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한국인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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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산시 오산대학교에서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의 남성 피부미용사 자격증 실기 시험이 실시돼 응시생들이 최선을 다해 시험에 임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시 오산대학교에서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의 남성 피부미용사 자격증 실기 시험이 실시돼 응시생들이 최선을 다해 시험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직업의 종류는 수만 가지, 그리고 새로운 분야의 직업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요.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단순 노동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탈북자들도 있지만 새로운 분야의 일에 도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는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단순 노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이 많은데요. 탈북 남성분들이 많이 따는 자격증은 아무래도 여성들과 좀 다를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남성들 경우에는 기계, 중장비학원이나 전기 전자분야의 학원, 정보통신분야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등으로 자격증을 따고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컴퓨터나 중장비자격증, 전기 전자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그 기간 생활비나 교통비, 식비 등이 다 제공되고 일반적으로 120만원(1000달러)의 직업훈련장려금이 지급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200만원(2000달러)의 자격증취득 장려금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또는 1년 이상의 직업훈련과정인 경우에는 200만원(2000달러)을 추가로 지급하기도 한답니다.

제가 작년에 착한사례 발굴, 즉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일을 하면서 제주도에서 만난 한 남성이 생각납니다. 그분은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의 40대 남성이었는데 북한에서 도시경영이라고 하는 도시미화 관련된 일을 하다가 오신 분이었어요. 북한에서는 아파트나 혹은 주택지구의 보수작업이나 미장도 하고 하여튼 온돌수리부터 수리하는 일은 다 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수공업적으로 하던 일을 한국에 와서는 다 현대적이고 기계화가 되어 있는데 이어서 할 수가 없잖아요?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자격증을 따면 자격증취득 장려금도 주니까 일단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답니다. 그 분은 중장비 운전하는 일을 해 보고 싶었다는데요. 자격증만 쉽게 따자면 컴퓨터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할지 모르지만 자기가 일해야 할 직업을 생각해서 중장비학원에서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지만 전혀 생소한 중장비를 직접 운전하면서 실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취업 역시 쉽지는 않았답니다. 중장비를 쓰는 곳이면 스스로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알아보았고 취직시켜만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계약직으로 취직하게 되었답니다. 아침이면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작업장 정리도 하고 어지러운 곳이 있으면 청소도 하면서 열심히 일했지만 6개월이 다 되도록 기계를 운전하는 것은 절대로 맡기지 않더랍니다. 그렇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남들이 쉬는 시간에는 기계를 닦으면서 짬짬이 기술을 익혔고 한 사람이라도 자리를 비우면 자신이 대신 운전하면서 어떤 기계든지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익혀 나갔답니다. 마침내 그의 끈질긴 노력과 성실성이 빛을 발하여 운전공으로 일하게 되었고 2년차인 지금은 차장으로 승진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이 든든히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대학에 가라는 지인들의 권고를 마다하고 자기에게 맞는 기술을 배운 것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너무 행복해 하시더라고요.

이예진: 집념을 갖고 성공한 사람들을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하는데 정말 바닥부터 다져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간 ‘의지의 한국인’이시네요. 한 달도 안 돼 일이 맞지 않는다고 그만 두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렇게 의지로 목표를 이루는 분들도 많죠?

마순희: 네. 저의 동네에 살고 있는 50대 후반의 남성분은 전기 학원을 다니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파트 건물관리사무소에서 전기점검 관련 일을 하는데요. 대개 그 나이에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나 주차관리 등 하는 일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급여를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사정들은 다 있겠지만 초기에 하나원을 수료하고 돈을 빨리 벌겠다고 일용직으로 일당으로 일하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필요한 직업훈련을 받고 취직하면 이렇게 훈련수당, 자격증 취득 장려금 등 다 받고도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예진: 취업 관련해서 한국 정부가 지급하는 장려금 같은 것이 있으니까 이걸 잘 활용해서 원하는 직업을 갖는다면 나중에는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밖에 최근 들어 탈북자들이 관심을 갖는 자격증이 있다면요?

마순희: 자격증을 따면 취업은 문제없이 할 수 있는 자격증들이 인기가 많죠. 그 중에는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있는데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용어도 낯설고 설명이 잘되어 있어도 몇 년 정도 한국에 정착해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용어들을 이해하기조차 힘든 자격증입니다. 본인의 직업을 선택하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의 직업선택과 일자리 알선 등 모든 것을 도와주는 직업상담사가 쉬운 게 아니거든요.

이예진: 그렇죠. 남한의 직업들도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을 테니까요.

마순희: 네. 거기에 한 가지를 가르치려면 열 가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과 같이 지식으로 배운 것을 현실과 결부해서 그것도 다른 사람을 상담해 준다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어렵게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딴 분들은 고용지원센터나 여성발전센터 등에서 전문직으로 당당히 일하고 있으니 어려워도 젊은 분들은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식이나 일식 등 요리사자격증을 취득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지금은 제 2하나원에서 무료로 교육을 해주는 것이 많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돈으로 수강료를 내면서까지 교육을 받았거든요. 작년에 한식대첩에서 북한 요리로 이름을 날린 두 여성들도 한국에 와서 요리학원을 자비로 공부한 실력가들이었습니다.

이예진: 요리로 대결하는 프로그램이었죠. 지역별 대표로 나오는데 북한의 대표로 나와서 대결을 벌인 분들 말씀하시는 거죠? 보니까 북한 요리가 대단한 게 많더라고요. 이렇게 예전과 달리 탈북자들이 새로운 분야의 자격증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몇 년을 살다보면 한국사회에서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전문자격을 가지고 전문가로 일하는 것과 그냥 노동자로 일하는 것은 급여의 차이뿐만 아니라 자기성취감 면에서도 차이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취업훈련을 받다보니 성과도 그만큼 큰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한국에 나온 지 몇 년 만 되어도 자격증 몇 개씩은 다 가지고 있고 정규대학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대학공부를 하는 사이버 대학이라도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일하면서 배우다보니 힘은 좀 들더라도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경우가 되더라고요.

이예진: 자신이 원하는 일, 나아가 인생의 목표를 위해 나이 들어서도 선생님처럼 자격증을 따는 탈북자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얘기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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