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실험의 결과 (3)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0.09.22
wolcome_soviet_b 북한 공산당원들이 지난 1947년 스탈린과 김일성의 거대한 초상화를 들고 소련의 평양 진주를 축하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AP Photo

앵커: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기대와 좌절. '공산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를 부정하고 공유재산제도를 실현해 빈부의 격차를 없애는 사상'을 말합니다.

특히 오늘날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세력으로서 활동하는 현대 공산주의, 즉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의 공산국가들마저 몰락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공산국가들의 현실과 미래도 암울합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와 함께 공산주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미래도 조명해봅니다. 진행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시간에 이어 공산주의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를 교수님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1990년대초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가장 많은 이익을 챙겼던 계층은 간부들이 아니었습니까?

[란코프 교수] 네 그렇습니다. 특히 저처럼 사회주의국가에서 자라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외국사람들은 이같은 현상을 보고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사회주의 진영에 속했던 나라들 중 거의 대부분에서 오늘날의 집권 계층은 압도적으로 옛날 공산당 간부들, 보위원들, 그리고 지배인들과 같은 경제일꾼들 출신들입니다. 물론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 30여년 되었기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경우 간부출신자들 대신에 그들의 자녀들이 집권계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자: 왜 그럴까요? 반공산주의 민주혁명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존 공산당 간부들을 해고하고, 징역을 보내거나 또는 추방하고, 민주혁명 지도자나 민주 지식인들이 권력을 장악해야 정상이 아닙니까?

[란코프 교수] 일부 국가들은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만, 그러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이미 교육경험, 정치경험, 행정경험이 있었고, 또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 소유에 대한 통제권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민주화 운동가이든, 다른 사람들이든 대부분 그들을 대체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결국 소련이 무너진 지 10년이 지난 2000년대 초에는 15개 구소련 가맹공화국 중 12개 국가에서 공산당 고급간부나 보위원 출신들이 최고지도자 였습니다. 간부들은 원래도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사상을 그리 믿지 않았고, 그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자, 간부들은 옛날 사상을 쉽게 버렸습니다.

기자: 교수님, 그런데 많은 공산주의 국가들이 사상을 매우 중요시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간부들 대다수가 실제로는 사상을 믿지 않았다고 하시니 조금 놀랍습니다.

[란코프 교수] 제가 보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공산주의국가에서 사상을 너무 열심히 믿는 사람은 발전하기 불가능했습니다. 간부들은 사실상 공무원들인데요. 공무원들은 애국사상을 가질 수도 있지만, 현실주의와 기회주의가 많습니다. 세계 어디에나 그렇습니다.

기자: 일반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불만이 많지 않았나요?

[란코프 교수]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생각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사회주의시대보다 선택 자유가 넓어졌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능력 있는 사람은 예전보다 성공하기가 더 쉬워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가 무너진 다음에, 경제생활과 소비 생활 역시 많이 좋아졌습니다.

기자: 하지만 사회주의가 무너진 다음에 심각한 과도기가 있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교수] 네 그렇습니다. 이것은 큰 실망을 불러왔습니다. 1980년대말 사회주의진영에서 공산주의를 반대한 사람들은,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지자마자 거의 즉각적으로 프랑스나 영국에 견줄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될 줄 알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과도기는 혼란스럽고 어려웠습니다.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서민들은 공산주의 몰락 직후에 생활이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과도기는 5-7년 정도 지속되었고 그 후에는 생활수준이 향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나라는 공산주의시대보다 잘 살고있고, 일부 나라들은 매우 성공적인 국가발전을 이룩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반대로 공산주의시대에 비해서 상황이 별로 좋아지지 않은 나라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크라이나와 뽈스카(폴란드)입니다. 그들은 이웃나라일 뿐만 아니라, 언어도 문화도 비슷한데요. 오늘날 뽈스카의 평균소득은 공산주의시대의 3배 정도에 달하고, 우크라이나의 소득은 여전히 공산주의시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현실입니다.

기자: 란코프 교수님, 교수님의 고향인 러시아는 어땠을까요?

[란코프 교수] 다른 사회주의진영 국가에 비하면, 러시아의 성공은 보통수준입니다. 특히 경제는 과도기 때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2000년대 초부터는 꽤 성장했습니다. 오늘날 러시아 시장경제 성공을 나타내는 몇 가지 지표를 살펴 봅시다. 공산주의말기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곡물 수입 국가였고, 그것으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 농업은 필요만큼 식량을 생산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중국처럼 개인 농업을 바탕으로 하는 러시아는 지금 세계 최대의 곡물 수출 국가가 되었습니다. 소련시대 수많은 서기장들이 열심히 꿈꾸었던 ‘곡물자립’의 꿈을 성공시킨 것은, 집단농장이 아니라 개인농업이었습니다. 또 소련시대 때는 해외여행이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작년 2019년만 해도 약 4800만 번의 출국이 있었고, 간단히 말해, 이제 러시아에서는 3명 중 1명은 매년 해외로 나가는 셈이 되었습니다. 집 건설도 옛날보다 더 많이 하게 되었고, 가게에 있는 소비품의 양도, 또 제품의 질도 소련시대 때에 비해 훨씬 좋아졌습니다.

기자: 사회주의시대 후기, 여러 나라에 존재한 반체제 세력들은 공산주의 체제붕괴 이후에 권력을 차지할 수 있었나요?

[란코프 교수] 그런 나라들이 있긴 했지만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출세할 수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시대보다 자유가 아주 많아졌습니다. 물론 사회주의진영 출신 국가들 가운데 많은 나라들은 권위주의경향이 심합니다. 소위 말하자면 부드러운 독재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독재국가들은 공산주의의 시대보다 훨씬 약한 독재입니다. 제일 심한 독재는 아마 오늘날 중국과 같은 독재입니다. 물론 북한사람들이 볼 때 중국의 독재정권은 김씨 일가 독재와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기자: 체제붕괴 이후, 사람들은 주로 어떤 점에 불만을 제기했나요?

[란코프 교수] 1990년대 과도기에 불만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래도 오늘날 처럼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러시아나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나라에서 권위주의정권, 즉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이 있고, 보다 자유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고, 비리나 뇌물문제도 끊임없는 불만이 제기되는 사안입니다.

기자: 바뀐 체제에 만족하지 못하고 옛날의 공산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까요?

[란코프 교수] 거의 없습니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지표까지 있는데요. 구 공산주의 진영 국가 대부분에서 자유선거가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다 공산당이 존재하는데요, 공산당에 대한 지지는 보통 10%-15% 수준입니다. 흥미롭게도 공산당은 개인식당, 개인상점, 개인기업이 여전히 있을 것을 약속하고 중기업과 대기업만 국유화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들에 대한 지지는 낮습니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아도 극소수입니다.

기자: 네 란코프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러시아 출신의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와 함께 알아본 공산주의 역사 이야기, 오늘 순서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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