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1) 책을 어떻게 읽나요?

서울-윤하정 xallsl@rfa.org
2016.10.27
book_reading_season_b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어린이가 책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십니까.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인데 남한에 온 지 6년 됐습니다. 지금 한국 회사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일곱 살이고, 남한에서 태어나 자란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했고, 북한과 통일에 관심이 있어 이렇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정광성입니다. 저는 2006년까지 북한에서 살다 탈북해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북한전략센터라는 곳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가을 앞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붙죠. 수확의 계절,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그런가하면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타는지 남자의 계절로도 불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바로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인데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날씨에 맑고 파란 하늘이 책 읽기에도 딱 좋아서 이런 수식어가 붙지 않나 싶습니다. 남한에서는 굳이 가을이 아니어도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무척 많고, 책의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요. 우리 청년들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청춘 만세> 지금부터 함께 얘기 나눠보죠.

진행자 : 안녕하세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죠.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독서라고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여러분의 취미도 독서인가요?

예은 : 저도 독서를 취미라고 쓰기는 하는데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그러는 거예요(웃음).

광성 : 독서를 해야겠다고 결심은 하는데 잘 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책을 가방에 넣고 다녀요. 짬짬이 보려고.

클레이튼 : 책을 읽기는 하는데 원하는 만큼 읽지는 못해요. 일 하느라 시간이 별로 없어요. 이렇게 반복되는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상과학소설 좋아합니다.

진행자 : 철학적인데요(웃음)? 예은 씨는 어떤 분야를 좋아하나요?

예은 : 저는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인데, 아무래도 문학 쪽이 좋고요. 세계 문학, 한국 문학 다 좋아해요.

광성 : 저는 장편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고 전공과 관련된 정치외교, 국제관계론 등을 읽으려고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못 읽는 경우가 많아요.

진행자 : 지금 가방 안에 있는 책은 어떤 건가요?

광성 : 소설책인데 ‘킹 메이커’라고 남한의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이에요.

예은 : 얼마나 읽었나요(웃음)?

광성 : 이건 거의 다 읽었어요(웃음).

진행자 : 다들 어떤 작가 좋아해요? 책을 읽어본 작가 말고 좋아하는 작가 말하는 겁니다(웃음).

예은 : 저는 박완서 씨 책을 좀 읽었고, 김훈이라는 소설가가 있는데 한국어를 정말 아름답게 표현하시거든요. 이 분의 ‘칼의 노래’ 같은 책은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나중에 한국어를 많이 공부하게 되면 읽어보라고 추천해요.

진행자 : 박완서 씨는 남한의 여류 작가이고, 김훈 씨는 기자 출신 작가죠.

예은 :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도 좋아해요. 또 일본작가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라고, 번역을 잘해서 그런지 문체가 담백하더라고요.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체라고 할까요?

진행자 : 저도 좋아합니다. 김난주 씨가 주로 번역을 하죠.

광성 : 저는 장영희 씨라고 수필을 많이 쓰셨어요. 글이 아름답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진행자 : 신체장애가 있었죠.

광성 : 네, 장애가 있는데도 대학교 교수로 활동하셨고 번역 일도 하셨어요. 물론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 분의 책을 많이 읽었고, 외국 작가 중에서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을 자주 읽는 편입니다.

클레이튼 : 저는 프랭크 허버드라는 작가인데 영어로는 ‘Dune’, 한국어로는 ‘사구’라는 공상과학소설을 썼는데, 상을 많이 받았어요. 전 세계적으로 천2백만 권 정도 팔렸대요. 한 번 읽어보세요.

진행자 : 저도 모르는 작가인데 읽어봐야겠네요. 저 같은 경우는 한국 사람으로는 박민규 씨 좋아해요. 뭐라고 할까, 비주류 사람들의 생각을 잘 표현해서 재밌고요. 고전 중에서는 독일 출신의 헤르만 헤세, 영국 출신의 서머싯 몸이라는 작가도 좋아합니다.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도 무척 좋아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남한에서는 책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굉장히 다양하죠?

예은 : 무척 많아요. 가장 보편적으로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공부하느라 따로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서 책 배달을 신청하셨어요. 1주일에 한 번씩 청소년 필독도서를 3권씩 보내주는 거예요. 제가 다 읽고 집 앞에 두면 가져가서 다른 책을 가져다주고.

광성 : 심지어 지하철 타는 곳에도 작은 도서관이라고 해서 책을 진열해둬요. 그 안에서 시간이 되면 볼 수 있도록.

진행자 : 저는 주로 사서 보는 편이거든요. 서점에 직접 가서 살 수도 있고, 요즘은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죠.

클레이튼 : 저는 예전에 주로 도서관 가서 책을 읽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공상과학소설이 인기가 많아서 빌리기 힘들었어요. 매번 인터넷으로 확인해서 책이 도서관에 들어오면 빌리러 가곤 했어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전자책 봐요. 기계가 따로 있는데, 책을 무척 많이 저장할 수 있어요. 남한에서 이사 많이 했는데, 제가 계속 책을 샀으면 무겁고 공간도 없고.

진행자 : 제가 책을 주로 산다고 했잖아요. 이사할 때 가장 무거운 짐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전자책에 대해 궁금해 하실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우리가 USB에 영화나 드라마 담아서 보는 것처럼 책을 담아서 보는 거죠.

광성 : 북한에도 태블릿 PC가 있거든요.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대요. 종이책이 아니라 그 태블릿 PC에 담아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게 전자책이라 할 수 있죠.

예은 : 저도 하나 가지고 있어요. 책을 더 많이 보고 싶은데 특히 두꺼운 책은 가지고 다니기 힘들어서 전자책을 여러 권 담아서 보는데 굉장히 편해요.

진행자 :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 책을 읽어서 녹음하는 봉사를 한 적이 있거든요. 일종의 오디오 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클레이튼 : 어렸을 때 많이 들었어요. 미국은 땅이 넓어서 여행할 때 오래 운전하니까 운전하면서 책을 듣는 사람이 많아요.

진행자 : 책을 읽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한데 요즘 책이 보통 만5천 원, 그러니까 15달러 정도라 꽤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책을 빌려서 보는 분들이 많잖아요. 도서관에 가면 누구나 빌려볼 수 있으니까.

예은 : 저는 거의 사지 않습니다. 전공서적이나 공부를 해야 하는 책은 필기를 해야 하니까 사는 편인데 보통 대학 도서관에 가면 거의 모든 책이 다 있으니까 거기서 빌려 봐요. 사는 건 좀 부담스럽더라고요.

광성 : 저는 사는 편인데, 제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댁에 가면 큰 책장이 있었는데 멋있더라고요. 물론 다 읽지는 않으셨겠지만(웃음). 그래서 저도 나중에 집을 장만하면 책장을 멋있게 채우고 싶어서 책을 사는 편이에요.

진행자 : 그럼 어렸을 때는 북한에서 책을 어떻게 읽었어요?

광성 : 열 살까지는 북한에서 그림책이라고 동화책을 많이 읽었어요.

진행자 : 책을 사서요?

광성 : 아니요. 제가 회령에서 살았는데, 회령 도서관이 크고 깨끗하게 잘 꾸며져 있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을 써야 해요.

진행자 : 안 쓰면 안 돼요?

광성 : 안 쓰면 안 빌려줘요.

진행자, 예은 : 어머!

광성 : 책을 읽을 때마다 독후감을 써야 다른 책을 빌려볼 수 있어요. 거기에도 세뇌교육이 들어가는 거예요. 물론 ‘선녀와 나무꾼’ 같은 그림책도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순수한 책이 아니라 북한이 우월하다는 내용의 글이 많았어요. 결국 ‘북한이 최고다, 썩고 병든 자본주의를 보면서 어떤 것을 느꼈다’는 내용의 독후감을 쓰게 되는 거죠. 그 이후로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없어요.

예은 : 아니, 독서가 그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데 어릴 때부터 동화 속에 그런 게 녹아 있었으면 어쩔 수 없이 세뇌됐겠네요.

진행자 : 회령시에 큰 도서관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도서관이 북한 곳곳에 있나요?

광성 : 일단 큰 도시에는 한 곳씩 있는데 소도시에는 없습니다. 소도시에도 비슷한 게 있기는 한데 예전에 독서를 권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어른들도 책을 읽어야 하는 거죠. 인민반 안에 소모임이 있어서 책을 읽고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린이나 청소년이 따로 읽을 만 한 건 없다고 보시면 돼요.

예은 : 남한은 어딜 가나 도서관이 많거든요. 저희 동네만 해도 집 근처에 세 곳이 있어서 골라갈 수 있어요. 특히 어린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어린이 도서관이 따로 있고요. 도서관은 가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어요.

진행자 : 남한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 2014년 기준으로 930여 곳이라고 해요. 그리고 대학 등 학교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 따로 있고, 사립도서관도 있죠. 미국은 9천여 곳이라고 하네요.

클레이튼 : 우리 집은 시골이라서 도서관에 그렇게 쉽게 갈 수는 없었어요. 차로 10분 거리?

예은 : 쉽게 갈 수 있는데요(웃음).

클레이튼 : 아니 서울은 정말 10분 정도 걸으면 도서관이 나오더라고요.

진행자 : 맞아요. 그리고 영국의 공공도서관이 4천여 개, 일본이 3천여 개라고 하니까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남한의 공공도서관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예은 씨나 클레이튼이 말한 것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 광성 군 남한 도서관을 처음 보고 했던 생각 기억해요?

광성 : 깜짝 놀랐어요, 책이 너무 많아서.

진행자 : 클레이튼은 남한 도서관 갔을 때 어땠어요?

클레이튼 : 저도 처음에는 충격 받았죠. 책이 너무 많아서 놀란 건 아니고, 공부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웃음).

북한에서 온 광성 군과 미국에서 온 클레이튼 모두 남한의 도서관에 처음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는데 놀란 이유는 좀 다른 것 같죠?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남북한의 도서관은 또 무엇이 다른지 다음 시간에 계속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진행에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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