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인가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3.09
nk_supporters_icehockey_b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우리는 하나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 말을 새긴 구호판을 흔들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구호라고 봐야합니다.

미국 ABC방송 지미 킴멜 쇼에서 평창올림픽 북한응원단의 응원모습을 흉내 낸 프로그램이 방송됐습니다. 사회자는 북한응원단에 대해 목숨이 달린 것처럼 열심히 응원했다면서 스튜디오 방청객들에게 한 번 따라 해보자고 북한응원단 화면을 보여주면서 그대로 해보기를 유도했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저도 ABC방송의 그 화면을 봤습니다. 여성 200여명인 북한응원단이 박수를 치면서 상체를 옆으로 움직이고 앞으로도 움직이는 모양인데 일사불란한 모습이고 스튜디오 안 방청객들이 사회자 말대로 북한응원단이 하듯이 상체를 움직이는 동작을 하더군요. 그러나 그 흉내는 약간 야유조로 보여 졌지요.

한국관중은 이런 응원을 어떻게 봤을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 관중들은 경기를 보기보다 북한응원단에 관심을 더 보이기도 했겠지요. 응원 레퍼터리 보다 열렬하게 응원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봤지요. 한데 너무나 일사불란하고 기계적인 느낌도 들어서 섬뜩하다는 평도 있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우리는 하나다’라는 노래를 부르고 이 말을 새긴 구호판을 흔들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구호라고 봐야합니다.

우리는 하나다’란 게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2002년 가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 북한이 참가했을 때 응원단(288명)이 부른 노래가 <우리는 하나>였지요. 물론 구호로도 외쳐졌지요. 북한응원단이 “우리는....”하면 남쪽 일부 관중들이 “하나다”라고 호응도 했지요. 다음 해 대구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응원단원303명)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북한응원단(124명)은 같은 레퍼터리로 응원했습니다.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2014. 9)에는 응원단이 못왔죠. 그러니까 이번이 네 번째인데 <우리는 하나>는 아주 중요한 곡목 중 하나지요.

<우리는 하나다>란 구호에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임채욱 선생: 일부 호응과 화답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15, 6년 전과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지금 한국의 20, 30대는 민족보다는 국가가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서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넓게 퍼져있습니다. 그러니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 중에서 북한응원단에 무덤덤해 하는 사람도 많지요.

<우리는 하나> 라는 노래 어떤 부분이 정치적인 성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네. 가사는 이렇습니다. 1절.

하나 민족도 하나 하나 피줄도 하나

하나 이땅도 하나 하나 둘이되면 못살 하나

긴긴세월 눈물로 아픈상처 씻으며

통일의 환희가 파도쳐 설레이네

하나 우리는 하나 태양조선 우리는 하나

2절.

하나 언어도 하나 하나 문화도 하나

하나 역사도 하나 하나 둘이되면 못살 하나

백두에서 한라까지 분단장벽 허물며

통일의 열풍이 강산에 차넘치네

하나 우리는 하나 태양조선 우리는 하나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가사에는 다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뿐인 것으로 보이는 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민족도 하나, 핏줄도 하나, 이 땅도 하나, 언어도 하나, 문화도 하나, 역사도 하나 틀린말 아니지요. 그러니 <우리는 하나>가사야 좋지요. 하지만 이 가사에서 ‘태양조선 우리는 하나’라는 말은 김씨왕조의 조선을 말합니다. 이번에 응원단과 별도로 온 북한 예술공연단(삼지연관현악단)이 노래가사 중에서 ‘태양조선’이란 부분을 빼고 우리민족이라고 했다니까 그들 스스로 남쪽에서 오해할 정치적인 성격이 있다고 본 거지요. <우리는 하나> 이 노래는 2002년에 나온 것인데 이 노래를 두고 북한 음악계가 거둔 2002년 3대 성과 중 하나로 평가합니다. <우리는 하나>외에도 1990년대 초에 나온 <조선은 하나다>라는 노래도 있는데, 이 노래 역시 대남관계 행사 때 마다 불리던 것입니다. 이런 노래들 가사를 앞세우면서 북한은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외치고 민족공조를 강조합니다. 이런 게 정치적 성격 아니겠습니까? 하도 강조하다보니 남쪽 종교계 인사들까지 민족공조를 표현하는 판입니다. 말 못해서 죽은 귀신이 한스럽지 않는 한 이런 말 속에 들어 숨어있는 의도까지 눈 감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북한은 동계올림픽이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은 대남관계에서 언제나 이중적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자기들 아니면 평창올림픽이 역대 최악의 인기없는 대회로 기록될 수 있는데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그러는 한편 자기들 뜻대로 안되면 잔치상이 제사상이 될수도 있다고 위협적인 말도 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데는 남쪽에서 북한 참가를 목매게 기다린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하나’라는 말에는 민족의 동질성 아니면 동일성을 말하는데 남북한에서 보는 민족관 개념에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1990년대 들어서면서 김일성은 스타린 식 민족개념을 버린다고 했습니다. 자기는 공산주의자이지만 민족주의자 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말이 그러했지 실제 민족을 보는 눈도 한국의 민족관과 같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박승덕이란 북한 철학자가 있었는데 남쪽학자들에게 말하길 자기들의 민족관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민족을 보는 눈에는 관점뿐 아니라 민족심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민족심리는 기질이나 감정, 정서도 같아야 한 민족이지 핏줄이 같고 말이 같고 역사가 같아도 지금 느끼는 심리가 서로 다르면 같은 민족이라 하기도 곤란합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을 수령으로 모시고 혁명을 하는 자부심을 민족심리라고 내세운다면 그게 어떻게 용납되겠습니까?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는 노래가사만 본다면 통일지향적 이기고 호소성은 높지만 그것이 응원구호로 외쳐진다면 엄격하게 말해서 정치적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정치적 구호가 스포츠 시합에서 외쳐지는 것이 되지요. 남쪽의 어떤 사람은 북한응원단원들의 미모와 미소를 못 잊어 <우리는 하나>를 외치겠지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려면 민족심리부터 통일돼야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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