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뚜껑운전사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8.07.30
deadong_river.jpg 조선노동당출판사와 평양미술종합대학에서 당중앙위원회 4월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해 내놓은 선전화
사진 -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핵 ․ 경제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언하고 핵무장화 완성에 기초하여 경제총력전이라는 신전략을 채택한지도 수개월이 지났습니다.

이후 북한에서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북한 노동신문을 포함한 언론매체가 주장하는 북한의 경제정책방향, 신전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자력자강의 정신과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를 높은 수준에서 실현해 자립적 민족경제의 우월성과 생활력을 남김없이 발휘하는 것, 이것이 경제건설정책의 기본 방향입니다.

큰 틀에서는 과거와 다를 바가 없죠. 다만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 기술을 특별히 강조해 경제의 효율성, 생산성을 높여 조금이라도 개선해 보려는 노력은 특징적입니다.

그리고 농업, 경공업, 수산업 발전에 계속 큰 힘을 넣어 인민생활향상에서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도입니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이 노선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경공업의 경우 최근 김정은이 신의주와 함북도, 강원도지역을 현지지도하면서 유례없이 간부들에게 야단을 친 것을 보면 문제점이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죠.

건설부분에서는 만년대계의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일떠세워 삼지연꾸리기,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단천발전소 건설을 비롯한 중요대상건설을 하루빨리 완공할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크게 북한의 기간산업을 추켜세울 수 있는 방도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금속공업, 화학공업에 주력해 인민경제의 선행부문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정상궤도에 빨리 올려놓아야 한다는 거죠.

구체적으로는 금속공업부문에서 김철과 황철을 비롯한 금속공장들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우고 철강재 생산을 정상화하며 금속공업의 주체화를 더욱 완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학공업부문에서는 탄소하나화학공장 창설을 위한 대상공사와 회망초를 출발원료로 하는 탄산소다생산공정, 순천린비료공장건설을 다그치고 비료와 화학제품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해야 한다죠.

모두 잘하자, 추켜세우자, 정상화하자 이런 호소식입니다.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종합시장, 장마당경제로 부작용이 좀 나타나면 통제하고 축소해 계획경제로 복구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도들은 포기하고 오히려 장마당들이 늘어난 것이죠. 전국에 배가 되는 450여개의 큰 장이 들어섰습니다.

또 희한한 점은 북한의 공식경제지표가 매우 나쁘고 대북제재가 강하게 가해짐에도 아직까지도 환율, 쌀값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무역이 대폭 성장하면서 국가와 개인이 축적한 몫이 시장에 풀려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북한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여성들, 특히 가정부인들을 가마뚜껑운전사라고 하죠. 가마뚜껑운전사와 친해야 가서 따끈한 밥 한 그릇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죠.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언제면 북한도 경제가 부흥해 가마뚜껑운전사들이 신바람 날 수 있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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