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할 사람을 찾습니다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5.01.29
wedding_snk_couple_305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복지회관에서 북한이탈주민 김혜영씨와 안성시에 거주하는 장석도씨가 결혼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선 이성을 소개받을 때 남자들은 대부분 예쁜 여자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여자들은 능력 있는 남자를 1순위로 꼽고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탈북자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결혼을 대체로 빨리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남성들 중에는 배우자 구하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배우자를 구하고 싶어 하는 한 탈북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새해가 되면 다들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죠. 공부를 하겠다거나 운동을 하겠다, 금연을 하겠다, 살을 까겠다 등등 사람마다 다 다른데 특히 아직 짝이 없는 사람들은 올해 연애나 결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물론 다짐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게 연애나 결혼입니다만 탈북 남성들 중에서도 그런 고민하시는 분들 계실 것 같아요.

마순희: 우리 탈북자들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여성분들도 그렇고 남성분들도 다 그러하지만 그 중에서도 그런 전화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남성분들이라 남성들이 더 고민한다고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며칠 전에 그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인데 항상 본인의 문제거나 아니면 회사동료들 중에서 상담 받을 일이 있으면 저와 자주 통화를 하시는 분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에는 부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며칠 전 상담전화 끝에 혹시 주위에 50대 혼자 사시는 여성분이 없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더니 부인과 이혼한지 1년도 더 넘었다고 합니다. 가정 문제라 캐묻기 주저되어 더 이상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탈북자들 중에서 의외로 함께 탈북한 가족들도 서로 갈라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게 됩니다. 간혹 상담하다보면 밤중에 술을 마시고 외로움을 호소하는 남성들도 가끔 있거든요. 흔히 알고 있는 독신여성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식으로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하군 하는데 저도 안타깝습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예진: 그렇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쉽지 않죠. 물론 많은 탈북남성들이 안락한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술 한 잔 마시고 속상해서 전화할 정도로 고민이 큰 분도 있다는 얘기잖아요. 대체로 결혼 비율이 높은 탈북여성들과 달리 탈북남성들이 이런 고민을 하기도 하는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마순희: 글쎄요. 그 이유를 한 두 마디로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혼자 사는 분들이 외롭고 고독한 것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성들보다 남성들이 무언가 전화로라도 털어놓게 되니 남성이 더 많은 것으로 비춰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한 밤중에 충북에 계시는, 제가 잘 알고 있는 탈북자 남성이 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농촌에 귀농한 분인데 겨울이라 하는 일 없어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매일매일 한 10만 원정도, 100달러정도 일당을 받게 되는데 돈 관리를 못해서 걱정이랍니다. 제가 매일 돈을 받으면 가는 곳마다 있는 것이 은행인데 은행에 저축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더니 그게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남자들끼리 일이 끝나면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는데 거절하고 그 돈을 가지고 집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인데요. 가족이라도 있으면 빨리 집에 가보아야 한다고 핑계를 댈 수 있지만 혼자 사는 처지를 뻔히 아는데 그럴 수도 없다는 거죠.

이예진: 아니 그러면 그 돈을 술 마시거나 하면서 다 쓴다는 거네요?

마순희: 글쎄요. 그래서 참한 여성이 있으면 돈 관리나 해주면 되니까 그런 여성을 좀 소개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좀 저속한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속담에도 “과부 집에는 보물이 서 말이고 홀아비 집에는 이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은 혼자서라도 살림을 착실하게 할 수 있지만 남성들은 그런 면에서 여성보다는 더 어렵다는 얘기인 것 같네요.

이예진: 전반적으로 스스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미래를 설계하는 게 아니라 그걸 해줄 사람을 찾는다는 얘기 같네요.

마순희: 남성들 중에도 혼자 살면서 저축도 하고 착실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드문 현상이기는 하지만 제가 상담한 그 사례는 한 마디로 악순환인 거죠. 돈 관리해줄 여성을 못 만나서 자신의 처지가 현재 어렵다고 생각하는 남성에게 어떤 여성이 다가오겠어요? 스스로 자립해서 목표의식을 갖고 차곡차곡 돈도 모으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함께 할 여성을 찾는 게 아니라 돈 관리나 가정을 돌봐줄 여성이 없어서 술을 마시고 하루하루 생계만 생각하는 남성은 어떤 여성에게도 매력이 없죠.

이예진: 그렇죠. 그래서 그분에게 뭐라고 말씀해주셨나요?

마순희: 그분은 제가 잘 아는 분이기는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라 대화가 잘 안 될 것 같아서 후에 술이 깬 후에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그냥 전화기를 놓지 않아서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간단한 실례로 중국에서 돈 벌러 온 교포들인 경우 부부가 함께 와서 돈 관리해 주는 사람이 몇이 되겠는가, 그래도 몇 년 동안 아글타글 모아가지고 고향에 돌아가면 그 돈으로 정말 남부럽지 않게 살겠다고 열심히 살고 있는 그런 사례들이 많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매일 매일 힘들게 일하고 받은 돈으로 술이나 마시고 아침이면 또 힘든 일을 하고 하다보면 남는 게 무엇이겠는가, 마음을 굳게 먹고 악착같이 살아야 될게 아닌가 했더니 자신도 그걸 알면서도 잘 안 된다면서 하소연하더라고요.

이예진: 특히 한국에선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진 남자, 매력 없죠.

마순희: 탈북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여성을 우대해주고, 가정일도 도와주는 배려심 많은 남성에게 더 끌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오신 분들인 경우에도 서로가 노력해야 행복한 가정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안타깝지만 서로 갈라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버리고 잘 정착해서 살고 있는 탈북남성들 중에는 한국여성들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예진: 앞서 돈 관리를 할 여성을 찾던 그 탈북남성이 올해 연애를 하거나 결혼에 성공하려면 어떤 것들을 고치면 좋을까요?

마순희: 그 분은 제가 생각해 볼 때에도 선택을 잘못 하신 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흔히 갑자기 차례진 자유와 선택을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일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할 수가 있지만 그 선택에 대해서는 그 누가 아닌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거잖아요?

그분 같은 경우에도 기왕 농촌을 선택하였으니 자신의 선택에 책임져야죠. 도저히 이것은 아니다 싶으면 미련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그 분은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고요. 워낙 우리사람들이 고집이 좀 있잖아요? 그냥 농촌을 고집하면 그 곳에서 정착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죠. 농번기가 되기 전에 일자리가 적당치 않다면 한두 달 정도라도 다른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은 맞는 선택이라고 봐요. 그런데 일하는 것보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번 돈을 차곡차곡 저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자기스스로가 의지를 가지고 해나가야 되겠죠. 세상에서 가장 센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아마도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죠. 그리고 술도 적당히 마시도록 자제해야 될 것 같고요. 자신이 농촌에서 어떤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그 준비를 하고 정착해 나간다면 언제라도 그를 이해해주는 인연이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아니,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예진: 네. 저도 믿겠습니다. 아마 여성분들도 누군가 가정을 꾸려주길 바라면서 저축 없이 살아온 남성보다는 행복한 가정을 꾸릴 준비가 되어있는 남성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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