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선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7.05.15
launch_pad_b 북한 조선중앙TV가 15일 오후 방송한 신형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 준비 장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렸던 미사일이 지상발사장치에 옮겨 고정되는 모습이 사진으로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요즘 ‘순치의 관계’, ‘피로서 맺어진 관계’라고 하던 북한과 중국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매우 이례적으로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중국을 직접 지칭해 붉은 선을 난폭하게 넘고 있다고 비판을 했죠.

비록 김철이라는 개인 필명으로 논평을 게재해 그 수위조절을 하긴 했지만 북한의 언론은 개인의사가 철저히 배제되고 당과 정부가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북-중관계가 현재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것 같습니다.

우선 ‘조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제목부터 세게 달았는데요, 논평은 최근 강화되는 중국의 대북 제재에 대해서 ‘조중 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면서 ‘붉은 선(레드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해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이라며 준열하게 중국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25년 전 한중수교를 뼈아프게 여기고 있는데요, 이는 북한의 기준으로는 사회주의 북한이 중국을 배신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은 것과 같은 일로 여기고 있죠.

‘세계에 큰 나라 큰 당은 있어도, 높은 나라 높은 당은 없다’라는 주체를 고수하는 북한으로서는 당시 보복으로 대만과 수교를 하지 않은 것도 큰 자제력을 발휘했다고 봐야겠죠. 물론 다방면에서 대만과 접촉하여 관계 확대를 모색했지만 말이죠.

작년 중국이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초청해 국빈으로 대접하고 김정은의 특사로 간 최룡해는 찬밥신세였던 것도 북한으로서는 울화가 터지는 일이였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논평은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고 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면서 ‘이미 최강의 핵보유국이 된 우리에게 있어서 선택의 길은 여러 갈래’라고 해 북한의 힘의 선택권도 강조했습니다.

일부 보도되고 있는 마찰을 보면 북한은 중국에 이미 6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했고 중국은 그러면 북중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겠다고 해 북한이 핵실험을 유예했다는 것입니다. 일부언론은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해왔었죠.

또한 지난 4월 초 미중정상회담이 있은 후 중국이 북한산 석탄수입을 중단하는 등 대북압박의 수위를 높인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북한의 대중국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또 터졌죠. 시진핑 중국주석이 공을 들여 육상과 해상 동시에 실크로드를 개척한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장엄한 서막이라고 할까요, 러시아 푸틴대통령을 포함해 28개국 정상들과 1,500명의 해외 인사들을 초청해 국제행사를 여는 첫날 새벽에 북한은 중장거리 미사일 화성-12호를 발사해 성공시켰습니다.

정말 잔칫날에 재를 뿌리는 격이죠.

영어로 하면 레드 라인, 고유어를 적극 살려 보존한다는 북한식 표현을 빌면 서로 넘지 말아야 하는 ‘붉은 선’, 과연 북-중 사이 진짜 레드라인은 무엇일까요?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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