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며느리 김정은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4.03.31
jongun_ciga_305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정숙해군대학과 김책항공군대학 간 사격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김정은이 담배를 피며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박근혜대통령의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 연설, 통일독일의 상징도시인 드레스덴에서의 연설을 계기로 북한은 동해상에서 연일 단거리미사일 발사의 저 강도 도발을 하더니 드디어 서해 NLL에서 실탄을 남쪽으로 날려 보내는 고강도 도발, 긴장조성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3월 31일 정오가 좀 지나 500발의 포탄, 방사포탄을 퍼부었는데요, 그중 100여발이 남쪽수역에 떨어졌습니다. 남한은 이에 대응해 300발의 K-9 자주포로 응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 16일 국방위원회 중대제안을 통해 남북 간 상호비방을 중단하고 관계개선을 하자고 했지만, 며칠 전 이를 깨고 박근혜대통령을 실명비난하기도 했죠.

구실은 천안함폭침 4주기 연평도주변 군사훈련,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살포한 대북전단의 ‘최고 존엄 모독’이었습니다.

며칠 전 NLL에서 표류하던 북한선박을 나포했다가 북에 돌려보냈는데도 북한은 이를 ‘강압나포, 귀순강요, 폭행’ 등으로 오도했죠. 선원들을 기자회견에 등장시켜 적대감을 고취하더니 북한방송들은 연평도를 콩가루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정말 갑갑한 생각이 듭니다. 무슨 포사격을 애들 군사놀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때 없이 하지 않나, 그리고 북한도 하나의 국가이고 나라인데 공식적으로 내놓는 주장이나 발표들을 보면 국 격이나 외교는 완전히 무시된 채 동네 깡패, 망나니 수준이니 말입니다.

이런 김정은을 놓고 북한주민들은 ‘둘째 며느리’라는 은어로 조롱한다죠? 아마도 ‘둘째 며느리를 맞아 봐야 첫째 며느리가 좋다는 것을 안다’는 옛 속담에 비유한 것 같습니다.

저도 경험에 따르면 정말 ‘첫째 며느리’가 좋더라고요. 상사도 처음으로 만난 상사가 좋고, 요즘 다시 부각 받고 부활하고 있는 3대혁명소조지도 처음 배치돼 일한 곳이 훨씬 좋더라고요. 더 말할 것도 없이 부모도 계모나 의붓아버지 보다는 당연히 친부모님이 좋겠죠.

현실적으로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아마 마누라도 둘째보다는 첫째 마누라가 최고일 겁니다.

북한주민들은 김일성을 아비로 보고 김정일을 첫째 며느리, 김정은을 둘째 며느리로 비교했는데 그나마 김정은보다는 김정일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하긴 자기 고모부인 장성택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처형하고,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를 그렇게 잔인하게 내치는 것을 보면 북한엘리트들은 물론 주민들이 얼마나 한심하다고 보겠습니까.

박근혜대통령은 이번 독일 드레스덴선언을 통해서 북한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물론 북한이 3대 제안 중 가장 쉬운 이산가족상봉도 정례화 하기 편치 않겠지만, 이번 제안은 과거 보수정권의 대북정책에 비해서 아주 유연하고, 부드러운 제안들입니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는 남북관계의 대원칙이죠. 앞으로 북한의 핵위협수위, 드레스덴선언에 대한 대응정도,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수준에 따라서 비핵화 이슈가 다뤄지겠죠.

지금 차린 밥상에서 제일 먼저 먹어야 하는 샐러드, 가장 핵심적인 메인 메뉴, 또는 맨 나중에 먹어도 되는 디저트 중 하나로 선택될 겁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의 행태, 김정은의 행패로 봐서는 역시 비핵화 이슈가 샐러드가 될 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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