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주의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02.23
534_food_processing_firm-305.jpg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534부대 산하 종합식료 가공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는 요즘 ‘올해는 통일 대전의 해’, ‘10월까지 전쟁준비를 완성하라’, ‘오바마정권은 정신병원’, ‘앞으로 미제와 반드시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니 어떤 전쟁 방식에도 다 대응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 동원 태세를 갖추라’는 등 호전적인 언사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원산-금강산지구 개발에 78억 달러를 유치하겠다거나 김정은이 집권 후 3번째로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민생활향상 특히 먹는 문제, 입는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소식도 들리고 있죠.

또한 회의에서는 간부들 속에서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와의 투쟁을 벌이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김정은은 직접 ‘경제지도기관 일꾼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일꾼들이 사업에서 책임성이 부족하고 주인 구실을 바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꾼들은 고지식하고 청렴결백해야 하며 양심적으로 일하고 생활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인민생활을 개선하고,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경공업을 최우선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얘기가 이번에 처음 된 것은 아니죠. 그리고 외자유치, 관료들의 부패척결도 하루 이틀 언급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세 번째 지도자가 돼 직접 언급하는 내용들이니 북한간부들이나 인민들이 이번에는 뭐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아마도 과거보다 더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2013년 8월 15일부터 포전담당책임제를 더 구체화해 평균주의를 배격하고 사회주의적 분배원칙, 즉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마라’라는 요구를 잘 실천하여 실지 농업생산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평균주의를 반대하는 것도 오늘 나온 개념이 아니지만 말이죠.

과거 동유럽나라에서 산업화가 가장 잘 되었고 모든 측면에서 발전했던 동독에서는 요리사들이 일감을 줄이기 위해 자기 앞에 차례진 요리 감을 오물통에 남모르게 처넣곤 했다죠. 오리든 닭이든 가공하기 싫어 통째로 버리는 것이 생활화 되었답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들키면 당장 해고되고 손해배상 해야 하는 사유입니다. 사회주의에서는 아무리 평균주의를 없애려고 해도 여전히 동독 같은 모순을 완전히 퇴치할 수는 없죠.

역시 이는 북한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도입할 때도 이미 겪었던 모순입니다. 당시 당국은 상무 조를 만들어 사회주의적 원칙을 지키면서 경제 관리를 개선할 ‘묘수’를 찾으라고 했었죠.

그런데 아무리 눈 씻고 찾아보아도 세상에는 사적소유를 허용해 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이를 허용하지 않는 평균주의 경제인 사회주의 밖에 없는 거죠.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것을 어떻게 찾냐’고 실무자들이 투덜대기도 했습니다. 결국 7.1경제관리개선조치는 경제를 더 파괴했고 처참한 실패로 끝났죠.

그리고 북한은 이미 분배에서 평균주의를 많이 파괴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급소제도, 보건에서의 진료과 제도이죠. 간부들은 인민들보다 높다고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치료를 받습니다.

반평균주의도 사실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공급 받는다’는 공산주의 원리에 어긋납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하에서 평균주의를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네요?

‘대동강 이야기’에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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