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수대근탕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9.08.19
recovery_meal-620.jpg 북한 황해북도 한 병원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여자 어린이가 치료식을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 또 대규모 큰물피해가 예고 됐죠? 두만강하류의 홍수경보를 1급에서 특급으로 상향했습니다. 아마도 큰 피해를 입었던 2016년 함경북도 홍수피해가 재현될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당시 북한의 언론매체도 이례적으로 피해상황을 자세히 대내외에 알렸죠. 함경북도 지역을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피해가 해방 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고 하면서 말이죠.

한 매체는 ‘두만강 유역에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려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회령시,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과 나선시의 일부 지역이 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고, 조선중앙TV는 홍수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모습, 일부 가옥이 지붕만 빼고 토사에 묻힌 사진, 유실된 철길, 도로의 동영상도 내보냈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를 포함해 인명피해는 수백 명 규모였고, 6만 8,900여 명이 집을 읽고 한지에 나앉았으며, 또 1만 1,600채의 주택이 완전히 파괴되고 생산 및 공공건물 900채도 손상됐죠. 이후 김정은의 지시로 아파트 건설, 공급이 진행됐지만 그 피해를 현재까지 완전히 회복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북한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자연재해, 홍수피해는 사람이 만든 인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십 년간 땔감이 부족해 주민들이 주변 산림을 무참히 파괴하고, 부족한 식량을 해결하기 위해 야산이라는 야산은 다 벌거숭이를 만들어 곡식을 심기 때문에, 그리고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중국에 나무를 무차별로 벌목해 팔아먹기 때문에 산림이 많이 파괴돼 생기는 결과입니다.

한쪽에 작은 구멍이 나 둑의 흙이 유실되기 시작해 어느 한 순간에는 전체 제방이 와르르 무너지는 현상이 악순환의 사이클을 타고 계속 반복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죠.

이런 자연재해와 지금 시행되고 있는 사상 최대의 대북제재로 북한의 식량사정은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식량기구들은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을 10년래 최악으로 예상하고 있고, 작년보다 수십만 톤 감소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식량가격도 안정세에서 벗어나려는 기미, 차트가 우상향하면서 가파른 가격슈팅을 예고하고 있죠. 이런 와중에도 북한당국은 남한이 제공하겠다고 하는 1억 달러 이상의 인도적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시하게 밥숟가락이나 나누려 하지 말고 집을 통째로 내놓으라는 심보인 냥 말입니다.

북한당국의 농업정책도 문제죠. 김정은 시대 들어 2012년 6.28 대책을 발표하고, 2014년 5.30 노작도 발표했지만 좀처럼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조의 규모를 반복해서 줄였고, 급기야 가족단위 소규모 운영으로 바꾸긴 했지만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생산물에 대한 처분권한도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농장원들은 뼈 빠지게 일해 제한적인 소득을 얻는 것보다 적당히 일하면서 농산물을 개인적으로 착복해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손익계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이죠.

북한주민들은 멀건 고기 국을 일명 ‘돈수대근탕’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돼지가 비옷, 우산 쓰고 장화까지 신고 건너간 국이라고도 합니다. 북한에서 ‘이밥에 고기 국’의 이상향, 언제면 실현가능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