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은 우리 것’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4.12.29
the_interview_vod-305.jpg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온라인 배포가 개시됐다. 소니 엔터테인먼트는 25일 오전 3시(한국시간)에 유명 사이트 VOD 플랫폼을 통해 '인터뷰'를 일제히 업로드하고 회당 5.99달러에 보거나 14.99달러에 내려받게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사다난했던 2014년도 이제는 다 저물고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양의 해인 을미년, 2015년에는 정의와 평화를 상징하는 양의 기운을 많이 받으셔서 더 나은 삶과 미래가 펼쳐지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북한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 26일 올해의 주요 북한 뉴스로 8가지를 선정해 보도했죠.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을 포함해, 3월초에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전국 농업부문 분조장대회, 제8차 사상일꾼대회가 뽑혔습니다.

이외에 노동당의 과학기술 중시 정책, 북한 아리랑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 등재,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에 대한 북한의 반발, 경제사업의 '조선속도' 창조 등도 포함됐습니다.

글쎄요. 외부세계에선 보통 그해를 특징짓는 빅뉴스로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사안들이 흔히 선정됩니다. 대형 사고나,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은 사건들은 당연히 포함되겠죠.

그런 기준에서 나열해 보면 지난 5월 평양시 평천구역에서 일어난 23층 살림집 붕괴사고를 빼놓을 수 없겠죠. 23층이나 돼는 살림집이 붕괴되고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면 수치스럽게도 올해가 아니라 건설역사상 대형사고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은을 코믹하게 묘사하고 암살하는 것을 다룬 소니영화사의 코미디영화 ‘더 인터뷰’를 둘러싼 북미간의 최근 사이버전쟁을 방불케 하는 대결과 긴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대의 뉴스거리였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의 대형이슈죠.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된 소니영화사에 대한 해킹으로 9.11테러, 영화관테러를 위협해 많은 대형영화관들이 성탄절로 예견되었던 영화 상영을 거부해 북한이 노리던 상영중지를 거의 다 실현 하는가 했었죠.

그러다 여론이 반전되면서 오바마대통령도 나서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가치가 부각돼 작은 영화관들이 상영하겠다고 나서면서 전격 크리스마스 당일 날에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유료배포도 됐고요.

또한 오바마미국 대통령의 북한의 사이버테러에 대한 ‘비례적 대응’발언이 있고 나서 지금까지 1주일째 북한의 모든 대외 인터넷 사이트들은 미국의 공격을 받았는지 먹통이 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에 대해 항의하면서 아주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면서까지 오바마대통령을 인신공격하기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가 북한내부에 침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취하고,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하던 주말 외국영화 상영도 중단했다면서요. 정전이 하도 많이 돼 영화가 들어가도 주민들이 제대로 볼 수나 있을지 한데도 말입니다.

북한에는 이런 유머도 있죠.

어머니가 잠자리에 들면서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다른 방의 전등불을 다 끄고 오너라!’

그러자 딸이 ‘내버려 두자요. 전기는 우리 것도 아닌데...’라고 대답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니? 전기는 우리의 것이 아니지만 형광등이야 우리게 아니냐!’

‘참, 형광등은 우리 것이지!’

신통하시죠? 인민들이 우리 것과 남의 것을 가려내는 능력이.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조선신보가 올해의 뉴스를 가리는데서 대중보다 능력이 뒤떨어져서야 되겠습니까?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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