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남북 더 보기(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4.12.03
[여기는 서울] 남북 더 보기(1) 남북더보기 행사에서 좌측부터 이상은(남측),강유진(북측),심영미교수.
/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호기심 즉 궁금해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합니다새로운 것과 미지의 것에 끌리고 모르는 것을 찾아보고 알아보고 싶은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죠.  

지금 한국에는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공존하며 살아가는 만큼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 바로 호기심입니다.

 

남북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만나는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다녀왔습니다.

 

[현장음] (사회자저희 프로그램은 참여하신 위원들이 본인들이 각자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요오늘은 좀 다른 방식을 해야 될 것 같아요제가 오늘 윗동네 먼저 소개할까요아랫동네 먼저 할까요멀리서 오신 분부터 하는 게 예의겠죠? / (방청객윗동네! / (사회자윗동네좋습니다북한의 함흥 체대를 졸업하시고 북한의 송구 선수우리 강유진 선생님환영해 주세요. (박수 소리)

 

이곳은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대강당.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이곳에서 남북 더 보기’ 토크콘서트가 진행됩니다이 행사는 지난 2023년부터 시작됐는데요먼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부터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승민 팀장] 안녕하세요저는 남북통합 문화센터의 미래화합팀의 이승민 팀장입니다이라고 합니다우선 ‘남북 더 보기’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전에 ‘남북 생애 나눔 대화라는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야 될 것 같아요. ‘남북 생애 나눔 대화는 남북 주민들이  5로 모여서 각자의 생애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서로의 차이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이런 부분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을 좁혀가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건데요. ‘남북 더 보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더 크게 소통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입니다그래서 북한의 전직 직업남한의 현직 직업 또 동일 직업군의 전문가를 초빙해서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떤 부분이 같은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되겠습니다.

 

말하자면 남북 더 보기는 남북한의 직업군별 경험을 공유하며 남북 사람들이 서로를 배워보는 시간입니다올해는 어떤 이야기들을 나눴을까요이승민 팀장의 이야기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이승민 팀장] 올해는 여군 장교 편을 시작으로 남북의 한의사남북의 열차 승무원 또 남북 가수 편까지 전직 현직 전문가들이 참석해서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 또 사회적인 문화적인 개인의 경험에 대해 소통했습니다처음에는 대강당에서 진행하는데 총 좌석이 103석 정도 되거든요그때는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첫 출발을 했었어요하지만 지금은 강당이 꽉 차고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서 보시는 상태입니다그래서 사전 예약을 안 하면 들어오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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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에서는 지난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된 운동선수 편’ 현장을 찾았습니다.

 

[현장음] 저는 북한에서 온 송구 선수였던 강유진입니다잘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전 핸드볼 선수였고요선배님보다 조금 길게 (소개)하자면 초등학교 3학년 10살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해서 34살 때까지 24년간 핸드볼 선수 생활을 했고요지금은 맥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

 

북한 출신의 강유진 선수와 남한 출신의 이상은 선수입니다같은 종목이지만 남북이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요북한은 송구남한에서는 핸드볼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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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더보기 행사 포스터. /RFA PHOTO

 

이상은 씨는 조금 더 일찍 선수 생활을 시작한 유진 씨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데요강유진 씨는 함흥 체육대학을 졸업한 송구 선수이상은 씨는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금메달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등 올림픽 경기에 3번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경희대학교 심영미 교수의 진행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송구 선수가 된 계기는 비슷했습니다두 사람 다 달리기를 잘했고 소학교 때부터 시작했다는 건 비슷하지만 선수 생활에 들어서면서 차이가 납니다무대 뒤편에는 강유진이상은 선수의 약력을 기록한 내용이 있는데요그것만 봐도 알 수 있답니다강유진 씨의 이야기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강유진] 아까 이상은 선수의 이력은 길게 나와 있고 제 건 짧게 나와 있어서 솔직히 말해 가슴 아팠는데 저희 아버지가 수용소 갔다 오다 보니까 국제 경기 못 나가게 합니다. (저는국내 경기만 뛰게 합니다이상은 선수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이니까 저렇게 막 외국이랑 갔다 왔다 했네요하지만 저희는 이제 국내에서만 (경기)해요송구를 할 때는 집단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장군님 뜰 위에서 똘똘 뭉치자 이런 의미에서 저는 송구 선수로 나라를 위해서조국을 위해 충성하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강유진 씨 가족은 유진 씨 나이 7살 때 정치범 수용소 혁명화 구역으로 추방돼 7년 뒤에 나왔는데요유진 씨의 뛰어난 운동 신경 덕분에 선수로 발탁됐습니다그러나 한계가 명확했죠송구라는 종목의 인지도 역시 낮아서 빛을 볼 순 없었지만 유진 씨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장음-강유진북한에서는 송구한다고 하면 여자가 세다’ 하고 남자들도 좀 무서워해요한 대 맞으면 쓰러지니까요제가 팔 힘이 엄청 세거든요그래서 북한은 송구 한다고 하면 쟤 저거 왜 하지?’ 이렇게 하는데 저는 그냥 장군님 전사니까 그냥 해야 된다 생각했어요견디기 위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그냥 내 몸은 내 몸이 아니다조국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몸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핸드볼 즉 송구는 인기 종목은 아닙니다그렇다면 상은 씨의 선수 생활은 어땠을까요?

 

[현장음-이상은] 선배님 말씀 들어보니까 북한보다는 자유로움 속에서 선수가 되는데요특별한 과정이라는 건 없고 저처럼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거나 핸드볼 부가 있는 학교 아니면 클럽을 통해서 핸드볼을 시작하고 내가 재능이 있다’ 하면 그때부터 전문적인 선수 과정 훈련을 받으면서 전문 선수가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특별히 테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뭘 위해서라는 것도 없고 본인이 원해서 선수를 지원하는 것으로 진행이 됩니다.

 

선수촌 생활에서도 남북의 차이가 있는데요특히 식단 차이가 컸습니다먼저 강유진 씨의 말입니다

 

[현장음-강유진] 북에서 선수촌 생활을 할 때 오리고기가 선수들 영양제예요그런데 오리고기는 선생님들교수님들이 다 뽑아 먹어버리고 오리 기름에 밥을 말아줘요뼈다귀도 못 먹고 그냥 오리 기름에 해서 주지만 선수촌 들어가는 게 영광이거든요우수한 선수들이 가는 곳이니까요선수촌에 들어가면 운동복도 다 나라에서 줍니다짤짤 늘어나는 거요한 번 빨면 1미터씩 늘어나는 거지만 그런 것도 영광이잖아요그거 입고 그 훈련해야 되거든요.

 

국가대표국내 선수 모두 선수촌 생활을 하는 북한과 달리 남한에서는 국제대회를 앞둔 경우에만 선수촌 생활을 합니다강도 높은 훈련으로 유명한 한국의 선수촌 생활대신 영양식 얘기 앞에서 상은 씨는 괜히 민망합니다.

 

[현장음-이상은] (강유진선배님한테는 죄송한 얘기지만 남한의 경우에는 국내 대회가 있을 때는 각 팀의 선수들이 많이 자유로워져서 각자 집을 얻어서 지내고 훈련 시간에만 모여서 하는 시스템이고 만약에 집이 멀다 하면은 팀에서 숙소를 하나 얻어줘요거기서 단체로 생활하면서 훈련하고요국제 경기가 있어서 대표팀에 차출이 되면 선수촌에 들어가요한국은 선수촌 시스템이 되게 잘 돼 있습니다예전에 제가 선수 생활할 때는 태릉에 선수촌이 있었고 그 선수촌 안에 각 종목 별로 다 체육관이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인데 지금은 진천으로 선수촌이 이동했어요좀 더 좋은 환경 또 좋은 조건에서 지금 훈련하고 있고요아까 뭐 오리고기 기름 얘기하셨는데 (한국선수촌의 경우 선수들 식당은 정말 훌륭합니다선수들의 훈련이 강하기 때문에 매 끼니의 칼로리가 어쩌면 일반인의 하루 칼로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Closing Music-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남북 운동선수의 차이도 극명해지는데요두 사람을 향한 방청객들의 질문도 쏟아집니다남은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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