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 김정은식 ‘회의 정치’의 허와 실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12.30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 김정은식 ‘회의 정치’의 허와 실 지난 6월 북한 노동당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모습. 한국 정부는 27일 이번 주 중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지난 27일 노동당 제8 4차 전원 회의가 개막되면서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을 회의로 시작해 회의로 마무리하는회의 정치의 절정을 이루었다고 밝혔는데, 사실 회의는 실천을 잘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서 실천은 전혀 없이 불철주야 회의만 한다면 이것 또한 희세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 노동당이 2021 1월 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해 보고 좌절의 쓴맛을 보고 있는데, 경제개발이란 예산과 자원 등 준비된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노동당은 아무 준비도 없이 당정책만 쏟아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북한 김정은식회의 정치의 허와 실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북한이 예외적으로 2021년 무려 네 차례의 노동당 전원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것 또한 놀라운 일인데 원래 당 전원회의는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찬일: , 노동당 전원 회의는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노동당의 대내외 주요 정책을 논의·의결하는 회의체입니다. 과거에는 6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던 것을 2016 7차 당 대회 때부터 그 시한을 폐지하다 보니 김정은 총비서 맘대로 이렇게 연중 네 번씩이나 개최하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연중 단 한 차례도 전원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질문 2: 이번 제8 4차 전원 회의는 어떻게 개막되었는지요?

 

안찬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8일 전날 전원 회의 개막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해 '정치국 위임'에 따라 사회를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개막 당일은 함구하다가 다음 날 보도한 것입니다. 과거 소련 공산당도 간혹 그랬습니다만 이렇게 집권당 행사 소집 날짜를 일절 비밀에 부치는 나라는 아마도 북한밖에 없을 것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원 회의 의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은 채 "상정된 의정들을 승인하고 토의사업에 들어갔다"고만 간략하게 소개했습니다.

 

질문 3: 이번 전원 회의 참가자들의 면면도 궁금합니다. 물론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가했겠지만, 상당히 많은 간부들이 평양에 모여들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만

 

안찬일: 그렇습니다. 이번 전원 회의에는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외에도 북한 각지의 말단 시·군 및 주요 공장·기업소 간부들까지 참가했다는 점에서 5개년 계획 2년 차인 내년도 경제와 민생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지속되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장기전 속에서 주민 사상교육과 사회 기강 확립 등 내부 결속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당 전원 회의가 논의의 장이 되도록 첫날부터 '토의사업'에 집중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 총비서의 대미· 대남 메시지는 회의 중간이나 마감일에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예년의 전원 회의는 대개 사나흘간 계속됐으나 이번에는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전원 회의는 김 총비서 집권 10년 차에 열리는 만큼 '미니 당대회'급이라는 평가까지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원회의 주석단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및 위원들이 앉았는데 아랫줄은 김정은 총비서를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5. 즉 왼쪽부터 김덕훈 내각총리, 조용원 조직비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정천 군사비서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질문 4: 이번에 북한 노동당이 대미 및 대남 메시지도 내놓을지 대내외의 관심이 높은데 그 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남북 및 북미 관계 경색국면에서 김 위원장의 대외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주석단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및 위원들이 앉았는데, 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국무위원과 김 위원장의 의전을 맡은 현송월 당 부부장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김여정의 직위 상승이 공식화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얼마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 행사 때 김여정은 거의 정치국원급 지위의 주석단 자리를 잡았는데 그것이 단지 아버지 행사여서 그런지 아니면 직위 상승을 의미하는지 이번 전원 회의 인사 시 드러날 것입니다. 아마도 전원 회의는 3-4일 정도 열릴 예정인데 마지막 날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을 통해 대내외 메시지를 보내고 그것으로 신년사를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질문 5: 북한의 김정은식회의정치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 주시지요?

 

안찬일: 원래 전체주의 체제의 노동당은 회의와 학습을 좋아합니다. 쩍하면 회의를 열고 사람들을 볶아대고 학습이란 걸 자주 하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요즘처럼 정보화 시대에,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의 엄중한 시기에 사람들을 자주 모아 놓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입니까? 노동당 전원 회의 토론자들의 면면을 보시면 알 수 있지만, 그들 어느 누구도 노동당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 김정은 총비서는 현명하고 탁월하며 심지어 전지전능하다고까지 찬양합니다. 그런데 왜 북한은 인간 생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까? 북한이 사람 못살 세상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은 바로 노동당의 책임이고, 김정은 총비서의 책임입니다. 그런 걸 외면한 채 제아무리 유창하게 성과를 떠들면 뭐 하겠습니까? 이런 회의는 안 하느니보다 못한 것입니다. 유명무실한 회의 정치는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합니다.

 

질문 6: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에는 군부대를 단 한 차례도 안 찾았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참관하거나 군부대를 시찰했다는 북한 관영매체 보도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본 NHK방송은 북한 관영매체를 분석하는 '라디오 프레스'를 인용해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이 올해 1 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김 총비서의 동정을 78건 보도했다고 전했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적은 숫자입니다. 한국의 정보기관은 김 위원장이 코로나 19 감염을 우려해 활동을 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북한 관영매체의 김 위원장 동정 보도는 당의 주요 회의나 주택 건설 현장 등 국내 관련이 62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했고, 열병식 등 군 관련 활동은 14건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나 군부대 시찰 등은 1건도 없었습니다. 지난시기 제아무리 어려워도 군부대는 찾아가던 김정은 총비서가 그 발길을 멈춘 데서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과 내부 빈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 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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