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코로나를 이겨냅시다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03.24
truck_pack-620.jp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폐업 식당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종로구 황학동 주방거리에서 상인들이 폐업 식당에서 사들인 중고 주방설비를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형 코로나 비루스가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친구, 친척, 동료, 이웃과 어울리는 것을 잠시 멈추고

비루스가 확산되지 않게 잠시 거리를 둬 달라는 당부인데요.

다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웃고 얘기하던 것이 이렇게 큰 즐거움이었나 싶은 요즘입니다.

‘여기는 서울’ 오늘은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이웃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얘기, 전해드립니다.

 

신형 코로나비루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모두들 힘겹다고 말합니다.

개학이 연기된 아이도 재택근무를 하게 된 어른도 모두 가능한 집에만 있어야 하니까요.

 

인서트1: (인터뷰) 아침, 점심, 저녁 해 먹이고 그리고 간식 두 끼 챙겨주고 같이 놀아주고.. 같이 놀아주는 게 사실은 제일 힘들어요. / 3주째 재택근무 중인데 아이들도 같이 유치원에 등원을 안하다 보니깐 회의 중에도 수시로 아이들이 같이 놀아달라고 해서 온전히 회의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재택근무의 가장 어려운 점입니다. / 둘 다 제대로 집중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애도 계속 방치되는 것 같고 일도 집중 못하니까 실수도 나고.. 안타깝죠.

 

바깥 활동을 최소화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한숨도 커졌습니다.

 

인서트2: (인터뷰) 사람들이 너무 안 나와서 시장 상인들의 고충이 많습니다. 장사가 정말 1/3로 줄었다고 할까요? 그 정도로 고충이 심하죠. / 앉아있는 손님보다 장사가 상주하는 직원들이 더 많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일하는 사람도 그만두게 하고 혼자 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하루 세 끼를 꼬박 집에서 먹어야 하는 요즘,

‘주부 과로사’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은 웃을 수 없습니다.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코로나 비루스는 세계적 대유행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 힘을 내게 하는 소식도 있습니다.

폭발적으로 비루스 감염증 환자가 증가하던 시기,

대구 지역으로 자원해서 달려간 의료진들.

방호복과 마스크 때문에 짓무른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도 웃는 간호사들.

 

인서트3: (인터뷰)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데, 집에서 그냥 있는 게 참 양심이 편치 않았어요. 그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 멀리 서 온 이유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온 거고 여러 의료진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제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지 해서 온 것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함께’하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의 기부금처럼 금액이 크진 않지만

유명인의 기부처럼 통 큰 액수는 아니지만

폐지를 주워 모은 돈, 동전을 모은 저금통, 자신이 쓰려고 갖고 있던 마스크까지…

 

인서트4: (인터뷰) 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고 찾아보니까 보험이 하나 있더라고.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닙니까. / 대구에 마스크를 못 사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기부를 했어요. /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즉석식품, 위생용품으로 구성된 생필품 세트를 지원 예정입니다. / (제가) 몸이 좀 아픈 사람이라 집에만 있어요.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이 작은 영웅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면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이웃들입니다.

 

인서트5: (인터뷰) 하루하루 폐지 주워서 판 거.. 죽기 전에 좋은 일 한번 하고 죽자하는 마음으로 이거(기부)를 했어요. / 봉지에 파출소 앞에 놓고 간 그거보고 감동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결정을 했습니다. 아, 나도 하면 되겠다! / 저희들이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보다 더 힘든 이웃, 사회적 약자분들에게 드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해서 기부할 예정입니다.

 

탈북민들도 빠질 수 없습니다.

탈북 여성 최초로 식품영양학 박사가 된 이애란 씨.

서울에서 북한전통음식 문화원을 설립해 운영 중인데요.

탈북여성들과 함께 만든 북한식 약과 500상자를 대구 의료진에게 전달했고

탈북민 봉사단체 겨레얼통일연대에서는 봉사단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았습니다.

 

인서트6: (이애란) 대구의 의사들이 식사도 못하고 고생을 한다고 그래서..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우리가 거기 가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냥 격려 차원이죠. 탈북자들이 다 만드는 거에요. / 우리가 어려울 때 정착이 어려울 때 국민들이 도와줬는데 우리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 / 코로나 때문에 의사들이 고생한다는 걸 듣고 진짜 가슴이 아파서 저도 동참하고 싶더라고요.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는 김진희 씨는

2011년 탈북해 2015년 장수에 정착했는데요.

코로나 비루스 확산으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지역사회에 기부했습니다.

 

인서트7: (김진희) 코로나 때문에 대구 쪽에서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 생각은 대한민국에서 우리(탈북민)를 받아줬고 내가 한 10년 생활을 한국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있잖아요. 자유를 가진 것만으로 저희(탈북민)들은 만족하거든요. 이 나라가 있어야 우리 탈북민도 있고 국민도 있는 거 아니에요. 저는 그런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진희 씨도 처음엔 기부까지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코로나 비루스의 확산으로 수선집 손님이 줄고 마스크를 구하기 쉽지 않으니

수선집에 있는 천으로 만들어 볼까… 했던 것이죠.

 

인서트8: (김진희) 처음엔 생각하기를 그저 내가 만들어 쓰자, 내거만 내가 만들어서 쓸려고 했는데 여기는 시골이라 어르신들이 많으시니까 봉사활동이나 해야겠다… 그래서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 거죠. 낮에는 만들고 저녁에는 집에 와서 만든 거 가져와서 신랑하고 같이 포장하고 실밥 같은 거 정리하고 한 거죠. 혼자 300개는 어림없죠. 신랑이 많이 도와준 거죠.

 

원래 목표는 마스크 500개 였답니다.

마스크 제작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

300개만 만들게 됐다며 진희 씨는 아쉬워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써달라고 마스크를 기부를 하느라 정작 진희 씨가 쓸 마스크는 없는데도 말이죠.

 

인서트9: (김진희) 내 꺼는 아직 없죠. (웃음) 만들다 보니까 필터가 모자라서 안되겠더라고요. 내가 쓰는 것은 필터는 넣지 않고 쓰고 다니는 거죠. 어쨌든 내가 어르신들보다 건강 잖아요.

 

진희 씨가 만든 마스크는

내부에 교체용 필터가 들어있어서 감염 예방도 되고 세탁을 하면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더 손이 많이 가죠.

마스크 300개를 만드는데 꼬박 일주일.

탈북 과정에서 한 쪽 눈을 실명한 진희 씨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진희 씨는 그래도 웃습니다.

 

인서트10: (김진희) 시각장애 6급을 받았어요. 2010년도에 북송이 됐거든요. 그런데 중국에서 17년을 살다보니까 한국말을 다 잊어버린 거죠. 알아는 듣는데 말을 하는 게 잘 안됐죠. 한국말보다 중국말이 먼저 나가니까 (북한 교도관이) 한 50cm정도 되는 몽둥이로 왼쪽 머리를 쳤는데 시신경이 잘못된 것 같아요. 그때 빨리 치료했으면 됐을텐데 1년 동안 청진집결소에 있었어요. 치료할 시기를 놓친 거죠. / (리포터) 그렇게 불편한 눈으로 마스크를 만드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 / (김진희) 그래도 괜찮아요. 아직 한쪽 눈은 살아 있잖아요. 힘들다고 생각하면 봉사활동 못하죠.

 

한쪽 눈이 불편한 것보다 진희 씨를 힘들게 하는 건 딱 하나.

고향 생각입니다.

 

인서트11: (김진희) 미우나 고우나 저희들은 태어난 곳이 북한이고.. 그래도 고향은 고향이잖아요. 쉽게 고칠 장티푸스, 파라티수 같은 거 걸려도 죽은 사람이 많아요. 코로나 같은 신형 바이러스가 들어간다면 끝이 난 거죠. 희망사항이 있다면 제발… 마스크요. 코로나가 없어질 때까지 보내고 싶어요.

 

-Closing-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진희 씨는 한참이나 흐느꼈습니다.

고향에 있는 가족,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마스크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진희 씨.

 

인서트12: (김진희) 저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보답할 길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가진 재간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자그마한 성의에도 고맙게 잘 써주시고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며 함께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들…

우리의 사회적 거리는 떨어져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어느때보다 가깝고 뜨겁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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