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문학교류의 명암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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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남북 첫 공동 문학잡지 '통일문학' 창간 기념행사에서 남과 북, 해외 문학인들이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지난 2008년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남북 첫 공동 문학잡지 '통일문학' 창간 기념행사에서 남과 북, 해외 문학인들이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문학에서는 서정시도 투쟁의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시는 ‘시대를 선도하는 투쟁의 기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의 서정성도 전투적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판문점선언 이후 남쪽 문화계에선 남북교류와 공동사업이 바로 닥칠 일처럼 기대가 높은 것 같더군요.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그런 기대와 문제점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 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한국 문화계에서는 기대가 높은 것 같습니다. 문학계는 올해가 월북 작가·예술인 해금 30주년을 맞아서, 그러니까 금지가 풀린 지 30년이지요, 그래서 기념학술대회도 열면서 남북한 문학교류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용계도 남북 춤 교류를 위한 세부 프로그램을 짜는 행사를 가졌고 미술계도 북한화가들 그림을 전시하면서 미술교류를 모색한다고 합니다. 공연예술분야는 이미 한 차례 교류가 있었는데 지속적인 교류행사를 준비 중이지요. 그 가운데는 북한 교예단과 교환공연을 희망하고 있는 서커스 단체도 있지요.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교류나 공동사업 추진동향에 앞서서 오늘은 문학분야에 국한해서 어떤 움직임이 있는지를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문학단체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겠지요. 그 가운데서 문학전공자들은 올해가 납북되고 월북한 문인들 작품이 해금된 지 30년이 되는 해라서 이를 기리는 뜻에서 납북문인이나 월북문인들에 대한 연구성과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한 남북한 연구교류도 조심스럽게 짚어보는 분위기 입니다. 하지만 교류를 바라고 기대하는 가운데도 북한문학을 다시 살펴보고 우리 문학 현실을 검토하다 보면 여러 가지 명암도 드러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내용에 대해서 언급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첫째 북한문학은 당의 문학이란 인식을 하지요. 작가가 상상력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창작을 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은 당이 요구하는 방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어떤 작품도 검열과정 없이 발표되지는 않지요. 둘째 북한문학은 주체사실주의 창작방법에 의하지 않고는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실주의는 사람을 중심으로 해서 그린다는 것인데, 무슨 작품이고 사람이 중심이 안 되는 게 있느냐는 의문이 나지요? 하지만 북한문학에서는 김정일 주장대로 공산주의 세계에서 통용돼 오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가 사람을 바르게 그리지 못해서 김정일 선대통치자가 사람의 역할을 잘 그려내는 주체사실주의를 창안했다고 말하지요. 주체사실주의에서는 사람이 세계의 지배자이고 개조자란 것을 명확하게 잘 그리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그게 그건데 김정일 문패로 바꿔 단 것입니다.

그럼 북한문학이 의도했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는 폐기된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평가절하 되지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따라 된 소설들, 1920년대 후반기에서 1930년대에 걸친 작품들, 이를테면 조명희의 <낙동강>, 이기영의 <고향>, 한설야의 <황혼>, 강경애의 <인간문제>, 송영의 <일체 면회를 거절하라> 같은 작품은 평가절하 되지요. 뿐만 아니라 1970년대까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생산된 북한의 문학작품들도 다 평가절하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김일성, 김정일의 문예이론을 공식화하려는 것이지요.

또 다른 문제점이랄까, 교류에 장애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문학작품의 주제설정이 제한적이란 면을 강조할 수 있지요. 소재는 어떤 것이 되더라도 주제가 되는 것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수령을 숭배하는 주제가 아니라든가, 당 정책을 거스르는 행동을 세차게 비판하지 않는다든가, 6.25전쟁 때의 투쟁을 외면한다든가 하는 주제가 작품으로 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북한문학은 수령을 우상화하고, 당 정책에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는 무오류성, 노동현장의 치열한 모습, 혁명적 낙관주의, 다시 말해서 혁명에는 비극이 없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만이 허용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면이 남북문학교류에 장애요소로 된다는 것이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이 위급할 때 사람보다 수령의 초상화를 먼저 구한다는 것이 북한주민의 일반적인 행동방식인데, 최근 어떤 작품은 초상화 구한다고 주민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낸 것도 있고(유봉동의 열여섯집, 2017) 바다에 빠진 대원을 구출하고 자기가 희생되는 비극도 묘사되고(서른두송이의 해당화, 2016), 또 민주주의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열망을 약간 읽을 수 있는 작품도 보입니다. 이런 것은 교류의 밝은 면이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어두운 면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북한문학에서는 아직도 6.25전쟁 때 이야기를 서사로 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은 또 다른 부분의 어두운 면입니다.

문학교류가 이뤄지려면 문학인뿐 아니라 일반주민들도 상대방 작품을 읽어야 하는데 아직 이런 분위기는 아니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북한 문학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조성은 되지 않고 있지요. 북한에서도 남한문학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지요. 그들 이데올로기적 관점으로 해석하다 보니 남한의 민중문학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민중문학이 마치 북한체제를 미화시킨다는 듯이 평가합니다. 가령 황지우 시인의 <꽃피는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작품을 <삼천리 금수강산>으로 제목을 바꾼 뒤 이 작품에서 남조선 인민들의 마음이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생활이 꽃피는 북녘 땅으로 줄달음쳐 온다고 묘사했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남한의 민중문학은 주체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필요에 따라 남한작품들을 왜곡되게 해석하고 또 소개도 하고 있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필요에 따라 남한 작품들을 출판도 한 일이 있습니다. 1996년에 북한 문학예술종합출판사는 한국 작가들 단편소설 10편을 묶어서 단행본으로 냈는데 그 제목을 <수난자의 목소리>로 했습니다. 실린 작품들은 민중문학 쪽 작품인데 <벌집사람들>(김하기), <달맞이 꽃>(김영현), <흰철쭉>(이청춘), <출행>(한문경), <아메리카 드림>(정도상) 등이 수록됐지요. 미국으로 유학 간 아내와 자식을 만나려고 미국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굴욕이라든가, 다가구 주택에 사는 무명작가이야기, 운동권대학생, 여공, 노점상 등 하층민의 고달픈 삶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북한에서는 황석영의 <장길산>도 출판한 일이 있지만 이런 것은 다 예외 없이 “한국 사회의 부패상을 폭로하고 반동적인 사회에서 고민하고 몸부림치는 민중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선전하려는 의도로 출간한 것이지요. 아울러 원조자란 탈을 쓴 미 제국주의자를 욕하고 남한 하층민을 통한 체제우월성을 보이는데도 유리한 작품들이라고 본 것이지요.

이런 관점을 가진 북한문학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북한문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문학에서는 서정시도 투쟁의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시는 ‘시대를 선도하는 투쟁의 기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의 서정성도 전투적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소설도 당의 영도를 포기하면 ‘창작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도전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고 있는 북한 문단현실을 잘 헤아리면서 노동당의 조언자이고 동행자인 시인, 작가들을 만나야 되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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