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지도자의 소나무 모감주나무 심기 상징성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8.11.02
plant_tree_moon_b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 앞 정원에서 남측에서 가져온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지난 4월 남북한 정상은 판문점에서 소나무를 심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지만 거기에는 한반도를 평화의 숲으로 바꾸려는 염원을 담았을 것입니다. 또 9월 평양에선 남쪽 대통령이 모감주나무를 심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소나무를 심은 뜻, 모감주나무를 심은 의미를 살피면서 그 나무들의 상징성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소나무는 사철 푸른 색깔로 우리 겨레와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나무라서 상징성이 큽니다. 소나무를 심으면서 백두산과 한라산 흙을 섞고 한강과 대동강 물을 뿌렸습니다. 남과 북의 흙과 물을 합친 상징성을 한껏 보여줬습니다.사실 북한에서는 소나무를 나라나무, 즉 국수(國樹)라고도 합니다. 북한 나라나무를 한국대통령이 함께 심었다고 하겠지만 그게 나라나무 이전에 우리 민족의 나무이거늘 문제될 게 있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북한에서 소나무를 나라나무로 정했다면 그 연유랄까, 근거가 되는 논리가 있을 텐데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한마디로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에서 나서 소나무 속에 살다가 소나무 속에 죽는다”라는 말도 만들어 낼만큼 소나무는 역사적으로 우리 생활에 정신면이나 물질면에서 참으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사시장철 푸르고 생활력이 강한 나무이기에 그 모습은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이 전진해나가는 자기들의 기상이라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정신면이나 물질면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가리킵니까?

임채욱 선생: 고려 도읍지인 개성을 송도로 부르는 것이 개성의 진산인 송악산 소나무와 결부된 것을 보더라도 우리 민족이 소나무를 즐겨 심고 가꾸었다고 합니다. 또 가까이는 김일성 아버지 김형직이 <남산의 소나무>라는 가요를 지으면서 민족해방을 위해 애썼다는 것도 내세웁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소나무로 말하면 남북한 어느 쪽이나 다 좋아하는 나무인데 북한만이 상징물로 정한 것이 옳은가요? 북한주민들은 소나무가 국수가 된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임채욱 선생: 김정은이 2014년 중앙종묘장을 찾아 ‘소나무는 조선의 기상’이란 말을 한 이후 소나무가 국수대접을 받고 있지요. 북한주민들이야 나라에서 정한 것이니까 당연히 소나무가 나라나무라고 인식하겠지요. 그런데 남북한 주민 모두가 사랑하는 나무를 어느 한쪽이 국수로 정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북한정권하에 만들어 진 문화도 기본적으로는 민족문화의 소산물로 수용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걸 보는 시각은 유연해 질수 있지요. 남북분단 이후 문화적 소산물, 즉 문화로써 생산된 정신문화나 물질문화를 분석적으로 볼 때 남북 공유문화가 있고 정권문화가 있습니다. 공유문화는 민족전통으로 내려오던 것에 남쪽이나 북쪽에서 더 보탠 문화를 말합니다. 보태는 과정에서 조금씩 바뀐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어느 만큼은 나눠 가질 수 있는 것이지요. 가령 가야금을 남쪽과 북쪽이 달리 개량했다하더라도 받아들일 부분은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정권문화는 분단 이후 남북한 각기 만들어 낸 소산물입니다. 따라서 정권문화에는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요. 관념문화나 규범문화, 즉 정신문화 부분에서는 이질적인 것은 서로가 용납 못할 것입니다. 북한정권에서 만들어진 사회주의 대가정 정신이나 혁명가극 같은 것, 한국에서 형성된 자본주의 생활양식 같은 것들은 상호 수용되기 어렵지요. 이런 관점으로 보면 북한에서 소나무를 먼저 나라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은 민족전통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서 남쪽이 굳이 외면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공유문화로 봐야하는 것이지요.

소나무에 대한 우리 민족의 선호도는 아주 높은 것은 사실이지요. 소나무의 상징성을 한 번 짚어볼까요?

임채욱 선생: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십장생, 다시 말해서 오래 사는 동식물의 하나로 봤지요. 한국 애국가 2절에 나오듯이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한 표현처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우리 민족의 가슴에 새겨줍니다. 우리 선조들도 나무를 노래할 때 소나무를 가장 많이 읊었고 조선시대 나라에서도 소나무를 보호하는 정책을 가장 중시했지요. 소나무의 울울창창한 모습은 가히 초목의 군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소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고 한국 대통령이 평양에 모감주나무도 심었지요?

임채욱 선생: 네. 9월 한국대통령은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남쪽에서 가져 간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었지요. 모감주나무 꽃은 황금색이고 나무 말은 번영입니다. 북한의 번영을 비는 뜻도 있지요. 하기야 그 이전이라도 북한 산하의 숲이 울창해 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 먼저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나무 없는 민둥산은 나중에 민족의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는 일이니까요.

북한 나라상징은 나무 말고도 꽃도 있고 새도 있지요?

임채욱 선생: 네, 꽃은 목란이고 새는 참매지요. 목란은 1991년 4월에 국화로 공식 발표됐고 참매는 김정은 정권 들어서서 지정됐습니다. 목란은 함박꽃 또는 산목련으로 보면 될 꽃입니다. 선대통치자 김일성이 어릴 때 좋아했다고 해서 1960년대부터 그 꽃을 찾는 소동을 벌인 끝에 김일성이 직접 목란으로 이름을 붙였지요. 그러면서 남쪽에서 국화로 삼고 있는 무궁화에 대한 언급도 했다는데 씨도 없고 열매도 없고 향기도 없는 꽃을 어떻게 국화로 자랑할 수 있겠는가 했답니다. 목란꽃은 향기도 있고 열매도 있고 씨도 있기 때문에 자기가 사랑한다고 말했답니다. 이건 따지고 보면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몰라서 나온 소리지요. 식물학 관점에서 보면 무궁화는 어떤 곳에서도 잘 자라고 진딧물이 많다고 하지만 지금은 개량돼서 그런 꽃은 없습니다. 심미성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나라꽃이야 심미성만 보고 정하는 게 아니지요. 그 나라 문화와 역사성에 근거해야 하는데 무궁화는 우리민족이 몇 천 년 전부터 가꿔온 꽃이고 무엇보다 일제에 항거하던 상징성을 지닌 꽃이지요.

나라 새, 국조는 어떻게 정해졌는가요?

임채욱 선생: 북한은 김정은 정권에서 나라 새로 참매를 정한 것 같습니다. 작년 이 시간에서 다뤘습니다만 참매가 조선사람 기질을 닮아서 용맹스런 새라고 칭찬을 합니다. 참매는 도시지역에선 보기 어려운 새지만 참매의 용감성 하나만을 보고 나라 새로 정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선 나라꽃, 나라나무, 나라새도 있는데 나라나무, 나라새는 한국에는 없지 않습니까? 이런 상징은 과연 필요합니까? 상징자체야 나쁠 것 없지요. 나라는 이런 상징물을 필요로 하지요. 한 나라를 상징하는 것은 국기, 국가, 국화 외에도 나라 새, 나라 나무, 그리고 나라 짐승도 있을 수 있지요. 북한은 나라 상징으로 나라 휘장, 나라 깃발, 나라 노래, 수도를 헌법에 밝히고 있습니다. 나라꽃이나 나라 새, 나라 나무는 헌법으로 규정한 건 아니지만 당국에서 정한 것이고 아마도 풍산개를 나라 개로 여길 정도로 보니까 아마도 나라 개도 정하고 나라 짐승도 정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