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의 의미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8.17
jeju_flower_b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연못에 활짝 핀 연꽃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탈북자 분들은 주말마다 등산을 가는 남한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취미로 등산을 하고, 수십 킬로미터씩 걷고, 농촌사람들처럼 살아보는 다양한 체험,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도 그걸 왜 하나 싶으신가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고생스러울 수도 있는 그 다양한 체험을 사서 하고 있는 탈북학생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사실 여행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해외에 나간 경험은 많은데, 정작 한국 지방 곳곳은 안 가봤다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저도 많이 가보진 않았는데요. 탈북청년들은 해외에 나가는 것만큼이나 방학이 되면 안 가본 한국 땅을 가보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는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여행을 반드시 외국으로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방학이나 휴가철이 아니라도 주 5일 근무다보니 일하는 사람들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내여행이 가능한 거니까요.

이예진: 그렇죠. 토요일, 일요일에 쉬니까요.

마순희: 네. 이번 호 동포사랑의 기사 중에 탈북대학생들이 엄홍길 산악인과 함께 하는 ‘평화통일기원 산행’에 대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엄홍길이라고 하면 대한민국 어린이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지 않습니까?

이예진: 그렇죠. 세계적인 산악인이죠.

마순희: 네. 해발 8000미터를 넘는 히말라야를 정복한 산악인인 그가 금년 3월부터 탈북대학생들과 함께 통일을 기원하여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산악회를 합니다. 이 산악회는 한반도를 가로지른 휴전선 155마일을 상징해 선정된 남북의 명산 155곳에 대한 산행을 실시함으로써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고 국민들 속에 평화통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확산하여 통일을 위한 길에 동참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예진: 취지도 좋고, 저도 한 번 따라 가보고 싶을 정도네요.

마순희: 그렇죠. 지난 5월에 세 번째 산행에 함께 동참한 탈북대학생 취재기자의 감명 깊은 기사를 읽노라면 백두산 금강산도 함께 오르는 그 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 보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들 뿐 아니라 탈북민들 중에도 여행을 즐기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제가 친하게 지내는 한 언니는 남자친구가 특전사 출신이라 거의 매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는데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회사도 다니고 주말에 식구들이랑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은 오히려 복지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 등에서 문화탐방을 많이 조직하다보니 대한민국의 명승지들은 거의 다 여행을 다녀오시기도 합니다.

이예진: 정말 저보다 국내여행 많이 다녀오신 탈북자 분들이 많더라고요. 선생님도 저보다 많이 다니셨을 걸요?

마순희: 아니 그렇진 않을 거예요.

이예진: 잠깐 여행 얘기를 해봤습니다만 탈북자 분들은 북한에서 마음대로 여행을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인지 여유만 되면 여기저기 가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또 탈북 청년뿐 아니라 방학이 되면 스스로 내 땅을 밟아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한 달 가까이 힘들게 걷는 국토대장정에 도전하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많은데요. 이렇게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방학을 참 알차게 보내는 것 같습니다. 사실 평소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비슷비슷하니까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성도, 적성도, 또 성적도 조금씩 달라지죠. 그런데 중고등학생들은 부족한 공부나 다양한 체험도 좋지만 방학 때도 하루 일정이 참 너무 빡빡한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참 언제나 공부하느라고 밤을 밝히는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손녀만 겪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그보다 더 열심히 하니까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가끔 밤중에 둘째딸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내기도 합니다. 밝은 가로등 불빛 밑에서 책을 읽는 손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집에서 공부하면 잠이 온다고 시원히 밖에서 공부하는 딸이 안쓰러워 먼발치에서 지켜주고 있다는 문자와 함께요. 잘 한다고도, 잘 못한다고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우리 손녀는 어릴 때부터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가지고 공부하기에 지금 고3인데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도 학급에서 늘 상위권에 든다고 합니다.

이예진: 흔치 않은 일이네요.

마순희: 네. 처음 몇 십 만원, 수백 달러를 내고 학원에 등록해 주었더니 며칠 다녀보더니 차라리 자기는 혼자서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그 학원비는 그냥 저축하면 안 되는가고 하더래요. 어쩌다 둘째딸네 집에 가서 보면 공부하라는 말, 잔소리 같은 말은 한 마디도 들을 수 없어요. 항상 공부하는 모습만 보이니까 안쓰러울 때도 있어요. 얼마 전 중학교 1학년인 막내딸네 손녀랑 둘째딸네 집에 가서 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었었는데 자신들은 좀 더 놀다가 간다고 먼저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둘째딸과 함께 먼저 들어오면서 저애들이 어디로 가려고 저희들만 가는지 궁금했었는데 우리 큰 손녀가 사촌동생을 데리고 간 곳이 헌혈하는 곳이었대요. ‘너는 아직 나이가 안 돼서 헌혈은 할 수 없지만 언니가 하는 모습을 보여줄게’ 하면서 동생에게 이웃사랑 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주말이나 방학이면 봉사활동도 잘 하고 저는 손녀가 하는 짓을 보면 그렇게 예쁘고 대견할 수가 없답니다. 금년 방학에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들과 함께 국내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이예진: 공부도 공부지만 여행을 포함해 다양한 체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거죠?

마순희: 네. 저는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의 뜻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잠시라도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즐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애들은 애들답게 열심히 먹고, 열심히 뛰어놀기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농촌에서 자연체험도 해보면서 학교의 책상 앞에서는 절대로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인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알아가는 기회도 많았으면 합니다. 할머니의 마음이어서 그렇겠지만 저는 학기 중에는 열심히 공부를 하지만 방학이면 방학답게 공부에서 해방되어 자연 속에서 생활을 체험해 보면서 머리를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거든요. 60 평생을 살아보니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 못지않게 건강한 몸과 정신, 건전한 사고를 가진 따뜻한 인간이 되는 것,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담력을 갖추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예진: 한국의 초중고등학생들은 개학을 했고요. 대학생들의 방학은 거의 끝나 갑니다. 아이들은 서운하겠지만 학부모들은 아마 슬며시 미소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올해 여름방학,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 바람대로 공부뿐 아니라 여행과 봉사활동, 농촌체험 등 다양한 경험으로 마음의 키가 한 뼘 더 커졌으면 좋겠네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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