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스타일(1) 남자들도 미용실 가요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7.04.20
beauty_shop_b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에 있는 '착한 미용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 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완연한 봄입니다. 여러분 옷차림도 많이 가벼워졌고, 예은 씨는 머리 모양도 바꿨네요?

예은 : 네, 저 염색했어요. 봄이라 기분 전환하려고 염색했는데 어때요?

광성 : 궁금한데 정말 기분 전환이 되나요?

진행자, 예은 : 네(웃음).

광성 : 보통 여성들이 머리를 자르거나 색깔을 바꾸면 기분 전환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이해가 잘 안 돼요.

클레이튼 : 저는 작년 10월쯤 이 머리 모양으로 바꿨는데 기분 전환이 됐어요. 사람들이 ‘머리 스타일 바뀌었네?, 멋있다!’라고 하니까 기분 좋았어요.

진행자 : 광성 군은 항상 비슷한 모양으로 머리를 자르는 거죠? 그래서 기분 전환이 안 되는 거예요(웃음).

보통 계절이 바뀌면 패션, 유행이라고 해서 이번 계절에는 어떤 게 유행이라며 옷차림은 물론이고 머리 모양도 많이 바꾸거든요. 그래서 미용실도 계절이 바뀔 때 가장 바쁘다고 해요.

그런데 미용실이라고 하면 청취자들이 알아들으실까요?

광성 : 이발소라고 하면 더 쉬울 거예요. 미용실도 아시지만.

예은 : 남한에서는 이발소라고 하면 남자들이 가는 곳이거든요.

광성 : 북한에는 이발소와 미용실이 따로 있어요. 미용실은 여자들만 가고, 이발소는 남자들만 가는데 남한에서는 저도 미용실을 다니니까 ‘왜 남자들이 미용실을 가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죠.

진행자 : 남한에서도 과거에는 여자들은 미용실, 남자들은 이발소를 다녔는데 요즘은 이발소가 거의 없어졌고, 남자들도 미용실을 다니죠.

클레이튼 : 남한에 온 지 7년 정도 됐는데 딱 한 번 이발소 봤어요. 뭐지? 이발소?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남자용 미용실’이라고 했어요.

진행자 : 그럼 미국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클레이튼 : 미용실은 살롱, 이발소는 바버숍.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바버숍만 다녔어요.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미용실 간 거예요.

광성 : 저도 그렇죠. 어렸을 때는 이발소만 다녀서 남한에 와서 미용실 가는 게 어색했어요. 미용실은 여자들이 파마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미용실에 가더라고요.

예은 : 아마 젊은 사람들은 이발소 절대 안 갈 걸요? 왜냐면 이발소에 가면 할아버지가 머리를 잘라 줄 것 같아서 유행을 따라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광성 : 지금도 이발소는 나이가 좀 지긋한 분들이 운영하시죠. 머리 모양은 동일하고(웃음). 그런데 미용실보다는 몇 천 원이라도 싸서 어르신들은 아직도 이발소 이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클레이튼 : 그 단어 자체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제가 머리 자르면 가끔 친구들이 ‘이발했네? 물어보는데 ‘응, 머리 잘랐어’ 그러면 어떻게 ‘이발’이라는 말을 아느냐고 신기해해요.

진행자 : 그러네요, 그 말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네요.

해외를 나가면 가장 도전하기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미용실에 가는 거잖아요.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기도 힘들고. 탈북민들도 남한에 와서 처음 미용실 갈 때...

광성 : 그런데 말이 통하잖아요.

진행자 : 문화 자체가 다르잖아요,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광성 : 저는 처음에...

진행자 : 이발소 갔나요?

광성 : 네, 들켰네요(웃음).

진행자 : 예은 씨는 러시아에 있을 때 어떻게 했어요?

예은 : 남한에서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갔어요. 그러면 그냥 기르면 되니까. 사실 러시아에서 미용실에 갈 엄두도 못 냈거든요. 왜냐면 제가 간 곳은 유럽 쪽이라 모발 자체가 서양인과 동양인은 다르고.

진행자 : 미용사들이 당황한대요(웃음).

클레이튼 : 저도 남한에 오기 전에 많이 걱정했어요. 그래서 미국 떠나기 직전에 이발했는데, 남한에서 결국은 미용실 갔어요. 이발소는 찾기 힘들었고. 그때 한국어 정말 못할 때라 설명하기 힘들어서 사진까지 갖고 갔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런데 자르고 나서 이쪽으로 오라고 하더니 머리를 감겨주더라고요. 만 원이었는데 머리까지 감겨주니까 좋더라고요. 미국에서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하거든요.

예은 : 그래서 미용실에 갈 때는 머리를 안 감고 가요(웃음). 그래야 약이 더 잘 먹는다는 얘기도 있어요. 보통 남자들은 머리를 계속 잘라야 하잖아요. 러시아에서 끝까지 버틴 오빠를 봤는데, 머털 도사 된 줄 알았어요(웃음). 대부분은 일반 미용실에 갈 수 없으니까 중국인들이 하는 미용실에 많이 가요. 거기 가면 그나마 남한과 비슷하게 잘라주더라고요.

진행자 : 저도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다 굉장히 놀라는데 특히 클레이튼과 광성 군은 남한에 처음 왔을 때 놀라지 않았어요? 무슨 미용실이 이렇게 많나!

광성 : 저는 두 가지로 놀랐어요. 하나는 교회, 또 다른 하나는 미용실(웃음). 북한에서는 미용실이나 이발소가 시에 두세 개가 있어요. 국가 편의시설인데. 남한은 미용실이 너무 많아서 이게 다 국가 소유인가 궁금했어요. 그건 아니더라고요.

클레이튼 : 미용실이 너무 많아서 놀라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남한 남자들이 파마해서 충격 받았어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이 다 직모, 생머리라서 가끔 모양 바꾸고 싶어서 파마한다는데, 저는 파마할 생각은 없어요.

예은 : 미국에서는 안 해요?

클레이튼 :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하지 않아요. 특히 켄터키 주에서는 파마하는 남자 아예 없을 것 같아요(웃음).

예은 : 그럼 머리만 자르는 거예요? 염색이나 다른 건 하나도 안 하고?

클레이튼 : 네, 여자들이 살짝 염색하기도 하지만 남자는 거의 안 해요.

진행자 : 그래서 남한에는 미용실이 많은가 보군요.

예은 : 네, 수요가 많으니까 공급도 많아진 게 아닐까요.

진행자 : 명동이나 강남, 홍대 등 북한 청취자 여러분도 들어보셨을 지역, 유동인구가 많거나 대학가 주변에는 100미터 안에 미용실이 10곳도 넘게 있거든요. 같은 점포의 1, 2, 3호점이 한 구역에 있을 정도로 미용실이 많아요.

예은 : 신기한 건 그런데도 손님이 항상 많다는 거예요.

진행자 : 맞아요, 예약하지 않고 가면 제시간에 못하고. 가격도 비싸죠.

예은 : 그만큼 주기적으로 미용실에 가는 사람들도 많고, 잘사나 봐요(웃음).

광성 : 저는 염색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예은 씨처럼 무난한 색은 괜찮은데.

진행자 : 예은 씨가 지금 밝은 갈색으로 염색했어요.

광성 : 가끔 노랗고 빨간색으로 염색한 사람들을 보면 처음에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 전 쯤 제가 처음 남한에 왔을 때 그런 색으로 염색하는 게 유행이었대요.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다 멋이고 자유죠.

예은 : 아, 이상하게 보였어요?

클레이튼 : 저는 한국인이 금발로 염색하면 이상해요. 예전에 뒤에서 누군가를 봤는데 금발이라서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가가서 보니까 한국인이더라고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예은 : 어울리지는 않는데, 그게 유행이에요. 젊은 아이돌 가수나 배우들이 금발로 염색하면 젊은 층에서는 따라하는 거죠. 사실 저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왜냐면 나이 들면 못 하잖아요(웃음). 더 늙기 전에 금발로 염색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 튀는 색으로 염색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약간의 객기나 일탈인 거죠.

예은 : 네, 관심도 받을 수 있고.

클레이튼 : 안 좋은 관심도 받을 수 있죠(웃음).

진행자 : 달리 생각하면 아예 색깔을 확 바꾸는 염색은 할 수 있지만 사실 검은색이나 갈색은 큰 차이가 없는데 왜 굳이 염색을 할까요. 저는 염색하면서도 ‘굳이 해야 하나?’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광성 : 그런데 예은 씨를 보니까 얼굴이 좀 달라 보이기는 해요. 머리가 검은색일 때랑 지금. 좀 더 화사하고 예뻐 보여요.

예은 : 그래요? 감사합니다(웃음).

진행자 : 클레이튼은 왜 웃나요? 클레이튼이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요?

클레이튼 : 아니, 잘했어요! 염색한 건 알겠는데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미안(웃음).

예은 : 이런(웃음).

진행자 : 미용사들이 하는 말도 한국 사람의 머리 색깔은 좀 무겁대요. 특히 여성들은 머리가 기니까 검은색으로 길게 있으면 무거운 감이 있어서 좀 밝게 염색하는 거죠. 결국 살짝 머리 색깔을 바꾸는 데 10만 원, 그러니까 100달러 정도를 쓰는 거예요. 그런데 머리카락은 계속 자라니까 3~4달에 한 번은 염색을 계속 해야 하고.

예은 : 뿌리염색이라고 해요. 저도 그게 무척 걱정돼요.

저는 시중에 파는 염색약을 사서 혼자 염색했어요. 만약 혼자하기 힘들면 미용실에 가야 하는데 뿌리염색도 5만 원 정도 한다고 들었어요.

진행자 : 그건 그래도 싼 경우에요.

클레이튼 : 말도 안 돼요.

광성 :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미용실에 한 번 갈 때마다 파마하고 염색하고 트리트먼트(영양)인가? 그런 것까지 하면 30만 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남자 머리는 일반적인 미용실 가면 비싸봐야 2만 원이거든요. 더 비싼 데 가면 5만 원, 10만 원도 하지만.

진행자 : 여자들은 염색하고, 영양이라고 그러니까 나무에도 영양제 주는 것처럼 머리카락이 기니까 영양분을 주는 거예요. 하고 나면 좀 더 매끄럽고 찰랑찰랑해 보여요(웃음). 뿐만 아니라 파마도 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300달러 정도 드는 거죠.

클레이튼 : 옷보다 비싼데요?

예은 : 머리 모양을 자주 바꾸는 분들은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바꾸거든요. 자기가 선호하는 미용실이나 디자이너라고 미용사가 있잖아요.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등 진짜 유명한 곳은 40만 원에서 80만 원까지 해요. 머리하는 데도 돈이 정말 많이 들어요.

진행자 : 평균 한 달에 10만 원, 100달러 이상은 들지 않나 싶어요.

예은 : 그런데 머리 모양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옷이야 갈아입으면 되지만 머리는 기를 때까지는 계속 남한테 그 상태를 보여줘야 하니까.

진행자 : 그런 말도 있어요. 패션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아실까요? 옷맵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 사람 잘 가꿨구나!’라는 느낌인데 패션의 완성은 헤어스타일, 머리 모양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자주 미용실에 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매체의 발달로 텔레비전을 통해 수많은 배우와 가수들의 패션을 보면서 ‘저 머리 모양 예쁘다, 저 옷 예쁘다’ 생각하면서 계속 따라 하는 거죠.

요즘 유행인 머리는 어떤 건가요?

예은 : 여자는 긴 머리, 단발머리 다양한데 ‘레이어드컷’, 앞머리는 ‘시스루뱅’이라고...

레이어드컷, 시스루뱅... 모두 낯선 단어죠?

북한에서는 요즘 어떤 머리 모양이 유행인가요? 남한에서 인기가 많은 머리 모양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자세하게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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