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협상 결렬 북 주민 ‘이밥에 고깃국’ 꿈 멀어져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9.10.09
kmg_announcement_sweden_b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북한명 스웨리예)에서 진행됐던 미북 비핵화 실무회담이 결렬됐습니다.

회담을 깨고, 자진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에서 북한이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외부 사회는 보고 있습니다. 올해말까지 다른 셈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하는 북한, 국제안보전략상 북한의 핵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차가 서로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이뤄 그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아 북한이 경제발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북한 인민들의 실낱 같은 희망마저 꺼져버리게 되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이 시간에는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실무회담 결렬후 북한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회담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잠시 회견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김명길 북한측 대표 기자회견 녹취]: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데 있습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실무회담을 2주안에 열자고 약속한지 근 4개월 만에 열린 회담은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막을 내렸습니다.

북한 대표는 이례적으로 3장 가량의 성명서를 들고 나와 “우리가 이미 미국 측에 어떤 계산법이 필요한가를 명백히 설명하고 시간도 충분히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나온 것은 결국 문제를 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결국 (미국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때 수세에 몰렸던 북한이 이에 대한 갚음이라도 하듯, 실무회담 날짜와 장소를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내밀었다가 관철되지 않자, 도리어 미국의 책임으로 돌린 것입니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우리는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며 "김 위원장은 그것을 할 준비가 안돼 있었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 녹취]: 그러나, 나는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완전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을 거세게 몰아붙여 회담이 결렬됐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되레 미국을 몰아붙이는 상황으로 되었습니다.

외교 안보전문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석연치 않은 거래 노출로 탄핵정국에 직면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북한이 더욱더 몰아 붙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또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가 급해 한반도 완전 비핵화에서 한발 물러나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을 거라고 북한도 계산했을 거라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8일 스웨덴 미북실무협상이 결렬된 소식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향해서는 "적대시 정책 철회를 이제껏 외면하고 압박과 회유기만으로 조선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오판하는 각료, 관료들의 제언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말고 자신이 단호히 용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를 "사실상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의 마지막 기회"라며 "이를 놓치면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 대결의 초침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도 신문은 역설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지난 2017년 말부터 중단했던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과 핵시험 등 카드를 다시 꺼내들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입니다.

2017년말까지만해도 미국에서는 북한과의 전쟁 임박설이 돌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과 동맹국을 실제 위협하는 단계로 갈 경우 전면적 군사 공격에 나선다는 것을 예고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한국정부의 중재 결과 미북간 대화의 창이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말대로 올해말까지 미국의 변화가 없을 경우, 다시 대륙간탄도 미사일 시험 등으로 되돌아간다면 2017년 상황과 같은 전쟁위험이 다시 도래할 수 있습니다.

비핵화를 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믿고 회담에 임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그리고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미국의 전략가들도 다음의 시나리오를 강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속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북한의 핵폐기를 위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외교는 그 시나리오 중 하나로 됩니다. 하지만, 외교정책이 패할 경우, 플랜 B로 갈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국가안보정책에서 ‘힘의 사용’(use of force)은 문제 해결의 최후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의 국제정치 학자인 로버트 저비스(Robert Jervis)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힘의 사용(The Uses of Force)에서 “힘의 사용은 거의 항상 정책의 부분적인 실패를 나타낸다”며 “국가 행위자들은 무장 충돌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외교적 행동이 실패할 경우 군사적 위협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저서에 따르면 미국은 국가안보정책에서 힘의 사용을 4가지로 구분합니다.

즉 힘의 방어적 사용(Defensive use of force), 힘의 억제의 사용(Deterrence use of force), 강압적 사용(Compellence use of force), 공포의 사용(Swaggering use of force)으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서도 상대방이 침략해올 가능성이 있는 인접국가 또는 가상적국의 전쟁 수행능력이 자국에 비해 월등히 올라설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벌이는 ‘예방전쟁’도 정당방위에 속한다는 이론도 있고, 실제로 전쟁으로 간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말까지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군사적 힘의 사용에서 ‘예방전쟁’ 시나리오는 상당히 많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로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언급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로 북한 평양의 핵심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B-2스텔스 폭격기, B-52장거리 폭격기를 비롯한 핵전략자산들은 물론, 핵항공모함도 한반도로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올해말까지 미국을 몰아붙이고 있는 이상 이 모든 조치들이 다시 원대 복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과 북한이 입장차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다시 북한 핵문제는 다시 위험수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이번 실무회담 전후 과정을 놓고 전문가들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예견한바 있습니다.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전 공사는 북한의 진정성이 없다고 보는 이유에 대해 회담 날짜를 정해놓은 다음날 잠수함탑재 탄도 미사일(SLBM)을 발사한 점, 북한 대표단이 스톡홀름 회담지로 떠나면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점 등을 꼽았습니다.

결국 마음에 없는 협상에 임했다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 “미국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기자회견까지 서둘러 하는 것은 이미 짜여진 각본이라는 지적입니다.

태 공사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절박감보다는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디딤돌을 빨리 마련하려는 절박감으로 보인다고 남한 조선일보 칼럼에서 지적했습니다.

결국 비핵화 이후 받게될 미국의 큼직한 지원 보따리를 마다하고, 중국에 손을 내민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러한 때 북한이 중국의 입장에 서서 미국과 상대하면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북한의 지도부가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이 내미는 지원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지만 중국이 줄 수 있는 지원물자는 평양의 핵심엘리트들에게만 겨우 돌아갈 수 있는 식량과 원유 등입니다. 그것도 유엔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유엔결의를 어기면서까지 대놓고 북한을 살려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전체 북한인민이 다 잘 살수 있는 부흥의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체제 유지를 길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이번 미북 스웨덴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로 북한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꿈은 더 멀어졌다고 탈북자 김동남씨는 말합니다.

[김동남 인터뷰]: 김정은은 우선 나이도 어리고 담력을 보여준다는 이런 식으로 트럼프를 만나서, 김정은이가 결론한 문제가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저 간단한 우회적인 대답을 하고, 그저 웃기만 하고 앞으로 어떻게 좋게 하자고 하고 헤어지지 않았습니까, 기본 속셈은 따로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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