현되었습니다. 이런 뜻에서 북한 정권은 출범부터 그 자체가 소련, 크레믈린의 괴뢰정권이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1945년 10월 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개최된 소련 해방군 환영 평양시민대회에서 누가 소련군 대위 계급장을 달고 귀국한 김성주를 “위대한 김일성 장군”이라고 소개했습니까? 바로 소련점령군 사령관이었습니다. 러시아말 원고를 서툰 우리말로 번역한 연설문을 읽는 김일성의 사진은 지금도 여러 역사책에 남아있습니다. 소련군대의 계급장을 단 김일성의 사진도 여러 역사책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소련 스탈린의 지명으로 북한 내 공산주의 지도자로 둔갑한 김일성이기에 스탈린의 지지와 그가 준 무력으로 전 한반도를 공산화 하려다가, 유엔군의 개입으로 실패하고 반민족범죄자로 낙인 찍히게 된 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을 줄 압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2,500만 북한주민이 김일성의 민족이 되어야 하며 김일성 국가의 신민이 되어야 합니까? 여러분도 이 말에 진정으로 동의하십니까?

당 간부 여러분! 1960년대 들어와 중국과 소련간의 이념논쟁이 시작되는 계기를 이용하여 소련과 중국의 제재와 통제에서 벗어나 사상에서의 주체니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이니, 군사에서의 자위니 하는 이른바 김일성 주의, 김일성 주체사상을 제시했지만 이런 김일성 주의가 과연 북한인민에게 무슨 결과를 안겨주었습니까? 여러분도 부인할 수 없는 김일성 1인 독재, 악평 등, 인민의 경제적 빈곤이 아니었습니까?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남한에 비해 70분의 1 경제력,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전락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계승한 김정일의 경우는 어떠했습니까?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쏟아 부어 300만이 굶어 죽는 ‘고난의 행군’을 가져왔습니다. ‘선군정치’라는 김정일의 총 노선이 여러분 당의 위신을 호전국가로 추락시키고 전 세계에서 고립무원의 봉건 왕조 세습 독재 국가라는 비난과 혹평을 받았습니다. 군사강국 건설이라는 총 노선이 몰고 온 후과는 한 마디로 가뜩이나 빈곤에 허덕이던 북한 인민을 세계 최하의 빈곤 국가로 전락시킨 것이고, 김일성이 60년대 제시했던 “고깃국에 이밥, 비단옷 개와집”이라는 약속이 완전한 거짓임을 입증시켰습니다. 김정일시대는 사회주의건설이 허구임을 북한 주민에게 피부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배급제가 거덜나 장마당경제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 북한주민들이 사회주의 국가, 사회주의 건설 아니 사회주의라는 말만 들어도 분노하는 사회 풍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우리는 지난 70여 년간의 북한의 정권사를 보면서 거짓이 지배하는 북한사회는 이제는 끝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김일성 김정일주의화”를 외쳐도 그 말은 허공을 맴돌 뿐 북한인민에게 먹혀들 리 없다는 것을 여러분 당 간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제시한 엄청난 이 과제들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여러분은 ‘자립적 민족 경제건설’이라는 말을 오늘에 와서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위에서 지적한 바 같이 1960년 초 제4차 당대회 때 김일성이 제시한 경제건설 노선입니다. 어떤 결과를 가져 왔는지도 여러분은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완전히 실패한 노선입니다. 아니 그 어떤 나라도 자국의 자원으로 자립적 경제건설이 가능한 나라가 없습니다. 아무리 자원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국가 간의 무역이나 통상 과학·기술적 협력을 통해 경제성장, 경제건설이 가능합니다. 폐쇄된 독재국가,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국가는 그런 기간에 비례하여 더욱 가혹한 빈곤 국가로 떨어졌음을 보아왔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최근 김정은이 삼지연, 원산 등지의 현지 지도를 하면서 당초의 건설계획을 6개월 또는 1년 연장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 당이 ‘김일성 김정일주의화’를 최고 강령으로 삼는다면 장래는 더욱 엄혹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주의화”의 핵심은 바로 핵·미사일 개발로 강성대국 건설을 완성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조금도 완화시킬 수 없다는 합의가 유용함을 밝혔습니다.

더 이상 헛된 주장, 60년대 이미 실현불가능이 입증된 ‘자립적 사회주의 건설 노선’부터 폐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핵·미사일 개발 폐기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북한 인민들은 물론 당 간부 여러분도 엄혹한 현실 하에 고통받게 될 것임을 지적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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