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핵 개발 종사자들의 말로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5.24
[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핵 개발 종사자들의 말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22년 3월 11일 보도했다.
/연합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은 군사과학자들, 특히 핵 개발 관련자들을 특별 관리하면서 최상의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 대부분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정신 이상, 불임, 기형아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한국의 한 언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콜린스는폭탄을 위한 노예(Slave to the Bomb): 북한 핵과학자의 역할과 운명이란 제하의 보고서에서 북핵개발 관련자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자세히 밝혔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과 각종 비공개 자료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북한의 세습체제 유지를 위해 김정은이 자신의 생존을 걸고 핵개발에 매진하기 때문에 군사과학자들, 특히 핵과학자들은 핵무기 개발에 실패할 경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며 항상 퇴로가 없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핵개발 종사자들을폭탄의 노예로 지칭하면서 이들은 10살 안팎의 나이에 핵개발 종사자로 선발되어 평생을 핵무기 개발에 바쳐야 할 운명에 처해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수학, 과학, 물리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영재학생을 선발해 집중 교육을 통해 핵과학자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들 핵과학자들은 오로지 김씨 왕조 체제를 보위하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하며 근무 장소나 그에 따른 주거 환경, 근무 상황 등 모든 것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외부와 차단된 채 살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핵관련 시설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안전수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모든 핵시설 종사자들은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첨단 안전장구를 갖추고 작업시간도 최소화 하는 등 종사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매뉴얼(작업수칙)을 마련하고 그대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 종사자들에게 국제 기준의 까다로운 안전수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안전 규격에 맞는 방호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핵시설 안에서의 작업 제한시간을 잘 지키는지, 핵 기술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방사능 피폭여부를 검사하고 있는지, 크고 작은 핵 누출 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민들과 핵 전문가들은 핵과학자는 물론 군인과 주민을 체제보위를 위한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는 북한이 국제기준의 핵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킬 리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북한이 핵관련 시설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북한 핵개발 과정에서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탈북 과학자나 핵시설 경비부대 출신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핵관련 시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017년에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지하 갱도 공사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해 핵 과학자를 포함한 수백 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등 핵관련 시설을 경비하는 경비 부대 군인과 인근 주민들의 방사능 피폭도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핵실험 지하갱도에 방호복도 없이 맨몸으로 투입해 방사능에 피폭되어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사망으로 몰아가는 인권유린행위도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정부는 지난 2017~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길주군 출신 탈북민에 대한 방사능측정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지역 출신 탈북민에 비해 상당히 높은 방사능 잔류량이 나타나 핵실험이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의 한 북한인권단체는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반경인 양강도와 함경도 지역 대부분이 방사능에 영향을 받았으며 지하수가 오염되어 주민들이 식수를 통해 장기간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핵개발과 핵실험 과정에서 핵시설 종사자와 인근 지역 주민의 방사능 오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지하 핵실험의 경우에도 근처에 지하수맥이 있다면 방사성 물질이 수맥으로 흘러들어 지하수까지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근무 군인들과 길주군 주민들 속에서 원인모를 질병, 특히 암 발병률이 타지역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아 방사능 피폭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핵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조치는 물론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핵관련기술은 여전히 구식에 머물러 있고 오로지 핵무기 생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나 원자로 등 핵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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