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북한 식량안보의 원인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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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북도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황해북도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AP Photo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세계인권선언 제24조 1항에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 사망, 노령 또는 기타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한 생계 결핍의 경우에 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외부 세계에서는 ‘의식주’라고 표현하지만 북한에서는 먹는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식의주’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도 2013년 개정된 헌법 제25조에서 “국가는 모든 근로자들에게 먹고 입고 쓰고 살 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해준다”고 규정했습니다. 사실상 국민의 식의주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맹세한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국가가 달성해야 할 인권 존중의 기준을 규정한 국제인권법의 토대로 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헌법에 자국민의 의식주를 보장해준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도 적지 않은데요, 그중 북한에서 주민들의 배고픔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시간에 이에 대해 알아봅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의 40%에 달하는 1,100만명이 영양부족상태에 있으며 어린이 5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진행된 2차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국제사회는 천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기아선상을 헤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듯 북한 외무성은 2월 22일 유엔에 식량원조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슬리 사무총장은 대북식량 원조에 동참해달라고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호소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과 이웃나라인 중국은 이미 올여름 북한에 대규모 식량난이 발생해 탈북 난민이 대량 들어오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최첨단 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이용한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식량난의 원인은 어디 있을까요?

북한은 자신들의 식량난의 원인을 유엔의 대북제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노이에서 진행된 2차 미북정상회담이 아무 결실 없이 끝난 다음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결해 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용호 외무상: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입니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사이에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 폐기하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북한 인민경제 발전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리 외무상의 발언이 공개된 뒤, 인터넷 댓글에는 여러가지 주장이 실렸습니다.

남한의 조선일보가 게재한 해당 기사의 댓글 중에는 “북한 당국이 그렇게 민생이 중요하면 왜 그 많은 돈을 인민들을 먹이고 입히는데 쓰지 않고 여지껏 핵폭탄 만드는데 투자했냐?”는 질타의 글이 실렸습니다.

미국의 AP통신은 북한이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최대 30억 달러를 썼다고 한국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투입한 30억 달러로 식량을 구입한다면, 톤당 378달러 하는 베트남 쌀 790만톤을 수입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북한이 민생을 중시했다면 핵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식량을 사올 수 있었지만 왜 하지 않았느냐는 게 네티즌의 의견입니다. 또 지금 폐기 논란이 되고 있는 핵을 1990년대 중반에 만들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이 굶어죽는 참사도 없었을 것이고, 수십만명이 다른 나라로 탈출하는 사례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인터넷 글은 “북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김정은의 호사품과 그 측근들에게 돌아갈 사치품이 바닥났다는 이야기”라고 해석했습니다.

즉 민생경제가 어렵다고 주장하는 것은 김정은 통치자금이 말라들고 있다는 증거이고, 현재 북한 정부로부터 배급을 받고 있는 노동당과 권력기관에 대한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해석입니다.

그러면 현재 북한의 경제 상황은 어떨가요?

최근 평양을 떠나온 한 북한 주민은 “현재 북한의 공장 기업소가 대부분 가동을 멈추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 생산을 하여 물건을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는 단위는 그럭저럭 가동되지만, 그 외 국가 계획에 따라 물건을 바치던 단위는 멎었다”는 겁니다.

결국 개인들이 돈을 투자해 이윤을 창출하고, 그 돈으로 다시 재투자하는 단위들은 살아남았지만, 국가에서 주는 지령을 받아 수행하던 기업소는 멈추었다는 것입니다.

대신 일반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 의존해 살고 있기 때문에 잘 먹지는 못하지만, 굶지는 않는다고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탈북민 김동남씨는 “일반 북한 주민들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어떻게 하나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면서 “매 가정이 어떻게 먹고 살것인지 자체 생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재를 해도 굶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로 인해 장마당 쌀 값이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다른 생필품 가격 안정을 견인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신, 대북제재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노동당과 권력기관 등 북한 핵심군중이라고 평안남도에서 지난해 나온 한 탈북민은 말했습니다.

탈북 남성: 대북제재가 제대로 먹히고 있지요. 2017년부터 유엔제재가 들어오자 말단 장마당까지 미쳤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힘들어지니까, 악밖에 안 남았습니다.

그는 대북제재가 길어질수록 노동당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도가 약화되고 국가통제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남성: 옛날처럼 조국을 위해서란 말 자체를 어색해하고, 그게 이젠 통하지 않으니까요.

북한은 다가오는 식량난 대란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22일 유엔에 식량원조 요청을 했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이 요청한 식량규모는 140만톤, 그리고 굶주리고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을 구제하자면 1억 2천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유엔이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대북식량지원을 호소해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때문에 호응이 뜨겁지 않습니다.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가 이뤄지더라도 미국의 참여가 결정적입니다. 미국은 유엔 분담금의 5분의 1 이상을 분담해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18~2019년도에 유엔분담금 예산을53억9600만달러로 책정했습니다.

대북식량원조가 수락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내는 분담금의 일부가 북한으로 지원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비용을 주민을 위해 사용한다면 유엔이 책정한 1억1,100만달러에 달하는 대북인도주의 지원금을 스스로 충당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미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이 처한 오랜 인도적 위기는 오로지 북한 정권이 자초한 것이고, 이는 북한 정권이 자국민의 기본적 복지 대신에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과 군사용 무기 자금으로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불법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굶주리게 만들었다며, 북한 정부가 자국민의 복지를 위해 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한 것입니다.

<탈북자가 본 인권> 오늘은 현재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식량문제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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