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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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남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어록을 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왜냐면 북한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민주화 투사이며 정치인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십 년 간의 긴 정치여정 속에서 직설적이고도 무대포 같은 어록을 많이 남겼는데요, 한국의 정치사, 그리고 사회상을 이를 통해 직 간접적으로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장 유명한 말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인데요, 척 들어도 이해가 가겠지만, 아무리 가혹하게 독재탄압을 해도 민주주의 밝은 세상은 꼭 오고야 만다는 뜻입니다. 1979년 국회의원에서 제명되자 이렇게 항거했죠.

지금은 민주화가 되지 않은 북한의 현실에 훨씬 더 잘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그는 금융 실명제를 극적으로 도입해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사회를 더 청렴하고 맑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새 정부에 있어 국가기강 확립의 대도(大道)는 하나도 윗물 맑기요, 둘도 윗물 맑기다.’ 고위공직자들의 청렴성을 주문하면서 말했죠.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 대해서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발언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나라들 간 외교적 마찰 등은 보통 외교적 언어로 소통하는데 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데, 이런 면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국민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이것은 1999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회동에서 한 말입니다.

전두환 신군부 아래서도 민주화투쟁을 이어가던 그는 당시 가택연금을 당하기도 했고, 1983년 5월 18일부터는 민주인사 석방 등을 요구하면서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습니다.

23일간 단식을 하던 그때 군부정권의 출국권유에 대해 그는 ‘나를 시체로 만든 뒤 해외로 부치면 된다’라는 말을 해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죠.

그는 한국정치사에 유일무이한 기록도 많이 남겼습니다. 26세의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 9선의 최다 국회의원, 헌정 사상 최초의 의원직 제명.

재임 중에 전두환대통령의 통치기반이었던 군부의 ‘하나회’를 해체시킨 대담한 조치, 그리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모두를 법정에 세워 과거사를 물은 것 등은 아마도 역사에 오래오래 남을 사건들인 것 같습니다.

지지율이 90%를 넘던 그도 퇴임 직전에는 큰 위기를 맞았는데요,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차남 김현철씨가 한보그룹 부실사태에 연루 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잇단 부정부패 사건으로 고초를 겪게 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어록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인데요, 북한에도 그 새벽은 반드시 오겠죠?

‘대동강 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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