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신용등급 낮다?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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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미소금융은 지난 2011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또는 차상위계층의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한  ‘여성가장자립지원상품’을 출시했다.
SK미소금융은 지난 2011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또는 차상위계층의 여성가장을 대상으로 한 ‘여성가장자립지원상품’을 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 중에서도 북한에서 돈 잘 벌던 사람이 남한에 와서도 돈 버는 법을 안다고들 말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그저 차곡차곡 모으기만 하는 사람과 똑같이 일해도 더 돈을 모으는 사람, 차곡차곡 모은 돈을 투자하는 법을 아는 사람의 차이일수도 있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어떤 유형의 사람입니까?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탈북자들의 돈 모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요. 탈북자 분들 중에는 대출, 빚을 지는 것에 대해 겁을 내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마순희: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저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저는 대출의 ‘대’자도 꺼내지 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대출이 공짜 돈이 아니라 내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대출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작년에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상담 받고 난 후부터였습니다.

우리 탈북자들 경우에 대부분 매월 임대료를 내면서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는데요. 만일 신용등급이 되어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면 매월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더라고요. 저희 동네 아파트를 예를 든다면 보증금 1600여만 원, 16000달러 정도에 월 임대료 23만 원, 230달러 정도에서 살고 있는 경우인데요.

4000만 원, 4만 달러 정도 추가하면 전세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4000만원 대출받으면 대출 이자는 보통 10-12만 원, 100-120달러 정도인데 기초생활수급자인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낮은 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기에 8만 원, 80달러 정도의 이자만 내면 되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매월 10만 원, 100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게 되는데 그동안 대출이라고 무조건 거부하다보니 저처럼 많은 분들이 그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얼마 전에 강서구에 살고 있는 저의 지인이 전화가 왔습니다. 은행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금리로 해준다는데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없는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아보았더니 그 분이 살고 있는 주택은 1800만 정도만 보증금을 더 내면 전세로 전환이 될 수 있는 임대주택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분은 기초생활수급자라 1.7%의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알아보고 준비해서 은행에 신청하도록 상담해드렸습니다.

마침 쉬는 날을 이용해서 신청했고 심사를 거쳐서 약 보름 정도 있으면 대출이 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매월 12만 원, 120달러 정도의 월세를 내고 있었는데 전세로 전환하면 3-4만 원, 3, 40달러 정도의 이자만 내도된다고 하면서 좋은 정보를 주어서 돈을 벌었다고 기뻐했습니다.

이예진: 청취자 여러분께서 월세, 전세, 대출 뭐 이런 얘기가 다 뭔가 싶으실 지도 모르겠는데요. 돈을 주고 자기 집으로 사는 게 아니라면 다달이 집세를 내는 월세나 연 단위로 보증금처럼 집주인에게 얼마간의 큰돈을 맡기고 전세로 살거나 하게 되죠. 대출은 주로 은행에서 개인이나 기업에 이자를 받으며 빌려주는 돈을 말하는데, 빚테크라는 말도 앞 시간에 했지만, 빚을 내서 투자해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탈북자들은 빚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마순희: 글쎄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빚이라고 하면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갑자기 탈북을 하게 되었지만 떠난 후에도 빚을 지고 도망쳤다든지 돈을 떼먹고 도망갔다는 불명예스러운 말은 죽어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탈북하기 전 날 저녁 딸들에게 단 돈 1원이라도 남에게 빚진 것이 있으면 다 물어 주라고 당부했고 실제로 딸들도 그대로 따랐지요. 혹시 작은 것이라도 빚진 사실을 몰라서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못 물어 준 것이 있을지 몰라도 빚을 지고 살았다는 오명은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그럼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해서 돈을 벌겠다, 이런 마음들은 잘 안 가지시겠네요?

마순희: 이미 경제에 눈을 뜬 분들은 그런 마음들을 가지겠지요. 그렇지만 저처럼 투자에 대해 걱정이 앞서는 대부분의 분들은 모험을 하면서 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하는 것보다 안전하게 은행의 적금을 이용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한 번 한성무역사건 때에 혼난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투자라는 말도 듣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북한이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는 하는데 제가 살 때까지만 해도 은행대출이나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돈이나 쌀 같은 것들을 꾸어주고 받는 것은 흔히 있는 일상이었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일반 노동자나 농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빚에 대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하긴 가끔이지만 북한에서 사업을 하다가 혹은 장사를 하다가 본의 아니게 빚을 지고 탈북한 분들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못 받은 사람보다 빚진 사람의 마음이 항상 더 무겁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빚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대출도 받게 되는데 그 사업이 예상대로 잘 안 되거나 사업이 망하게라도 되면 대출금을 못 갚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보증을 잘못 서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는데 정말 본의 아니게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공과금이나 보험료 사용료 등 단 한 번도 체납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살았습니다. 작년에 얼마 남지 않은 보증금을 완납하고 전세로 돌리려고 대출신청을 하면서 저의 신용등급이 참으로 궁금하더라고요. 탈북자들은 아무리 신용을 잘 지켜도 신용등급이 0 등급이상 안 된다는 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은행 직원에게 신용등급 확인을 하면 신용급수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 물어보았더니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의 신용등급이 궁금하다고 했더니 알려주었는데요. 놀랍게도 신용등급이 높아서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이예진: 탈북자들의 신용등급이 낮다는 말은 틀린 말이군요.

마순희: 네. 틀린 말이더라고요.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제대로 신용을 지키면서 잘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들더라고요. 한국에 와서 10년 넘게 살다보니 이제야 경제상식을 배워도 무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고 조금이나마 하나하나 알아가게 됩니다. 요즈음 제가 학원에 다니면서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본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가장 취약했던 경제지식, 법률지식, 그리고 상담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배우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유명 강사님들이 하시는 수준 높은 강의들도 제가 다른 수강생들 못지않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경제상식은 아는 만큼 힘이 되는 경우가 많죠. 지금까지 탈북자들의 저축과 투자, 대출 등에 대해 알아봤는데 그동안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담을 하시면서 탈북자들이 알고 있어야 할 경제관념, 바꿔야 할 경제관념이 있다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마순희: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탈북자들에 대한 경제지식 즉 저축과 투자, 대출 등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에 대해 배우는 것은 한 두 차례의 교육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속적인 교육과 사후 관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으로 취업하여 혹은 창업에 성공하여 돈을 버는 것과 함께 신용을 지키고 건전한 저축, 투자 등을 통하여 재테크도 잘하여 모두가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접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정보들을 활용하지 않는 경향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수익만 생각하면서 위험한 대출이나 투자를 하는 것 역시 반드시 경계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기에 연루되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투자나 재산관리에 신중을 기하면서 누구나 한 사람도 낙오됨이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예진: 선생님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돈 버는 경제상식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의심스러운 투자는 조심하는 게 좋겠네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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