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개발 목적 억제수단으로 재설정”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9.12
hwasung12_kimjungun-620.jpg 화성-12형 미사일 이동식 발사 차량 앞에 서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한데 이어 급기야 지난 3일에는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미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최대한 올린 상태입니다. 일부에선 이런 북한의 무력시위가 미국을 실제 공격하겠다기 보다는 미국을 압박해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술, 즉 압박전술로 보는데요. 실제 그런가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핵 프로그램의 기본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시작한 지 거의 50년 되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이루려는 정치적 목적은 주로 세 가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 세가지 목적의 순서와 비교적인 중요성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첫째 목적은 바로 압박수단입니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지원이나 양보를 받을 필요가 있을 때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여러가지 수단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희망대로 된 적도 있고, 되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둘째 목적은 순수한 억제수단입니다. 북한은 미국도, 남한도,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을 위험한 적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 정권은 위험한 외국 세력의 침략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핵을 개발했습니다. 셋째 목적은 바로 내부 선전 수단으로 핵을 많이 이용하였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핵개발 때문에 북한을 강성대국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주민들에게서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길 지 모르지만 생길 수 있습니다. 북한은 힘이 쎈 핵세력을 가지게 된다면 다시 한 번 1940년대 말처럼 무력통일에 대해서 꿈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과거 핵실험 이후에도 미국 등을 향해 소위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을 구사해서 많은 양보를 얻어냈는데요. 김정은 시대 들어 핵개발 목적이 바뀌었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과거 김정일 시대 제일 중요한 목적은 바로 압박전술이었습니다. 당시에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함으로써 해외에서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들어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방금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김정은시대 들어와 북한의 핵개발의 전략적인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벼랑끝 전술, 압박전술은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무엇일까요? 제가 볼 때 현 단계에서 북한은 핵을 압박수단이라기보다는 억제수단으로 보면 더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만일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가지게 된다면, 북한은 사실상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에서 다시 한 번 남북한 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이용해 미국을 위협하고 미국의 참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미국이 제2차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이용하여 남조선 해방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950년대 김일성이 남한을 공격한 이유는 이 꿈입니다. 이 꿈은 아직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최근 탄도 미사일 실험과 6차 핵실험을 통해 거두려는 정치적 목적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보여주려는 신호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북한은 미국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억제수단의 힘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지금 핵보유 국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의 목적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다음에, 미국과 회담을 시작해서 사실상의 핵보유국가로 인정을 받으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대가로 미국에서 막대한 양보를 받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받으려는 양보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가 어렵지만 우선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탄도미사일 실험, 핵실험 유예 등을 통해 막대한 경제지원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압박전술을 구사하는 데는 미국은 한반도 전쟁을 불러오게 될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절대 감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그런가요?

란코프: 물론 북한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런 생각은 실수가 아닙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이 북한을 아무 때나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지도자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현상 유지를 제일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전쟁을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과 싸운다면 얻을 수 있는게 별로 많지 않지만 잃을 게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현상유지 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많이 고조시키니까 전쟁 가능성은 종전보다 조금 더 커졌습니다. 미국은 지금 대북 강경파가 주도하는 행정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격한 반응은 사실상 북한 지도자들이 익숙해 왔던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반응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실험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실험함으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군대나 미국 기지보다 미국 국민과 대도시에 대해서 위협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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