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사회동원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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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노원구 공릉종합사회복지관 북부하나센터에서 노원구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 회원 등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북한이탈주민들을 돕고자 마련됐으며, 하나센터 및 회원들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 북한이탈주민 40세대에 각각 10kg의 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20일 오후 노원구 공릉종합사회복지관 북부하나센터에서 노원구 북한이탈주민지원 지역협의회 회원 등과 함께 김장을 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북한이탈주민들을 돕고자 마련됐으며, 하나센터 및 회원들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 북한이탈주민 40세대에 각각 10kg의 김치를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봉사’라는 개념, 청취자 여러분은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한에서와는 다른 ‘봉사’의 개념, 탈북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선생님 얼마 전에 큰 상을 받으셨죠?

마순희: 아, 네. 과분한 상을 받았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해마다 어울림한마당 행사를 하는 것은 다들 아실 거예요. 남북하나재단은 남과 북이 하루 빨리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해마다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금번 행사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북한이탈주민, 일반시민, 자원봉사자 등 약 1천 3백여 명이 참가하여 성황리에 완료되었습니다. 이번 행사가 해마다 열리던 행사보다 좀 더 특별했던 것은 착한봉사단 발대식, 김치 나눔 행사 등 북한이탈주민들의 봉사활동이 돋보인 것이었습니다.

행사시작에 앞서 그동안 대한민국에 잘 정착하고 봉사활동 등에서 모범을 보인 다섯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통일부장관의 표창이 있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그 다섯 명에 제가 속한 거죠. 저에게도 앞으로 우리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하여 더 많이 일하라는 격려의 표시로 받아 안고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마음 다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다시 한 번 축하드리고요. 그런데 탈북자 분들 중에서 상을 받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탈북자 분들이 어떤 상을 받으셨죠?

마순희: 이번에 받은 표창장은 투철한 봉사정신과 사명감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적극 실천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고 북한이탈주민의 정착과 긍정적인 인식제고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받은 상입니다. 이번 외에도 탈북자들이 상을 받는 사례들이 적지 않은데요. 제가 금년 여름에 만났던 충주에 있는 밤자골농원의 대표인 여성분도 방안에 경찰서나 군청이나 시청 그리고 여러 단체들에서 받은 상이 주런히 걸려 있었습니다. 모범적으로 정착을 하고 지역발전에도 기여하는 많은 분들이 그 분처럼 상을 받습니다. 제가 아는 서울의 시내버스기사로 일하는 탈북여성은 대통령상까지 받았습니다. 제가 봤을 때 한국에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히 살고 있으면 해당 부분에서 다 알아봐주고 여러 가지 형태로 그에 상응한 포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착한사례로 추천받아서 찾아가 보면 거의가 여러 건의 표창을 받으신 분들이더라고요. 가끔 새로운 표창을 받으면 사진으로 찍어서 폰으로 보내주시기도 해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 주기도 하죠.

이예진: 격려의 의미도 큰 거죠. 사실 자신도 탈북자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낯선 세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솔선수범해서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작년부터 착한사례 발굴사업에 동참하면서 그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많은 탈북자 분들이 사회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는데 이번에 통일부장관상을 받은 김해시의 한 남성분도 착한사례 발굴사업으로 지난 8월에 만났던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2011년부터 칠보산 예술단과 북한이탈주민적응지원센터라는 봉사단체를 꾸리고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하고 계셨었는데요. 해마다 많은 분들에게 봄, 가을로 김치와 쌀 등을 장만하여 나누어주시기도 한답니다. 그와 함께 요양시설, 병원, 그리고 각종 행사 등에 참여하여 예술 활동을 통하여 북한의 문화도 알리고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린다고 합니다. 더욱이 대단한 것은 자신이 김치사업을 하면서 얻게 되는 수익금의 일부로 봉사에 필요한 자금도 전부 자체로 해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예진: 자신의 돈을 들여서 좋은 일을 하고 계시다는 거군요.

마순희: 네. 이번에 통일부 장관상을 받은 포항에 사는 여성도 봉사를 생활화하고 있었습니다. 떡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매일 새벽 4시에 출근한답니다. 떡을 만드는 일이 뜨거운 열기 앞에서 하는 일이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오전 시간에 일을 끝내면 피곤한 것은 당연한데도 한 주일에 두 번 정도 봉사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개미와 노래하는 베짱이’라는 봉사단체에 속하여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요. 워낙 꾀꼬리처럼 맑은 소리로 노래를 잘 불러서 인기가 최고랍니다. 공연도 하고,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리는 안보강의도 하고, 또 요양기관에 찾아가면 어르신들을 안마도 해드리고, 청소도 도와드린답니다. 한 번이라도 사정이 있어 봉사활동에 빠지면 마음이 허전해서 일손이 바로 잡히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봉사가 일상생활처럼 되었더라고요.

그 여성은 중국에서 살던 남편과 자식은 물론 시어머니까지 모셔 와서 지금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가정을 돌보면서 일도 하고 봉사도 하고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답니다. 그 집 며느리 같은 여성이 있으면 꼭 며느리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잘 정착하고 있었기에 지역의 전문상담사가 추천해주었었고 이번에 통일부장관상을 받게 되었답니다.

이예진: 이렇게 잘 살고 계시고, 남들을 위해 앞장서 일하시는 분들은 입소문이 나서 추천을 통해 상도 받으시는 것 같은데요. 남을 위해 돕는 일을 봉사라고 계속 말하고 있는데, 봉사라는 게 남한과 북한에서 쓰는 의미가 좀 다른 것 같더라고요.

마순희: 사실 처음에 한국에 와서 봉사라는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봉사라는 말이 사회동원이라는 것이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사회동원은 많이 했었거든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미화를 위한 식전작업으로 청소하고 환경을 가꾸는 나무 심기 같은 것이던가 아니면 분토생산이라든가 농촌동원 등 우리가 했던 여러 가지 사회노동을 생각했었습니다.

이예진: 그런데 그건 스스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직장에 출근하고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이 일상인데 사회적인 동원이 대가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이익이 뒤따르고 생활총화 때에는 비판대상이 되기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무조건 참가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처음 자원봉사자들을 만나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나원을 나온 지 3-4개월 지났을 때 어느 토요일 성남에 살고 있는 하나원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잠시 쉬고 있을 때였는데 아무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놀러가는 데가 있는데 한 번 가보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애들이 다 일하러 나가고 크게 할 일도 없던 터라 알려준 대로 전철을 갈아타면서 성남으로 갔습니다. 알고 보니 그곳 복지관에서 조직한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 활동이었습니다.

자원봉사가 무엇인지도 모를 때라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 두 시간 달려간 곳은 어느 장애인 시설이었는데요. 많은 봉사자들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봉사자들도 있었고 젊은 전업주부들과 휴가기간인 직장인도 있었고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봉사활동을 나온 부모님들도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설거지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그들이 정리정돈이나 걸레질도 하고 있었고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밥도 먹여주고 칫솔질까지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원봉사라 하여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학교와 회사에서 일하거나 전업주부로 생활하는 분들도 주말을 바쳐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자기 시간을 쪼개서 봉사활동을 하는 거죠.

마순희: 네. 돌봄을 받는 장애인들도 얼굴표정이 얼마나 밝아보였는지요. 몸이 많이 불편한 그들이지만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긍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 보게 되었고 나도 그들처럼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봉사라는 것이 스스로 원해서 나라나 사회 또는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는 행동이나 어떤 일을 대가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을 주는 그런 활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하는 사회동원하고는 그 차원이 틀리더라고요.

이예진: 그래서 한국에서는 자원봉사, 스스로 알아서 하는 봉사라는 거잖아요. 스스로 하는 것과 누가 시켜서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잖아요. 다음 시간에는 탈북자들의 봉사활동이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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