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평화적 홍콩시위 폭력행위로 비난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9.08.15
hongkong_airport-620.jpg 12일 홍콩 국제공항에 5천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Reuters

<탈북기자가 본 인권> 진행에 정영입니다. 지난 3월 수천명 규모로 시작된 홍콩당국의 범죄인 인도조약에 항거하여 촉발된 이 시위는8월 들어 100만명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이 시위는 중국 당국의 과도한 지배를 반대하는 사실상의 반중국 시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당국의 무력개입설까지 거론되고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홍콩시위의 배후에 미국이 개입되어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무력개입의 가능성까지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에는 홍콩시위의 전개 과정과 왜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두둔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한국 SBS 녹취: > 현장 시위대 고함소리…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로 북적거러야 할 장소지만,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들이 이곳을 점령했습니다.

이 녹음은 현재 수천명의 홍콩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한국 SBS의 보도 내용입니다.

이번 시위는 지난 3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도주범죄인 및 형사법 관련 법률 지원 개정안, 즉 ‘범죄인 인도조약’을 추진하자 이를 반발해 홍콩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시작됐습니다.

범죄인 인도법은 이 조약을 체결한 국가들끼리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사람을 서로 붙잡아 넘겨주는 일종의 국제 형사 공조체제입니다.

현재 중국본토와 홍콩은 1국 2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과 한국 언론을 비롯한 세계 언론은 홍콩 국제공항 현장 취재를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 소식을 전세계로 전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8월 12일 수천명의 홍콩 시민들이 홍콩 국제공항을 점거하자, 국제여객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한국 SBS 녹취: 고무탄 발사 소리>

밖에서는 방독면을 쓰고 방호복을 입은 홍콩 경찰이 시위대들을 향해 가스탄을 쏘고 있습니다.

홍콩 경찰이 쏜 고무탄을 맞고 한 시위대 여성의 오른쪽 눈이 실명될 위기에 처했다고 알려지면서 시위대의 저항은 거세게 변하고 있습니다.

공항안에서 농성중인 시위자들은 한 손에는 홍콩 당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들고, 다른 손으로 오른쪽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실명 위기에 처한 시위 여성을 상징하듯, 오른 쪽 눈을 가리고 있다고 한국 SBS는 전했습니다.

홍콩 행정당국은 이번 시위를 불법 시위로 비난하면서,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강력범죄는 법에 의거해 관용이나 자비 없이 단호하게 처벌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 당국이 이번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할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홍콩과 마주한 중국 선전 일대에 장갑차 등을 속속 등장시키고 있어 무력개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등 서방세계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무력진압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그러면 홍콩에서 시위가 발생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요?

지난 3월 홍콩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하자 이를 반발해 홍콩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에 나서며 발단이 되었습니다.

홍콩 당국이 ‘범죄인 인도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도 20대의 홍콩 남성이 대만에 같이 갔던 홍콩인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는데, 홍콩법은 영국식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타국에서 발생한 살인죄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한계가 있었습니다.

홍콩정부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2019년에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대만뿐 아니라, 중국 마카오 등에서도 용의자를 소환하도록 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요즘 중국 시진핑 공산당 정부의 개입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칫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들까지 모두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한 홍콩시민은 한국 언론에 “중국은 홍콩에서 소위 독재를 행하기 위해, 그들이 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납치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쓸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수백만명의 홍콩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6월 15일 이 법안의 잠정 중단 방침을 밝혔습니다. 잠시 캐리 람 장관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캐리 람 장관: 홍콩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이 법안에 대한 사회전반의 여러관점들을 종합하여 고려하겠습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 법안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지금은 홍콩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눈가림으로 법안 처리를 보류할 수 있지만, 앞으로 시위가 잠잠해지면 또 추진할 수 있다며 당국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홍콩시위로 곤혹스러워 하는 측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홍콩 시위가 자칫 중국본토로 확산되어 현재 독립을 주장하는 티벳과 신장 위그루 등 소수 민족의 분리주의에 기름을 부을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 시위 현장에서는 남한의 민주화 운동가요가 불려지고, 1980년대 한국에서 민주화를 일궈낸 운동방식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1980년 남한에서 있었던 5.18 광주시위와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이 중국 땅에서 재현될까봐 경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989년 6월 발생했던 천안문 사태를 무력으로 진압한 바 있습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에 사상자가 몇 명인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첨단장비로 인해 시위 탄압을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30년전 천안문사태처럼 무력을 쉽게 사용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있습니다.

만일 중국 당국이 무력으로 개입한다면 미국과 영국 등 서방세계로부터 강력한 비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현재 가뜩이나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중국이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까지 거론될 경우, 중국 공산당 체제가 뿌리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김승철 북한개혁 방송 대표는 “과거 중국 당국은 천안문 사태때에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력진압을 단행했다”면서, “당시 중국은 보도 통제를 철저히 하여 진상을 숨겼지만, 지금 홍콩은 사실상 하나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때문에 보도 통제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노동신문을 통해  홍콩 시위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 13일자는 '영토완정과 정치적 안정, 사회주의를 수호하려는 중국당과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홍콩에서 법개정 문제를 발단으로 시작된 시위가 극단적인 폭력행위로 변화됐다”며 “다른 나라들은 거기에 참견할 하등의 명분이 없다”고 사실상 미국 등 서방 세계를 비난했습니다.

북한이 홍콩 시위를 비난하는 것은 미북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중국이라는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동맹 편들기 일환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앞으로 북한 주민들도 홍콩시위에 대해 알게 된다면,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습니다.

김승철 대표: 북한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되겠지요. 지금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서는 크고작은 소소한 소요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을 북한에서는 전혀 보도하지 안하는데,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북한과 중국은 거의 정치적으로 같다고 생각하는데, 중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시위가 일어났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도대체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고, 아 그런 일들이 우리 북조선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충격과 용기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지켜보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중국의 위상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고, 미국이 실제로 세계를 쥐고 흔든다는 새로운 환상이 조성되고 있다”고 김 대표는 말했습니다.

<탈북기자가 본 인권> 오늘 시간을 마칩니다. 진행에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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