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4월 초파일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9.05.13
budda_birthday_b 부처님오신날인 22일 오전 대구 동화사를 찾은 신도들이 관불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초파일 행사에서 불교적인 색깔을 탈색시키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 4월 초파일이었습니다. 남북한 곳곳에서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의 이모저모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말씀대로 어제 남쪽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고, 북쪽에서는 4월 파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지요. 음력으로 4월 초여드레 날, 초파일은 석가탄신일 이어서 불탄일, 또는 석탄절이라 했는데 한국에서는 바로 작년(2018)부터 공식명칭이 ‘부처님 오신 날’로 바뀌었습니다. 바뀐 이름은 불교계에서 요구해 온대로입니다. 북한에서는 그대로 4월 파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보통 초파일이라 하는데 그냥 파일이라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초파일 행사가 열리긴 했겠지요? 그런데 북한에는 절집이 얼마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현재 북한에 있는 절은 64곳 쯤 된다고 합니다. 8.15 광복 때 북한에는 절이 403곳 있었습니다. 황해도에 124개, 평안도 87개, 함경도106개, 강원도56개인데 지금은 64곳이라면 15%정도가 남은 것이군요.

전쟁 때 없어졌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다고 봐야지요. 대부분이 전쟁으로 불탔지만 돌보지 않아서 저절로 쇠락한 것도 있고 남은 것 중에는 묘향산 보현사처럼 전쟁 후 다시 복구한 것도 몇몇 곳 있습니다.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절중에서는 어떤 절들이 남아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이제 말한 보현사 외에 평양에는 사찰 5곳이 남아 있는데 광법사는 남아 있고 평양 8경에 들어가던 영명사는 없습니다. 대성구역 대성동에 있는 광법사는 북한 국보급 절인데 전쟁 때 불탔지만 다시 복원을 한 것입니다. 모란봉과 최승대 사이에 있는 영명사는 복구가 안돼서 절터만 남아 있지요. 영명사는 예로부터 황혼녘에 찾아들던 스님들의 모습과 종소리로 유명했지요.

북한에서 유명한 절은 금강산에 많이 있지 않나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옛날 금강산에는 절집이 수천 개 있다고 할 정도로 골자기마다 절이 있었지요. 금강산에서 유명한 절은 아시다시피 4개가 특히 알려졌지요. 장안사, 유점사, 표훈사, 신계사인데 6.25전쟁 때 다 타버렸지만 표훈사와 신계사는 복구가 됐고 장안사와 유점사는 복구가 안 된 상태입니다. 표훈사는 내금강 깊숙이 있어서 피해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북한당국이 복구사업을 벌렸고 현재 반야보전, 영산전, 명부전, 칠성각, 능파루 등이 남아 있습니다. 신계사는 아주 오래된 절인데 한국불교계에서 도움을 줘서 복구됐습니다. 한국 불교계는 한국 절에 명상하러 오는 연간 20만여 명의 외국인을 이 신계사로 이끌려는 계획도 세워봤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건 불교계 남북교류가 이뤄져야 성사될 일이지요.

그밖에도 소개할 절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황해도 정방산에 있는 성불사를 가볼까요? 성불사는 이은상 시인이 지은 성불사의 밤으로 알려진 절이지요. 지금 극락전, 응진전, 명부전, 산신각 등 절집이 남아있습니다. 한 때 황해도 지역 9개 군에 있는 절들을 책임지던 절이어서 유명했지요. 현재 북한 국보급 제87호로 돼 있습니다.

이들 절에서 어떤 초파일 행사가 열리는지요?

임채욱 선생: 네, 초파일 법회가 열린 것으로 압니다. 그 법회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남쪽과는 다른 면이 있지만 열리긴 했다고 합니다.

어떤 면이 남쪽과 다르다고 봅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초파일 행사에서 불교적인 색깔을 탈색시키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본래는 연등행사를 통해 부처님을 기린다지만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이날 봄 파종이 끝났다고 농민들이 즐겁게 하루 노는 날이라고 강조하지요. 그래서 사찰에서 법회를 열어도 공휴일이 아니니까 일반 신도들은 잘 보이지 않지요. 스님들 복장이 양복위에 가사를 걸쳐 입었다거나 스님들이 머리를 깍지 않은 것은 북한만의 특징이라고 치더라도 스님들이 불경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불경보다 ‘주체’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혹 연등에 쓴 글씨도 불교용어가 아니라 주체니 영생이니 하는 게 보였다고 합니다. 하기야 남쪽에서도 지금은 불교용어만 있는 게 아니고 축복이니 행복이니 하는 말들도 쓰이니까요.

한국의 초파일 모습은 어떠했습니까?

임채욱 선생: 700여만 명에 이르는 신자들이 부처님 오신 뜻을 새기고 경배를 했지요. 또 5월의 그 많은 축제 속에서 지난 주말(4~5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제등행렬도 축제로서 한몫했는데 10만 개 등불이 켜졌다고 합니다. 2만 2천이 넘는 사찰마다 연등행사가 열렸지요. 또 올해 행사에는 익산 미륵사 석탑 복원을 기리는 점등행사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한국에서는 7곳 사찰이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북한에 있는 사찰 중에서 유네스코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절이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한의 사찰들은 대부분 신앙심을 북돋우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의 문화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절집 자체야 역사가 있고 건축적으로도 보존가치도 있지만 실제로 신도들이 없으니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조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통일한국이 될 때 남북한 불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절이 있다 면은요.

임채욱 선생: 좋은 절들이 많습니다. 황해도 안악의 패엽사, 연안의 법흥사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평안남도 보현사 같은 좋은 절들을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에 남쪽 신도들도 가서 연등을 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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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하고 계십니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으면서 남북은 그동안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며 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남한은 서양으로부터 다양한 물질문화를 받아들여 식생활에도 큰 변화가 있었으나, 북한은 서양 문화에 인색했던 관계로 아직도 민족 고유 음식과 전통 음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탈북 여성들이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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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오랜 전통으로 자랑하는 유자경단 떡을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준비물 볼까요.

찹쌀가루 500그람, 귤껍질 1/2개분, 밤 200그람, 잣 50그람, 꿀 30그람, 설탕 30그람, 계핏가루 1그람, 소금 2그람입니다.

그럼 함께 만들어 볼까요.

귤껍질은 깨끗이 씻어 그늘에 두고 말린 다음 곱게 갈아 가루를 만듭니다. 잣은 고깔을 떼고 곱게 다져 가루를 만듭니다. 참쌀가루에 귤껍질 가루를 넣고 섞은 다음 끊는 소금물로 익반죽하여 시루에 안쳐서 져냅니다. 밤은 껍질을 벗기고 삶아서 으깨 가루를 만든 다음 잣가루, 계핏가루, 설탕을 넣고 골고루 섞어 고물을 만듭니다. 쪄낸 떡은 밤알 크기로 둥글둥글하게 빚어서 꿀을 바르고 밤 고물을 묻혀내면 됩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유자경단 떡 만드는 법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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