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김정은 ‘우크라전 파병’, 대규모 주민 반발 직면할 것
2024.10.30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입니다.
기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소식으로 연일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 지난 29일 한국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는 정황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요 소식입니다.
김금혁: 지난 29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군인 규모는 1만 9백여 명으로 추산됐으며, 고위급 군 장성을 포함한 일부 병력이 전선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 당국은 파병 사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 장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차출 부대 소속 병사들의 가족들에게는 "훈련을 간다"고 거짓 설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투했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1주일 전까지도 딱 잡아떼던 북한도 이제 더는 숨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내부적으로 주민들에게 꽁꽁 숨겼던 파병 사실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죠. 이 소식이 퍼지면 북한 당국도 군인들이 얼마나 위험할 지와는 거리가 먼 거짓선전으로 잘 포장해서 보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조만간 북한 내부적으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 같습니까?
김금혁: 현재 북한은 해당 소식 즉 북한군 우크라이나 파병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해당 소식이 퍼져 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자신의 아들들을 총알받이로 사용한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득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북한이라면 이 정도 규모의 파병이나 군사적 행동을 하기 전 철저한 사전 교육과 세뇌 교육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거나 전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해 내부 반발을 억제했겠지만, 현재 북한 당국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자신감의 부족으로 보이거든요.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감춘다고 그 거대한 진실을 감출 수 있느냐 입니다. 파병 규모만 만 명이 넘고 어림잡아 해당 파병 가족의 숫자를 3만, 4만명이라고 쳐도 그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이며 혹여 사상자가 발생할 시 그 사상자 부모의 터져 나오는 분노와 원망을 무슨 수로 달래겠습니까. 자식을 잃은 분노는 결코 통제되는 그런 일반적 감정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북한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해봐도 현재의 파병 병력은 약 한 달이면 모두 사라질 운명입니다. 극단적인 이야기가 결코 아닙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하루 평균 1300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데, 파병된 북한 군인은 러시아 군인들이 흘리던 피를 대신하여 최전선에서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겠죠. 파병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아마 수만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왜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고, 싸워도 남는 이득도 없으며, 결국 수많은 앳된 군인들의 죽음으로 끝날 그 전쟁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이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반발로 번질 가능성 충분히 있습니다.
기자: 계속 감추다간 파장이 훨씬 더 커질 수 있겠네요. 이런 상황 속에서 국정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 군인이 포로로 잡혀 귀순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헌법상 우리나라 영토에 있는 국민 한 사람”이라며 “국제,국내법 상 우리가 당연히 받아줘야 하는 사항이라고 본다”이렇게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죠. 지난 시간, 러시아에서 탈영하는 북한 군인도 꽤 있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포로가 된 북한 군인이 귀순을 요청할 확률, 얼마나 높을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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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혁: 저는 매우 높다고 봅니다. 포로가 된 병사는 제네바 협약에 의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국제법상 맞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다시 풀려난 병사는 매우 높은 확률로 다시 전선으로 파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투항을 한다는 것은 북한군에서는 매우 수치스러운 일, 나라를 배반하는 일로 치부되기에, 돌아간다고 해서 좋은 대우를 결코 받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병사들이 다 아는 사실이죠. 따라서 그들은 죽을 때까지 다시 파병되어 싸워야 하는 운명입니다. 그들이 몸 성히 북한으로 살아 돌아갈 확률도 현재 전황을 보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북한 병사들이 살아남는 길은 오직 투항을 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생각도 들 수 있는데요.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승리한다는 것은 서방 진영의 완벽한 패배를 뜻하기에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공조가 강화되고 더 많은 병력이 파견된다면 나토도 역시 파병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죠. 나토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들의 승리를 막을 것입니다. 결국 희생되는 것은 아무 이유 없이 남의 나라 땅에서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북한 병사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들이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투항 뿐입니다.
기자: 투항 아니면 탈영도 가능하겠죠. 하지만 북한 군인들이 웬만하면 탈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열수 한국군사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파병 군인들 중 도망치는 이들을 사살하는 ‘처형조’도 함께 보내 감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처형조’의 감시, 실제로 가능한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충분히 가능합니다. 북한 역시 파병 나간 병사들의 탈영 가능성이 북한 내 그 어느 병사보다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집중 감시하고 탈영을 못하도록 막는 처형조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군도 그런 처형조를 운영했고, 실제 진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러시아 병사들을 그들의 뒤에 배치된 부대가 사살했다는 뉴스도 보도가 되곤 했죠. 북한 입장에선 대규모의 파병 병력이 전선을 이탈해 우크라이나군에게 투항하게 될 경우 위신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러북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을 두려워 하기에 철저히 병사들을 감시하겠죠. 따라서 제가 만약 우크라이나군에 전략 전술을 건의한다면 이들 처형조부터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이미 전투에 투입돼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으로 상당수의 전사자가 나왔다는 주장까지 제기됐습니다. 금혁 씨도 말씀하셨지만, 북한군이 정말 예측대로 명분 없는 러시아의 전쟁에 총알받이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인데요. 북한군 파병이 이 전쟁에 어떤 변화를 조금이라도 가져올 거라고 보십니까?
김금혁: 북한군의 참전 그 자체만으로 획기적으로 전황을 바꾸는 것은 현재 기대하기 힘듭니다. 파병된 병력도 고작 만 명 정도이고, 그들의 장비나 전투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을 놓고 볼 때 의미 있는 승리를 그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러나 파병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아주 큰 의미가 있죠. 일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양자 간의 전쟁이 아닌 다자 간의 전쟁이 되었죠. 물론 지금까지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지상군 파병 만큼은 피하고 있었고, 미국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나 북한군이 참전하여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전투를 벌인다면 나토의 과거 조심스러웠던 입장마저 변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이 전쟁이 러시아와 북한의 승리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 상상하기 싫지만 러시아와 북한이 말 그대로 승전국이 된다면 그 이후의 국제 질서는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고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에게는 축제가 펼쳐지겠죠. 그걸 막아야 하기에 결국 나토도 직접 파병 카드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제3차 세계대전의 초입에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자: 그만큼 심각한 상황입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혹시 생길지 모를 러시아 파병 군인의 귀순이나 탈영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것 같은데요. 전체적으로 어떤 의견들이 있었습니까?
김금혁: 네. 몇 가지 소개해 드리면 “파병 군인까지 우리 국민으로 꼭 받아야 하냐”, “돈 받고 파병 보냈는데 막상 그 금액은 군인 가족한테 안 돌아가고 김정은이 다 가짐”, “종합해보면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한테 파병 얘기도 안 하고 그냥 강제 납치한 거네”, “러시아에 군인 파병하고 그 돈으로 무기 만들겠지. 김정은이 이제 팔아 먹을 게 없으니 군인을 팔아 먹네”등 북한의 이해 안 되는, 또 북한 주민들에게 꽁꽁 숨기고 있는 파병 사실을 비판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파병된 북한 군인을 받는 문제는 인도주의적인 차원, 그리고 북한 정권 붕괴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군인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관계 없는 전쟁에 끌려 나온 어떤 면에서는 독재정권의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의 전투 능력을 무력화 하고 모두 귀순시킬 수 있다면 이것은 북한 정권에 매우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가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