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매체 “고난의 강계정신” 구호 또 등장

워싱턴-한영진 jungy@rfa.org
2017.09.13
self_salvation_b 사진은 평양시 군중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      북 TV 색바랜 1950년대 ‘천리마운동’ 영상 재방영

-      90년대 중반 자강도 인민들 “풀뿌리와 나무껍질 니탄까지 씹었다”

-      유엔결의 2375호 원유 30% 삭감, 섬유수출 전면 중단

-      북한, 핵보유국 자부심 고취시키며 ‘고난의 행군’ 각오 촉구

-      미 탈북자 “제재는 김정은 아닌 인민이 피해볼 것”

<북한은 어디로> 진행에 한영진입니다.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서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강력 대응으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를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대북제재안은 ‘역대 최강의 제재안’이라고 했던 2371호가 나온지 불과 한달만에 다시 채택되었는데요,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하는 원유공급을 30% 차단시켰고 섬유수출을 전면 중단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은 연간 10억 달러 상당의 경제적 손실을 볼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를 각오한 듯, 요즘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고난의 행군’ ‘자력갱생’ ‘간고분투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라’고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핵실험을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인민생활에 대해 보내드립니다.

<사운드 바이트> 니키 헤일리 주 유엔미국대사: Today’s resolution reduces almost 30% of the oil provided to North Korea, by cutting off over 55% of the gas….

북한정권의 생명줄인 유류가 처음으로 유엔안보리 제재대상에 올랐습니다. 연 450만 배럴로 추산되는 정유제품 수출도 55% 줄어든 연 200만 배럴로 동결되었습니다.

방금 들으신 녹음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유엔안보리 결의안 2375호에 대해 설명하는 녹화 내용입니다.

헤일리 대사는 이번 조치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이나 연료가 공급이 되는 것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도 한국 정부도 대북결의안이 채택된데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북한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단호한 의지를 시험하려고 들지 말고 대화의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녹취: 북한의 국제평화에 대한 무모한 도전은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를 초래할 뿐이라는 것을 북한 스스로 자각해야 합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아직까지 유엔에서 채택된 제재결의안의 세부 내용을 주민들에게 방영하지 않고 다만, 6차 핵실험 이후에는 ‘자력갱생’, ‘간고분투의혁명정신’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앙 중앙tv영상을 선별적으로 세계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트브에 올리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는 자력갱생 영상들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12일 북한 텔레비전은 흑백필림으로 된 낡은1950년대와 1990년대 영상을 돌리면서 ‘천리마의 정신’, ‘강계정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관련 영상 몇 개를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

조선중앙 tv: 1950년대 천리마대고조시기처럼 전례없는 생산적 앙양을 일으키자면, 우리는 가장 엄혹했던 50년대 전후 시기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11일 보도시간에는 느닷없이 자강도 혁명사적관을 소개하면서 “고난의 행군시기 자강도 인민들은 풀뿌리와 심지어 니탄을 씹어 삼키면서 기대를 돌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중앙tv 녹취: 지난 고난의 행군시기 우리 도안의 인민들은 장군님(김정일)만 있으면 승리한다는 신심을 가지고... 풀뿌리와 나무껍질, 심지어는 니탄을 씹어먹으면서 기대를 돌렸고…

이외에도 5일에는 천내세멘트 공장을, 6일에는 함흥제사공장 노동자들이 자력갱생을 높이 발휘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7일에는 순천화력발전소에서 “자력갱생의 불길을 더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색바랜 옛 영상을 재방하는 것은 새 대북제재인 2375호에도 굴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번 유엔대북 제재안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됐고, 인민생활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요?

우선 이번 제재안에는 지금까지로는 최초로 유류공급 제한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제재안에는 북한에 공급되는 원유공급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유 석유 제품은 55% 감축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중국과 러시아에서880만 배럴의 유류제품을 수입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 중 원유는 400만 배럴, 정유제품은 450만 배럴로 알려졌습니다. 즉 원유를 연간 400만 배럴 이상 들여가지 못하게 상한선을 치고, 정유제품은 200만 배럴만 수입하도록 했습니다. 배럴은 기름을 측량하는 국제 단위로 1배럴은 159리터입니다.

유엔안보리 제재안은 석유제품인 켄덴세이트(액상 탄화수소)와LNG(액화천연가스)를 완전 금지시켰습니다. 북한 고위간부들이 취사용이나 난방용으로 사용하던 액화천연가스가 막히면서 타격이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전체 대북원유수입의 약 30%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외 북한의 주요 외화원천인 섬유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시켰고, 유엔회원국들은 북한 노동자들을 새로 고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북한은 연간 약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국제사회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박영식 인민무력상을 제재대상에 올리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등 노동당 기관들도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엔의 제재를 받는 사람이나 조직은 외국 여행이 금지되고 외국에 있는 자산은 동결조치됩니다.

이번 제재안은 북한에서 외화를 벌만한 수출품목을 전면 차단했기 때문에 장마당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대북제재 결의가 내려지기 전부터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한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퍼지자, 휘발유 1kg당 1만 7천원, 즉 인민폐 13위안(미화 2달러)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 지금 기름값만 보게 되면 한주일전보다 계속 올라갑니다. 지금 북한의 실태가 반영된 거지요.

지난 4월 평양에 지부를 두고 있는 미국의 AP통신은 평양시내와 일부 주유소에서 휘발유 판매제한 조치가 내려져1㎏당 70~80센트 하던 휘발유 가격은 1.4달러까지 올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이 유류공급을 막지 않았는데도 핵실험으로 인한 불안 때문에 북한 원유판매소(주유소)와 기름 상인들이 판매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북한에서 원유가격이 올라가면 물건값도 따라 오르게 됩니다. 대부분 공업(공산)품들은 서비차로 나르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높으면 자연히 자동차의 운임비도 오르게 됩니다. 그러면 자동차 운임비와 원유가격이 물건에 반영되어 장마당 물가가 뛰게 됩니다.

이번에 제재안에는 북한의 섬유수출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현재 북한 평양과 신의주에는 돈주들이 운영하는 의류 임가공 업체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의류 회사들은 중국에서 원단을 들여와 가공을 한 다음 거기에 ‘made in china’라는 상표를 붙여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냅니다. 그 상품이 한국이나 미국 등으로 다시 수출되어 중국산으로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이 원단을 북한으로 날라가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는 북한에서 생산된 의류에 ‘made in china’라는 상표도 붙이지 못하게 통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의류업계에 종사하던 수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한 북한 경제 전문가는 “중국에서 의류수입만 막아도 북한에서는 천공장, 옷공장 등 연관부분 단위들에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면서 “장마당에서는 물가가 오르고, 각종 범죄와 사회적 불안이 조성된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엔회원국들은 북한 노동자들을 신규로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해외 파견근로자 선발이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약 5만명의 노동자들을 파견해 갱도굴설과 물고기 가공, 의류봉제업, 가발업 등에 종사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이 버는 노임(인건비) 가운데서 일부를 떼어 노동당 자금으로 가져갔지만, 노동자들을 받아주겠다는 나라가 없어 이제는 노동자들의 해외 진출도 막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가 북한 정권의 핵보유 야망을 포기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아무리 제재해도 제재를 당하는 피해자는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미국 동부에 사는 한 탈북민 여성의 지적입니다.

이모씨: 피해 보는 것은 백성들이지, 위에 것들은 하나도 피해를 보지 않습니다. 군에 있는 간부들, 예를 들어 지도원급들도 큰 타격을 받습니다. 그 사람들은 정말 뛰어다니면서 고생해도 군당위원장이나 행정위원장 등 간부들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요. 그저 고생하는 것은 밑바닥 인생들이지요.

이처럼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면 할수록 주민들의 허리띠만 조여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디로> 시간에는 핵실험을 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인민생활에 대해 보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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