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2) 부러우면 지는 거다

서울-이현주, 문성휘, 박소연 xallsl@rfa.org
2014.02.25
model_house_305 서울 강남구 도산사거리 부근에 개관한 반포 '아크로리버 파크' 견본주택을 찾은 수요자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무산 출신 박소연 씨는 2011년 11월, 남한에 도착해 올해 남한 생활 3년 차를 맞고 있습니다. 2012년 아들을 데려와 혼자서 키우는 열혈 ‘워킹맘’ 그러니까 일하는 엄마입니다.

<세상 밖으로> 이 시간엔 남한 정착 8년차,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 문성휘 씨와 함께 박소연 씨의 남한 적응기를 하나하나 따라 가봅니다.

INS - 들어가니까 칸이 4-5개 되는데 화장실이 2개가 있더라고요. 우리는 조그만 화장실에 몸이 좋은 사람, 600공수는 돌아도 못 서요. 제가 하도 날씬하니까 거기서 살죠. (웃음) 욕실엔 욕조도 크고 대판(대형) 거울을 걸어놓고 너무 멋있는 거예요.

소연 씨는 얼마 전, 직장 기관장이 집들이에 다녀왔습니다. 새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했다는데 수영장까지 있는 새 아파트에 기가 팍 죽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또 남이나 북이나,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일반 주민들의 가장 큰 소망인데요. 요즘 집에 대한 남쪽 사람들의 생각, 많이 바뀌었습니다. 문 기자는 이런 추세를 따라가고 소연 씨는 그래도 집 한 채는 마련하고 싶다고 합니다.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지난 시간에 이어서 집에 대한 얘기 이어갑니다.

문성휘 : 나도 늘 그럽니다. 늙어서 집 한 채는 가지고 있어야지... 그런데 대학에 다니는 딸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아들은 생각이 완전히 우리랑은 딴판입니다. 아니, 왜 집을 왜 꼭 사야하는데? 왜 필요한데? 아버지, 어머니는 앞으로도 죽 이 아파트에서 살겠나... 그리고 이젠 세계화 시대라고 꼭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법이 없지 않냐? 영국에 살 수도 있고 또 미국에 가서 살 수도 있고. 사람이 어떻게 장담하느냐... 이게 전혀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젊은 세대들에겐 집이 큰 재산이 아닌 거죠. 집을 바라보는 아이들 세대와 우리 세대의 차이지만 걔네들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돼요.

진행자 : 그러니까 인생은 유동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태어난 곳에서 이사 한번 안 하고 첫 직업을 평생직장으로 알고 살았던 부모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고요. 그리고 집을 사려면 얼마나 아껴 살아야 해요. 집을 사기 위해서 우리 부모들은 엄청나게 많은 부분 포기했고 살았단 말이죠.

박소연 : 맞아요. 그랬죠...

진행자 : 정말 못 먹고 못 입고 십년 아껴 모아 집을 사면 큰 행복이었는데요. 우리도 그렇게 살까요? 살 수 있을까요?

문성휘 : 우리 때까지는 그렇게 살 것 같아요. 그러나 좀 다르지 않겠어요?

진행자 : 저 살림하는 걸 보면 저희 시어머니, 친정엄마는 낭비한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한 달에 한번은 나가서 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박소연 : 일주일에 한번은 외식할 수 있지 않아요?

진행자 : 그렇죠. 저도 일주일에 한 번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분들 기준으로는 집에 밥이 있는데 왜 밖에서 돈을 주고 밥을 사먹느냐? 그런단 말입니다. 이 분들은 그렇게 살아오셨던 거죠. 저희랑은 또 다른 것 같습니다.

문성휘 : 솔직히 많이 다르네요. 저만해도 그래요. 집을 사느라 그렇게 고생을 할 바엔 난 차라리 임대주택 영원히 살겠다. 다 관리를 해주지 오히려 내 집을 사는 게 부담일 것 같아요.

박소연 : 근데 임대주택에서 영원히 못 살잖아요? 내 통장에 돈이 불어나게 되면 탈락이 된데요.

문성휘 : 통장에 돈이 늘어나면 너는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집은 절로 해결해라 그런 거죠. 그러니까 한국이 임대주택을 짓는 건 집을 얻을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죠.

박소연 : 그렇죠. 저소득층을 위해서... 그런데 항상 저소득층으로 살 건 아니잖아요?

문성휘 : 상관없어요. 내가 벌면 버는 대로 팡팡 써서 집을 살만한 돈이 통장에 쌓이지 않으면 나 일생동안 살 수 있어요. (웃음)

박소연 : 내가 노하우를 대줄게요. 차명 계좌? 그걸 만들면 된답니다....(웃음)

진행자 : 방송에서 불법을 얘기하시면 안 돼요! (웃음)

박소연 : 참, 사람이 못된 걸 먼저 배우죠?

문성휘 : 그런데 요새 보도가 나오잖아요? 돈이 있는 걸 숨기고 국가를 속이고 임대 아파트에 살다가 걸리고. 어찌 보면 참 양심이 없다고 생각되는데 그만큼 임대 아파트가 편해요.

진행자 : 그렇지만 임대 아파트는 국가에서 정한 기준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자립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임대 아파트에서 나가야 맞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임대 아파트에 계속 살아라... 이건 욕입니다.

박소연 : 8년 전에 온 제 탈북자 동갑 친구가 사업을 하는데 크게 성공했어요. 그 분이 이번에 4억 얼마주고 집을 샀다는 소리를 하기에, 종전 집을 포기했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소연 씨도 이제 와서 살아보라, 애들이 있으면 임대 아파트 사는 걸 창피해 한답니다. 서울 중심에서 사는데 이 친구 딸은 한국 애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녀요. 친구들이랑 집이 어디어디 산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아이가 말을 못한 답니다. 집이 어디라고 하면 너희 집은 저소득층이냐고, 엄마 아빠가 젊은데 왜 거길 사냐고 그런 답니다. 딸이 집에 와서 울었대요. 그때 생각한 게 아, 여기 눌러앉는 건 발전이 없는 길이다, 어떻게 하든 차고 일어서서 자기 집을 마련해야겠다... 물론 영구아파트에 살면 저축도 더 할 수 있지만 거기에 만족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서는 임대 아파트에서 나가야한다는 방향으로 저에게 말해주더라고요. 그러니까 사람마다 얘기해주는 방향이 다 달라요.

진행자 :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니까요. 그 친구 딸의 얘기는 사실 슬픈 얘기죠. 아이들이 뭘 안다고 집이 어디냐를 따진다는 게...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차이가 있으니까요.

박소연 : 그 분은 성공했기 때문에 집을 살 수 있었죠.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부럽긴 하지만 저런 집을 꼭 사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근데 우리 탈북자끼리 앉아서 영구임대가 좋소, 국민임대가 좋소... 하는데 솔직히 남한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는 조금 미안해요. 왜냐하면 제가 집 소리도 하고 그러면 제 옆에 앉은 기자분이 참 예쁘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저를 너무 부러워해요.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까 작은 월세 집에 사는데 친구랑 같이 살면서 나눠서 내는데도 한 달에 임대료만 한 사람당 20만원이래요. 그리고도 또 전기세니 뭐니 내는 돈이 있잖아요. 남한 사람들은 그렇게 집 받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나, 그러면서 저한테 집이 어떻다고 말하지 말래요. 그런 사람 말을 들으면 지금 집도 만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근데 문 기자님처럼 오래되신 분들은 영구임대, 국민임대 뭐가 좋다... 얘기하는 것 보면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른 것 같아요.

진행자 : 왜 일전에 북한에 돌아간 탈북자들이 기자 회견할 때 임대 아파트 얘기했잖아요? 남한 사람들은 들으면서 참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그랬을 겁니다.

문성휘 : 그게 한갓 구실이죠. 그리고 한국에 왔다가 돌아간 사람들은 대개 남한에 3년 이상 못 산 사람들입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이 돌아가는 거죠. 그리고 여기 사정을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적응을 못 한 겁니다. 가끔씩 보면 역사적인 사실도 있잖아요? 인도나 미국이나 중국에도 그런 사례가 있더라고요. 늑대 소년이라고 실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인도에서 어떤 원인인지 모르게 산에서 늑대가 인간 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그 아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데리고 나와서 키우려고 하는데 끝내 적응을 못하고 다시 늑대 굴로 돌아갔다... 인터넷에 보면 50년대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하고요. 아... 저는 그 북한에 돌아간 사람들 보면 이걸 생각해요. 그 제도가 사람을 늑대 아이로 만들어 놨구나. 그리고 집은 사실 구실이고요, 진짜 사람들, 그 사람들이 살던 집에 가보면 입을 다실 겁니다.

박소연 : 그래요. 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해도 북한 집에 비하면 궁전이죠.

문성휘 : 그리고 또 뭐가 있냐면 금방 온 탈북자일수록 불만이 높아요.

박소연 : 네, 그건 진짜 맞아요.

문성휘 : 북한에서도 요즘 그런 말 한다면서요? 주제 파악을 해라. 탈북자들을 욕하는 게 아닙니다. 오자마자 우리 탈북자들은 너무 급해요. 오자마자 여기서 50년, 60년 씩 산 사람들 수준으로 살려고 하고 무작정 그걸 요구하고, 응당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금방 온 탈북자들, 그렇게 착각을 합니다.

박소연 : 저희들도 그런 시기를 거쳤죠.

문성휘 : 또 하나, 마치도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게 그 어떤 영웅적 행위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자꾸 오는 것도 사실 반갑지 않습니다. 부담스럽죠. 국민들 세금도 더 나가야하고 기왕이면 통일이 되거나 아님 북한 스스로 개혁, 개방해서 사는 게 남한 사람들에게 더 편안한 거죠. 그런데 그런 걸 잘 모르니까...

박소연 : 금방 온 사람들이 말하자면 의견 치수가 높아요. 제가 오자마자 컴퓨터 학원 다녔는데 선생님이 탈북자셨어요. 온 지 5년 되셨다는데 그 분이 아직도 영구임대에서 산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희뜩해서 그랬네요. 아직도 영구임대에서 사세요? (웃음) 제가 그때는 금방 와서... 지금은 제가 많이 어른이 됐어요. 금방 와서는 제가 제일 잘나고 내가 제일 잘 될 것 같았으니까요...(웃음) 그 분이 그 때 그러더라고요. 살아보세요... 그 때는 곁에서 사람들이 그랬어요. 젊었다, 영 못나지 않았으니까 남자 하나 잘 꼬이면 사모님 소리 들을 수 있다... 그러기에 저는 그 말을 곧이들었어요. 2년 동안 남한에 살면서 체득한 게 있습니다. 그건 다 빈말이고, 남이 해주는 말이고. 2년 뒤에 남자를 꼬여서 사모님 소리를 들을망정 지금 당장은 내가 주인이다... 이제는 그런 허무한 데 꿈을 안 걸어요. 이제 어떻게든 살아서 국민임대 17평이라도 가야겠다... 저 이제 그 분 말씀이 이해가 되요. 저도 이러다가 영구 임대 5년 이상 있을 것 같아요. (웃음)

문성휘 : 그러니까 저는 탈북자들에게 이래라 저러라 얘기할 수 없어요. 꿈을 크게 가지는 건 좋습니다. 제일 한심한 게 오자마자 임대 아파트 살면서 한 달도 못 되 자동차를 사요. 그것도 값이 눅은 차도 아니고 소나타 같은 중형차를 삽니다.

박소연 : 소나타가 얼마인데요?

진행자 : 2천 cc 정도이고 한 2만 달러 정도할 겁니다.

문성휘 : 그 차를 어떻게 살 수 있냐 물어보니 집 식구들 몇 명이냐, 그리고 사는 임대 아파트는 몇 평이냐... 이런 대출 기준이 있답니다. 그래서 차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차를 산 게 내 돈으로 산 것인가요? 은행 차 아닙니까? 빚을 지어 산 것이잖아요. 너무 욕심이 많아요. 오자마자 여기서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들이 타는 자동차, 그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다 욕심낸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 하고 싶어요. 집에 대한 꿈, 크게 가져라 그러나 욕심을 부리지는 말아라.

진행자 : 소연 씨한테 필요한 얘기네요.

박소연 : 그래서 저 17평이 꿈이잖아요. 지금까지는... (웃음) 옮기면 집들이도 할게요. 5년 안에는 어떻게든 저축을 해서 옮겨야죠.

문성휘 : 그래도 욕심을 버리세요.

박소연 : 저 욕심을 버렸다니까요. (웃음)

진행자 : 근데 그런 잠재 돼있던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소연 씨가 다녀온 집들이 같은 것이요.

박소연 : 맞아요. 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니까요. 다시는 안 갈 거예요!

문성휘 : 소연 씨도 아직 신병이에요. (웃음) 저도 어느 집들이를 갔는데 어떤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더니 복도에서 쓰레기를 어떤 문을 열고 휙 던져 넣고 문을 닫아 버리더라고요. 아니,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어서 집주인에게 물어봤더니 거기가 쓰레기장이래요... 요즘 지은 아파트는 그렇다나요? 그래도 저는 부럽지 않더라고요. (웃음)

진행자 : 그래요. 바로 이런 거, 그래도 부럽지 않은 이런 정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집 살지 않아도, 좋은 집 살지 않더라도 주눅이 들지 않는, 요즘 남쪽에서 유행하는 말로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이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

박소연 : 근데 그렇게 자신감이 있으면 사람들이 막 그래요. 주제 파악을 해라.

진행자 : 잘난 척과 자심감은 다르죠. 나에게 대한 자신감, 자부심 이런 걸 키우면 좋은 집 안 살고 좋은 차 안 끌고 다녀도 괜찮다...

문성휘 : 그래요. 나는 똥배짱이 있어요...

잘 사는 사람도 많고 남과 비교할 일도 많은 남쪽... 요즘 북쪽도 빈부격차도 상당하다고 하니까 남과의 비교로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 마음, 이해하시죠? 남쪽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문 기자와 소연 씨가 남한에서 산 기한은 거의 5-6년 차이가 나는데요. 소연 씨의 마냥 부러운 마음과 문 기자의 여유는 바로 이 차이겠죠. 아무리 수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자본주의 사화라지만 나는 나, 평상심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 내공이 있다면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연 씨도, 저도, 청취자 여러분께도 이런 내공,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탈북자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오늘 얘기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 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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