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돈주, 권력층과 모순적 관계”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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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 건설 현장.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끼? 이 시간에도 계속해서 북한의 신흥부유층이라 할 수 있는 돈주에 대해 살펴볼까 하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북한 돈주들이 성행하면서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 국가 소유 아파트가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거나 이들 돈주들이 아파트 건설에 뒷돈을 댄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평양에선 돈주들이 아파트를 사고 팔면서 아파트 값이 치솟았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그게 사실인가요?

란코프: 네, 맞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은 평양의 부동산 가격입니다. 물론 제가 이미 말씀 드린대로 북한에선 모든 게 다 불법이지만 매일 불법을 하지 않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주들이 아직 많지 않았던 2000년대 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시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약 5000~7000달러 정도였습니다. 현재 같은 급의 아파트는 10만 달러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15배나 증가했습니다. 10년 동안에 말입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세력은 돈주들입니다.

기자: 한국으로 말하면 투기꾼이죠?

란코프: 네, 그들은 지금 평양에서 10만달러 상당의 아파트를 살 뿐만 아니라 보다 더 비싼 가격의 아파트를 사기도 합니다. 요즘 평양에서는 10만 아파트가 잘 팔린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평양에 지금 20만 달러짜리 아파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자: 저희가 알기론 북한에선 나라에서 아파트를 지어 공급한다고 하는데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처럼 아파트를 팔고 사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가요?

란코프: 다 불법입니다. 원칙적으로 돈주들은 아파트를 소유할 수 없지만 사실상 그들의 소유입니다.

기자: 그런데 돈주들은 달러나 인민폐를 사고 팔거나 비싼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고리대금업을 하기도 하고, 아파트 건설 등에 투자자금을 대기도 한다는데요. 이들은 어디서 이런 많은 돈을 벌었을까요?

란코프: 개인에 따라 돈을 얻은 방법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제일 성공적으로 장사를 하는 돈주들의 배경을 보면 압도적으로 국가와 관계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역, 외화벌이와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돈주는 군사기지에서 일할 때, 식량과 연료를 몰래 주민들에게 팔고 돈을 벌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돈주는 친구나 친족 간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허가를 얻었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사업에 필요한 돈을 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의 친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돈주들 가운데 1990년대 중국의 친족이나 가족 덕분에 장사를 시작하여 아주 빠르게 번창시킨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자: 혹시 이런 돈주들이 북한 권력층과 가깝거나 권력층에 속한 사람들은 아닌가요?

란코프: 돈주들과 북한의 권력계층은 이중적이며 모순적인 관계입니다.

첫째로 돈주들은 압도적으로 국가 및 권력계층과 지속적으로 결탁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돈주들은 북한이라는 국가에 대해 실망과 짜증이 많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들의 존재를 묵인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촉진시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들 때문에 시대착오적인 규칙과 조건을 없앨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돈주들은 노동당의 정책 때문에 공개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노동당 정책만 없다면 공개적으로 장사할 수 있고 공장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면 돈주 대부분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모릅니다. 북한 정권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다면 남북 통일이 올 수도 있습니다. 통일 한국에서 돈주들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지식은 시장경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통일한국에서 필요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에서 돈주들은 남한의 자본가들 즉 대기업과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경쟁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기자: 그게 사실이라면 돈주들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되거나 북한 체제가 망하는 걸 반대할 수도 있겠네요?

란코프: 맞아요. 돈주들은 북한의 개혁을 환영하는 동시에 혁명에 반대할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혁명적인 세력이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런 돈주들만큼이나 남북분단의 영구화를 필요로 하는 사회세력은 노동당 간부들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주들은 성공하기 위해 분단과 북한이라는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물론 그들 가운데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돈주들의 태도는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편으로 국가와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돈주들은 국가의 정책에 대해 많은 실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권이 치명적인 위기에 빠질 경우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여 혁명세력을 환영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권력층 가운데 돈주가 존재한다면 이들은 뇌물을 통해 쌓은 돈으로 돈주가 됐을까요?

란코프: 제가 알기론 북한에서 권력계층 가운데 돈이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돈주들은 별로 없습니다. 간부들은 사실상 직접적으로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간부들은 가족이나 친족, 친구, 특히 부인을 통해 이와 같은 규정을 간접적으로 위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간부들 가운데 독립적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은 비교적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간부는 부정부패나 뇌물을 통해 돈을 많이 얻을 수 있기에 직접적으로 장사를 하는 것보다 아마도 자신의 부인을 통해 장사를 할 것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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