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은 탈북자의 숙제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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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회장 김병두)는 한국은행 강원본부와 함께 북한이탈주민 20여명을 대상으로 시장경제 및 물가에 관한 경제교육을 했다.
대한적십자사 강원도지사(회장 김병두)는 한국은행 강원본부와 함께 북한이탈주민 20여명을 대상으로 시장경제 및 물가에 관한 경제교육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학부모들의 잔소리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공부해라’, ‘숙제 다 했니?’ 이런 말들일 겁니다.

학생들에게 숙제는 참 미리미리 하게 되질 않는 것 중의 하나인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미리 해야 할 숙제는 어떤 걸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빨리 성공하고 싶어 하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돈을 많이 벌겠다는 마음보다 먼저 필요한 것들이 있죠?

마순희: 멋진 집을 지으려면 기초부터 튼튼히 준비해야 하고 설계로부터 마지막 집 단장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무턱대고 짓다보면 오작시공도, 반복시공도 있을 것이고 노력과 자재도 낭비하면서 결과적으로 더 힘든 과정을 거쳐서 완공되겠죠. 인생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지만 거기에 덧붙인다면 철저히 경쟁사회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제대로 정착하자면 제대로 된 자질과 자격을 갖추어야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또 주어진 기회라 하더라도 잘 활용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강원도에서 만난 탈북여성 중에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서울이나 경기도에서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사무직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몇 안 된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라고 써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써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해당부문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훈련도 받고 자격증도 취득하면서 자신의 자질을 준비되어 있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고요.

해당기관의 공개경쟁채용 공지가 나오면 신청을 해서 자신을 알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입니다. 누가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지 그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누가 알고 써주겠습니까? 아직도 북한처럼 교육을 주고 철저히 지시에 따라서 배치로 일자리가 결정되는 체제에서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도 취업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60살이 넘은 나이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 전문상담사로, 복지시설장으로, 혹은 요양보호사자격증을 따고 병원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면서 김치에 대하여 전문교육을 받고 김치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여사장의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식당을 경영한 경험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에 와서 새롭게 전문지식을 배웠기 때문에 창업도 가능한 것이라고 실례를 들어서 설명하면서 그분은 오히려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이예진: 그렇죠. 실력이 비슷한데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더 부각되는 경우들이 있으니까요.

마순희: 또 다른 사례들도 있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을 나오면서 국민임대주택을 저렴한 가격으로 받아 가지고 나온다는 것은 아시죠? 몇 년 살다보면 젊은 사람들인 경우에는 임대주택, 즉 빌려서 살고 있는 주택에서 산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경우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우리가 이 땅에 새로 정착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싸고 편한 임대주택에 살면서 저축을 해가면서 준비가 된 다음에 전세나 주택분양 등을 생각해 보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들이 살기 좋은 강남으로 간다고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잘 따져보지 않고 거주지부터 옮기다보면 이외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여름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여성의 상담전화가 왔었습니다. 강남에 있는 전세 주택에 북한이탈주민 우선 공급으로 대출을 받아서 들어갔는데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면서 재단에서 미소금융 등 대출을 해주는 것이 있다고 해서 전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출을 해주는 것은 창업자금으로 지원해 주는 것은 있지만 생활자금이나 주택유지 명목으로 대출해주는 것은 없다고 설명해주면서 혹시 직장에는 다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다닌다고 하기에 은행들에서 직장인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같은 것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더니 이미 그런 대출은 다 받았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물어 보았더니 정말 사정이 딱해 보였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우선공급으로 신청해서 강남의 장기전세주택에 대출을 받아가지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새집에 들어가는데 당연히 가구나 전자제품 등 모든 것을 새로 장만하다보니 돈이 적지 않게 들어갔습니다. 별 수 없이 직장인 대출도 받았는데 워낙 강남이 물가도 만만치 않다보니 생활은 어려워만 지고 지금은 이자도 내지 못해서 주택을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어떤 지역에 사는가가 그 사람의 경제적 여력을 짐작케 하긴 하죠. 하지만 아직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 남들 따라서 강남에 갔다가 그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울먹이면서 하는 말이 차라리 임대주택에 그냥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는 것입니다.

이예진: 네. 이렇게 아직 준비가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와 사정에 맞지 않게 돈을 빌려 낭패를 본 경우들이 있죠. 그리고 정착지원금을 받아 섣불리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마순희: 한국에서 새로 자영업이나 창업을 해서 성공하는 확률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5%~ 15% 대라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우리 북한이탈주민들도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도 그렇고 서울시나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여러 가지 창업지원이나 귀농 사업 등 많은 지원 사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험해 보고 확신이 서면 시작해도 늦지 않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도중에 실패를 보는 경우들도 적지 않거든요.

저희 동네에서도 음식점이나 포장마차를 차렸다가 그만두신 분들도 있고 실내장식 사업을 하다가 빚만 지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차라리 회사생활이 더 나을 것 같다면서 취직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된 사례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거니까 경험삼아 다시 사업을 재기하여 성공하는 사례도 있고 다시는 창업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취업하여 지금은 한다하는 전문가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예진: 그래서 성공한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실패를 경험한 뒤에 그걸 발판으로 결국은 해내시더라고요.

마순희: 실패가 사업밑천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제가 얼마 전에 찾아 갔던 진도에 있는 오리농장을 하는 부부들이 바로 그런 사례였습니다. 처음에는 3천만 원, 그러니까 미화로 3만 달러만 가지고 농촌에 가서 성공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비장하기까지 한 각오를 가지고 농촌에 갔답니다.

그런데 땅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다 해도 북한에서나 중국에서 하던 농사법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더랍니다. 땀 흘리며 무공해 농사를 한다고 김을 매고 거름을 내면서 농사를 지어 보았지만 가을에 보면 옥수수 이삭은 보잘 것 없고 꼬부랑오이가 되든가 비루먹은 가지가 되다보니 팔릴 리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목장을 해보려고 닭, 돼지, 개, 소, 염소목장까지 다 돌아보면서 일해 보았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오리농장에서 일하게 되었고 1년 남짓 일하다보니 경험도 생기고 비법도 생겼답니다. 다른 짐승들과 달리 오리는 사육기간이 40일 정도이기 때문에 회전율이 빠른 것이 마음에 들었고 그동안 일하면서 쌓은 경험이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태풍에 다 쓰러진 오리사를 싼 값에 사서 철근 하나하나를 본인이 직접 펴고 붙이고 하면서 오리사를 복구했고 마침내 2만 마리의 오리를 사육할 수 있는 시설을 꾸려낸 것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오리사 앞에서 밤을 밝혀가면서 정성을 쏟고 있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면서 실패에 굴하지 않고 그것을 발판삼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오리농장의 미래가 눈앞에 안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예진: 결국은 직업으로나 사업으로나 자신이 원하는 성공을 하려면 끈질긴 노력이 뒷받침되어야겠네요. 그리고 실패라는 경험도 성공하고 싶은 탈북자들의 숙제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끈질긴 노력과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탈북자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대해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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