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선배들의 특강 인기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3.10
defector_school-620.jpg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적응을 돕고 있는 새조위(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 주최로 열린 남성학교 4차 수업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적성과 직업에 대한 고민은 보통 어려서부터 대학교 졸업 전후인 20대 초중반까지 하게 되는데요. 한국에 와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탈북자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직업, 탈북자들은 어떻게 정하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탈북자 분들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조급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무작정 빨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좀 긴 안목으로 목표 같은 걸 세워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사실 직업은 앞으로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계획을 잘 세울 필요가 있는데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이 처한 환경을 보면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조카의 경우에도 아들과 둘이 함께 나오다보니 브로커 비용이 만만치 않아 초기정착금으로 충당이 안 되는 거죠. 워낙 성격이 깔끔해서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빨리 돈을 벌어서 빚부터 갚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자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브로커 비용 나머지 금액은 할부로 갚아주기로 하고 3월부터는 컴퓨터학원에 다니기로 한 것입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누구나 다 그러한 것처럼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구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거든요. 물론 제가 만나 본 성공적으로 정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의 경우에 북한에서부터 한국에 가서 무엇을 하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와서 그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의 꿈을 실천한 사례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더 많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직업을 경험해보다가 그 과정에 자신의 적성을 찾아서 성공하신 분들도 많거든요.

이예진: 네. 각자 하고 싶은 것도, 또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정착 초기의 탈북자 분들에게 이것만은 꼭 염두에 두라고 말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마순희: 저는 하나원 나올 때 최소한 이 한 가지만 갖추어 가지고 나와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반드시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제 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결심만 확고하면 다른 어려움들은 능히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살 때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함경북도에서 살던 사람이 황해남도에 가든가 강원도 산골에서 살던 사람을 평양시내에 가서 살라고 한다면 처음 한동안은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적응해서 잘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와는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제도나 생활양식은 물론 문화적인 충격까지도 상당한 북한에서 살다가 갑자기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대한민국에 왔는데 어려움이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에 적응하면서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은 하나하나 배워 나가면서 적응해나가도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잘 정착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실제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네. 그리고 요즘엔 사회에 나오기 전에 미리 배우는 하나원에서 직업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도 많이 제공되고 있죠?

마순희: 맞습니다. 물론 저희들이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에도 직업교육이나 적성교육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기간이 한 달 더 연장된 것도 있겠지만 시설도 엄청 많이 변화했더라고요. 10년이 지나서 하나원에 강사 자격으로 들어갔었는데 우리가 있을 때 한창 건설 중이던 현장들에 교육관들이 들어서 있어서 몰라보게 변해 있었습니다. 항상 눈을 감으면 떠오르던 하나원의 전경이 낯설어 보이기도 했지만 정말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겉모습만 변한 것이 아니라 교육프로그램도 많이 변화 발전했습니다. 교육기간이 늘어난 만큼 교육내용에서도 더 실속 있는 교육들이 더 심화된 과정으로 알차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2017년 2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하나원의 사회적응교육 프로그램이 정부의 사회통합형 정착지원 정책의 취지와 탈북민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개편된다는 통일부의 보도 자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탈북민을 위한 정책들이 해마다 발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번 개편안은 탈북민과 정착지원 관계자, 내. 외부 강사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기존의 프로그램내용과 운영결과 평가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개편 방향은 교육의 효과를 높이면서 탈북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웃과 잘 어울리며 정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번 통일부 보도 자료에 의하면 첫째로는 탈북민 개개인의 특성과 눈높이를 감안하여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탈북민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생애설계과정이 편성 운영된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우리 사회에 먼저 정착한 선배 탈북민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과 교류하면서 학습하는 사회통합형 교육도 확대하고 내실화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네 번째로는 하나원에서 실시하는 사회적응교육이 교육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 진로지도 특화프로그램이었는데요. 교육생 본인이 선택한 직업군 두 개정도와 관련하여 기능 심화훈련 및 취업현장체험 교육이었습니다. 그리고 직업군별 직종 2가지를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나원 교육기간에 보건 복지, 판매 사무, 기능 생산, 미용, 요리제과 등 직군들에 대하여 배우게 되는데 예를 들어 보건복지 관련 직군에서는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그리고 판매 사무 직군에서는 회계기초, 여행가이드, 판매서비스 등 직종에 대하여 선택하여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에 오니 보지도, 듣지도 못한 직종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들을 다 알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 그것은 한국에 온 지 14년이 지난 지금도 역시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이예진: 직업들이 계속 생겨나니까 저도 처음 들어보는 직업들이 아직도 많더라고요. 용어부터 생소한 그런 직업은 탈북자 분들이 도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래서 통일부에서는 여러 가지 직종의 종사자들이 직접 하나원에 들어가서 강의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교육이 탈북 출신 선배들의 특강이라고 합니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탈북 선배들이 직접 하나원을 찾아가 선배로서 경험담과 직업 소개 등을 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교육을 받을 때에도 그 강의가 가장 기대가 되고 관심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저의 맏딸도 남북하나재단의 추천을 받아서 하나원에 강의하려 들어갔었습니다. 자신이 교육생으로서 강의를 받던 하나원에 당당히 강사 자격으로 14년 만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가슴이 설렜겠어요? 잠까지 설치면서 강의를 준비하고 또 자료를 검토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 마음도 함께 설렜습니다. 그 날에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코디네이터, 의사 간호사 등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탈북선배들이 함께 갔다더군요. 우리 딸이 맡은 강의는 생산기술직을 신청한 교육생들을 위한 강의였는데 다른 교육장보다 교육생들이 많이 모였었다고 합니다. 딸이 하는 직업이 미디어영상부문인데 영상, 사진 촬영, 편집, 영상물 제작 등을 하는 직업이기에 교육생들의 관심이 높았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질문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제작하여 만든 영상자료들까지 보여 주면서 강의를 하다 보니 두 시간이라는 강의시간이 언제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하나원 교육기간에 여러 가지 직업들에 대하여 배우기도 하고 또 현장에 나가서 직접 체험도 하다보면 직업에 대한 이해가 많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요즘 하나원에서 하는 선배들의 강의는 특히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까 싶은데, 남의 얘기만 듣고 자신의 적성과 관계없이 직업을 선택하는 탈북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 자세히 들어보죠.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