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

서울-노재완, 박소연 nohjw@rfa.org
2017.10.31
dog_walking-620.jpg 반려견 패션쇼에 참가한 한 강아지가 워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이 시간 진행에 노재완입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박소연 씨는 2011년 남한에 도착해 올해로 6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소연 씨는 남한에 도착한 이듬해 아들도 데려와 지금은 엄마로 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은 소연 씨가 북한을 떠나 남한이라는 세상에서 보고 겪은 경험담을 전해드립니다.

노재완: 소연 씨, 안녕하세요?

박소연: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날씨가 꽤 추워졌죠? 일요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시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이 올가을 들어 가장 춥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소연 씨는 무산 출신이니까 추위에 강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박소연: 북쪽에서 40년을 살았으니까 추위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죠.

노재완: 참 운전면허 실기시험 어떻게 됐나요?

박소연: 후진하다가 선을 밟아 실격돼서 이틀 후에 다시 시험을 봤는데 이번에는 100점으로 합격했습니다.

노재완: 그러면 면허증을 따신 거에요?

박소연: 아닙니다. 마지막 도로주행이 남아 있습니다.

노재완: 사실상 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소연: 절반은 땄다고 봐야죠. (웃음)

노재완: 축하드립니다.

박소연: 고맙습니다.

노재완: 최근 어느 연예인의 개가 이웃에 사는 유명 식당의 여주인을 물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잖아요. 소연 씨도 이 사건 아시죠?

박소연: 그럼요. 인터넷에서 며칠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큰 뉴스였잖아요. 저는 솔직히 이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북한에서도 개한테 물려서 죽는 일이 있지만 이처럼 세상에 다 알려지고 그게 문제가 돼 뉴스에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엘리베이터에 서 있는 이웃 주민을 이 애완견이 갑자기 물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급성 폐혈증으로 번져 사망했습니다. 이번 일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 애완용 개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즐거움을 나누고 슬픔도 나누는 마치 가족처럼 취급받는다는 사실에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더욱이 개를 위한 애견호텔, 애견미용실, 애견카페 등이 눈에 띌 정도로 많고.. 그만큼 애완견이 많아졌다는 건데요. 그러나 이에 비례해서 반려견으로 인한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재완: 소연 씨가 지금 사시는 곳에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들이 많습니까?

박소연: 네, 많죠. 바로 옆집에도 있고요.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산책로가 있는데요. 아침과 저녁때가 되면 개를 산책시키려고 나온 분들을 자주 볼 수가 있습니다.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개와 사람이 동반자처럼 느껴졌습니다.

노재완: 웬만한 동네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가게가 따로 있잖아요.

박소연: 상점도 있고 대형 유통상점인 이마트 같은 곳에 가면 애완견 코너도 따로 있더라고요.

노재완: 요즘엔 또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혹시 ‘동물농장’ 보셨나요?

박소연: ‘동물농장’ 저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저는 동물이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울릴지 몰랐어요. 더 놀라운 것은 개나 고양이가 고속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기중기 등을 이용해 구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물을 살리기 위해 저렇게까지 하나.. 저는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아니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감동적이어서.. 동물을 대하는 남한 국민들의 태도 말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동물을 짐승이 아닌 인간의 가족처럼 생각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노재완: 북한에도 개나 고양이 등을 집 안에서 키우는 사람들이 좀 있나요?

박소연: 대부분 돈 많고 생활이 유족한 간부나 그렇게 키우죠. 애완용 개를 안고 다니면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봅니다. 부르주아적 행동이라고 욕하죠. 일반 주민은 애완용 개가 아닌 일반 개, 흔히 똥개라고 부르죠. 그런 개들을 많이 키웁니다. 개를 키우는 목적도 다양한데요. 기질이 사나운 풍산개나 도크(사나운 개를 칭하는 이름)를 키우는 집은 도적을 막으려는 데 목적을 둡니다. 북한 주민들은 자신들이 목적에 따라 봄에 강아지를 사는데 집을 지키려는데 목적을 둔 주민은 두 귀가 서고 눈빛이 날카로운 강아지를 선택합니다. 귀가 서면 소리를 잘 듣고 눈빛이 날카로우면 집을 잘 지킨다는 속설 때문입니다. 반면 일반 개를 기르는 집은 개를 팔아 돈을 마련하려는데 목적을 뒀다고 봐야죠. 남한의 개는 비싼 사료를 먹고 자라니까 돈을 쓰지만 북한의 개는 팔아서 돈을 벌게 해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 북한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으면 도둑놈이 개를 다 훔쳐갑니다.

노재완: 북한에서는 개를 많이 훔쳐가는군요.

박소연: 그럼요. 심지어 마당 안에 목줄을 맨 개들도 약을 먹여 도적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적들은 고소한 냄새가 풍겨 개를 유인합니다. 그리고 골목길 같은 곳에서 포대에 넣어 가져갑니다. 또 북한에서는 죽은 개도 그냥 버리지 않습니다. 죽으면 식량으로 대체되기 때문인데요. 북한은 먹고 살기 어려운 나라다 보니까 동물이 죽으면 그날로 음식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아무리 자기 개라도 죽었을 때 아무 데나 버리면 법에 걸리더라고요.

노재완: 개한테 물렸을 경우 여기 남한은 대부분 개 주인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요. 또한 법적으로도 그렇게 하라고 나와 있고요.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박소연: 개한테 물려 사망할 경우에도 북한은 법적으로 해결하기 참 힘듭니다. 동네에서 개한테 물리면 개 주인은 ‘미친개 주사약’을 사서 물린 사람에게 주지 특별히 보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개 주사를 제때에 맞으면 죽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재완: 남한에는 개의 혈통을 중시하는데 토종개로는 진돗개가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북한도 풍산개가 유명하잖아요.

박소연: 양강도 풍산에 가면 풍산개만 전문 키우는 곳이 있습니다. 풍산개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기상을 보여 준 개로 기념물로 보관되어 있지만 요즘 중국과의 밀수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신에 다른 재래종이 들어가고.. 북한의 열악한 경제가 우리의 귀중한 토종개들의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노재완: 남한을 대표하는 진돗개와 북한을 대표하는 풍산개. 둘 다 정말 영리하고 주인에게 잘 복종하는 개로 유명한데요. 남한에서도 풍산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풍산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가끔 볼 수 있는데요. 반대로 북한에서도 남한의 진돗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소연: 네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짜 진돗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개를 보면 포스부터 다릅니다. 몸이 크고 우람하기 때문에 도둑들이 진돗개가 있는 집에는 접근조차 못 하더라고요.

노재완: 네, 오늘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 박소연이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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