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령 중심 일심단결과 ‘믿음 최강론’ 선전”

서울-오중석, 이현웅 ohj@rfa.org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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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근로자들이 "김정은 원수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결사옹위하며 유일적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북한의 근로자들이 "김정은 원수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결사옹위하며 유일적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통일전략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중석: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네. 노동신문 11월 20일자 1면에 수록된 ‘주체조선의 절대병기’라는 정론입니다. 이 정론은 “적대세력들이 고난과 역경 앞에서 북한이 주저 앉기를 바랬지만 일심단결을 통해 오히려 천 백배로 강해졌다”며 북한이 처한 현실에 대해 낙관에 치우친 평가를 내렸습니다. 세계 초강대국이나 열강이라도 북한이 처한 혹독한 환경을 당해본다면 통제불능의 대 동란과 유열참극이 일어나 한 달도 못 견뎠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70여년을 견디며 전진한 것은 기적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주체철학은 북한 주민의 진정한 힘이 일심단결에 있다는 것을 새롭게 확립해주었고, 북한을 주체사상의 모국, 자주시대 첫 번째 강국이 되게 했으며 향후 인류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나침반과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을 장성 강화시키는 억센 피 줄기는 믿음이며 이 믿음의 최고 화신은 바로 김정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수령을 믿으라, 당을 믿으라, 이것은 위대한 조선인민의 과학이다”라는 구호까지 제시했습니다.

오중석: 이번 정론은 북한의 힘이 어려운 환경을 버텨내며 갈수록 강대해졌다는 증거로 우리 식 주체무기의 초고속 개발, 삼지연군 산간도시의 완공 육박, 온실농사 표본창조를 제시했습니다. 이번 정론에 나타난 북한의 국력(힘) 평가 기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 주실까요?

이현웅: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힘은 그 나라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적 역량과 외교 안보적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합니다. 북한은 이번 정론에서 이러한 일반적인 기준에 근거하기보다 북한 인민들의 일심단결 하나만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일심단결은 수령에 대한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한 나라의 힘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인민의 단결과 지도자에 대한 인민의 믿음’에 있다는 것인데요. 단결과 믿음에 대한 측정방법이나 도구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습니다. 일심단결과 믿음은 의지의 영역인데 의지만으로 국가의 힘이 유지되고 증대된다는 것은 하나의 요설에 불과합니다. 우리 식 주체무기의 초고속개발을 언급하여 핵 무력 고도화를 힘의 장성으로 보고 있지만 핵무기가 있다고 해서 핵 무기가 없는 나라 보다 그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이 핵무기는 없지만 북한에 비해 그 힘은 몇 배나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오중석: 북한은 주체철학이 제시하고 있는 일심단결의 역학이 향후 다른 국가들의 발전과 인류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나침반과 이정표로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일심단결의 실체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까요?

이현웅: 이번 정론에 의하면, 인류 흥망사와 현대정치세계의 최대 관건은 “무엇을 위하여 어느 길로 갈 것인가 하는 이념의 문제와 그 것을 담보하고 실현 가능하게 하는 힘에 관한 문제로 귀착되는 데 자본주의의 이론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폄하했습니다. 북한의 주체철학은 강력한 국가발전과 인민의 진정한 힘이 인간의 자주적 본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주적 본성을 추구하는 북한은 제국주의의 황금과 폭제, 강권과 전횡 앞에서 굽신거리지 않고 자주강국으로 계속 장성, 강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하나의 자기 최면입니다. 현재 북한의 주체철학을 따르는 나라는 오직 북한 자신밖에 없습니다. 비교집단이나 대상이 없는 현실에서 근근이 유지되고 있는 북한체제의 ‘존속’ 하나를 근거로 단결의 역학을 운운하며 일반화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일심단결은 북한 주민 각자의 개인 주장이나 행동이 완전히 억제된 상태에서 모든 주민들이 오직 김정은 한 사람의 생각과 의지, 사상과 정책만을 추종하고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전체주의 독재체제의 행동양식입니다. 이런 류의 일심단결을 미화 칭송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북한 밖에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은 사회주의 낙관론에 입각해 ‘우리 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주기적으로 선전해왔습니다. 이번 정론은 북한 체제의 우월성 선전을 넘어, 북한의 일심단결이라는 사회정치적 원칙이 어느 국가에나 적용되는 국가발전의 최고 원동력인양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저급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이유와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이번 정론은 일심단결을 김정은 정권의 최고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심단결은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데, 김정은은 당과 인민, 군대, 근로자들 모두에 대해 위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언제나 인민을 마음 속에 안고 있기에 수 만리 하늘 길, 열차 길 이 세상 그 어디에도 가시어 인민과 함께 가시고 판문점에도 세기의 담판 장에도 그이의 곁에는 인민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이런 선전은 김정은의 인민에 대한 믿음과 인민들의 김정은에 대한 믿음이 한결 같고 철석 같다는 점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선전행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한 주민들의 단결력이 믿을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엘리트층은 김정은이 개혁개방정책을 지지했던 장성택 처형을 겪게 되면서 북한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됐으며, 이후 많은 엘리트들이 북한을 이탈해 한국이나 제3국으로 망명했다고 전해 집니다. 북한 주민 다섯 사람 중 한 명 꼴로 손전화를 갖고 있으며 이들은 북한 밖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고 북한체제의 한계가 무엇인지 비교의 눈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 정권은 북한 엘리트들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필요한 정치, 경제적 자원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입니다. 미국에 대한 제재해제 강력 요구, 한국정부에 대해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재개 몽니를 부리는 것만 봐도 내부 자원 배급사정이 얼마나 악화돼 있는 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정론은 이처럼 대내 정치, 경제와 남북관계 및 대외적 요인에 의한 위기를 모면해 보려는 선전책략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오중석: 북한 주민들은 이번 정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현웅: 상당수의 많은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의 유럽 유학경력을 들어, 북한이 점차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의 선대(先代)들이 주장을 답습해 황색바람 차단을 위한 모기장론을 강조하며 유훈 통치를 강행했습니다. 이번 정론이 주장하고 있는 일심단결은 외생적 자극과 부추김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전체주의 통치행태의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북한 주민들의 기대를 벗어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김정은 정권에 대한 실망은 더욱 커져만 갈 것입니다.

오중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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