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에 맞는 통일교육 절실”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5.03.25
unification_edu_305 2013년 5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문산초등학교에서 일일 통일교사로 초등학생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안녕하세요. <통일로 가는길>의 노재완입니다. 최근 한국의 통일부가 전국 1천여 개 학교에 통일교육 강사를 파견해 통일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의 통일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인데요. 이번 주 <통일로 가는길>에서는 한국 정부가 밝힌 학교 통일교육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한국 정부가 올해도 학교 통일교육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이른바 ‘찾아가는 학교통일교육’입니다. ‘찾아가는 통일교육’은 통일교육원에서 양성한 전문강사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가서 통일교육을 특강 형식으로 하는 겁니다. 통일교육 대상 학교는 지난해 556개교에서 올해 1,000개교로 확대됐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3월 23일 정례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강사진은 4주간의 통일교육 전문 강사 과정을 수료한 자 중에서 보수교육을 실시한 후에 통일교육강사 및 탈북강사를 2인 1조로 하여 학교 현장에 파견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부터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통일미래 비전을 확산하기 위해 놀이와 문화를 접목한 쌍방향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통일교육을 실시함으로써 학교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 왔습니다.

3월 24일 충북 영동군에 있는 상촌초등학교에서는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통일교육이 실시됐습니다. 통일부 통일교육원 소속의 전문강사와 탈북강사가 학교를 방문해 2시간 동안 진행했는데요. 2부로 나눠서 진행된 통일교육은 1부에서 탈북강사의 탈북 이야기와 북한 어린이들의 실상이 이어졌습니다. 또 2부에서는 통일교육원 강사와 한반도 탐험여행 통일게임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남한과 북한의 지형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학교 최경희 교장은 남한의 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학생들이 북한 주민과 어린이들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단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며, 나아가 통일에 대한 큰 꿈을 키우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통일교육 대상학교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추천을 받아 정해졌습니다. 강사진은 앞서 들으신 것처럼 통일교육 강사와 탈북 강사 등 2인 1조로 구성됐습니다. 이를 위해 4주간의 통일교육 전문강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남한 강사는 북한 관련 석, 박사를 한 분들로 이루어져 있고요. 탈북자 강사들도 북한에서 교원 또는 방송원 출신들로 구성됐습니다.

수업의 난이도는 통일교육원에서 활용하고 있는 표준강의안을 활용하고 있는데, 난이도가 학급별로 다르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해력이 부족한 초등학교는 주로 만화영화를 활용하고, 중학교는 동영상을 보면서 통일에 대한 필요성, 그리고 미래 통일에 대비해서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강사들이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 같은 경우에는 통일에 대해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통일이 되었을 때 미래에 대해서 상상을 해보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학교 통일교육’은 일반적으로 2시간 정도 진행합니다. 사실 2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입니다. 그러다 보니 강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때가 많습니다. 통일교육을 오랫동안 해온 ‘우리하나’의 박세준 대표는 최소 4시간, 넉넉히는 하루 교과시간을 할애해야 아이들이 스스로 통일의 의미부터 통일에 이르는 방법, 참된 평화의 가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박세준 우리하나 대표: 지금까지의 통일교육은 남한 사람들이 보는 통일의 시각, 남한 사람들이 보는 북한의 시각을 주로 다뤘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오래전부터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탈북 청년들, 탈북 대학생을 통해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게 됐고요. 또 탈북자들의 시각에서 본 통일 얘기도 많이 했습니다. 처음부터 논리적으로 통일했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느냐 이런 이성적인 접근보다는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우리가 합쳤을 때 더 좋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감성적으로 다가갔습니다.

지난해 6월 한국의 교육부와 통일부가 전국 200개 학교 11만 6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고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의 53.5%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26%가 ‘보통이다’고 답했습니다. 실태조사 결과만 보면 학생들은 분명 통일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교원(교사)들이 느끼는 청소년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은 이보다 못합니다.

교원들은 학생들이 통일은 필요하지만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통일 관련 조사에서도 5명 중 1명이 ‘통일이 필요없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통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에도 민족공동체의 회복이나 한반도의 평화정착 같은 당위론적 이유보다는 통일 후 누리게 될 경제적 효과 등 현실적인 이유에 관심이 쏠려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도 ‘통일대박’이라는 용어까지 구사하며 통일의 가치를 경제적인 부분에 맞췄습니다.

초등교사: 요즘 아이들을 보면 통일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관심 분야에서 일단 먼 것 같고요. 또 북한과 관련해서도 지극히 일부 학생들만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준비 없는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미래의 주역인 학생 세대에 대한 통일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대에 맞는 통일교육을 강조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통일교육의 방향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박세준 우리하나 대표: 처음에는 북한의 참혹한 실상이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 많이 다뤘었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주 대상이 중고등학생들이다 보니까 이런 것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더라고요. 할 수 없이 저희도 눈높이에 맞춰 교육 내용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올해 같은 경우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러니까 북한의 또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또 어떤 공부를 할까 이런 식으로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것 위주로 새롭게 구성했습니다.

최근 남북 상황으로 볼 때, 통일은 여전히 멀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군사분계선 사이에서 100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상대방 체제에 불신이 너무 큽니다. 그러나 자라나는 학생들은 기성세대보다 순수합니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으니 북한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답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과거 전쟁을 경험한 기성세대들의 피해의식과 그들로부터 교육받았던 후세대들의 적대의식이 지금 아이들에게는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남북통일의 과정을 갈등의 치유와 평화의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통일교육을 받은 고등학생과 교육을 담당한 ‘우리하나’의 임믿음 씨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고등학생: 수업 때 탈북자 강사를 직접 보고 말을 들으면서 느낀 것은 진짜 같은 한민족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전혀 북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크게 다르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통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믿음 우리하나 통일교육 담당: 저희가 학교에 찾아갔을 때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관심 없었다’와 ‘통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방법은 잘 모르겠다’입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없었다’고 답한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단 탈북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얘기해주고, 또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새로이 만들어 진행하게 되면 학생들의 관심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통일에 대해서 잘 받아들일 방법으로 다가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통일이 언제,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남북한 통일은 단순한 국가 간의 물리적 결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60여 년간 떨어져 살던 남북한 주민들이 한 국가, 한 체제 내에서 동질화되는 과정입니다. 통일로 가는길,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노재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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