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엘리트, 벼랑에서 줄타기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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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_lesson_b 북한 경상유치원 어린이의 모습. 피아노 교습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 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북한에서 엘리트가 되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올라간 사람들이 아래 있는 사람보다 더 위태롭다, 지난주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원하던 간부가 됐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는 얘긴가요?

신용건: 북한의 엘리트는 벼랑에서 밧줄타기와 같습니다. 도적이 도적을 잡는다고 간부들끼리는 상대의 움직이는 행동거지를 보면 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누구를 끼고 도는지 다 압니다. 자꾸 걸고 듭니다. 여느 때는 가만있다가도 인간생활에는 겹치고 마찰이 일어나잖아요. 산에 가면 나무 뿌리가 서로 얽히듯 인간생활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건 당연해요. 그런데 얽힐 적마다 야단입니다. 일단 얽히면 하나가 죽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편해요. 드러난 놈은 반역자와 혁명의 원수,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으로 기재되고요. 그렇게 누군가를 잡은 사람이 3년 있다가 잡혀 죽는 일도 허다합니다. 약육강식과 같은 벼랑에서의 줄타기입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대신 남의 뒷생활이나 흑막을 많이 알아야 하죠. 먼저 올라간 사람들은 이렇게 후자에게 밧줄을 내려주는 겁니다. 그래서 먼저 오른 선각자가 다음 올라설 후자에게 밧줄을 내리는 겁니다.

이승재: 북한의 엘리트, 간부들은 벼랑에서의 줄타기, 그렇다면 어렵게 계층을 뛰어 넘어 간부가 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벼랑에서 줄타기를 더 잘 해야겠네요?

신용건: 네. 그렇게 되면 엘리트급의 부모 등 선대들은 자기 자식들을 엘리트 급으로 올리기 위한 시나리오를 짜는 겁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일이죠. 자기가 똑똑하고 능력이 돼서 엘리트로 올라섰는데 지능지수가 7점짜리 아이가 나왔다고 합시다. 모자라는 자식이라도 자기 권력과 능력을 활용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서게 하는 거죠.

이승재: 부모된 심정에선 그게 인지상정일 거 같은데요. 남한도 부자건 평범한 사람이건 자식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남한에선 간혹 권력가나 재벌가의 자녀들이 편법으로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거나 출세의 기회를 가졌던 게 드러나면 사회적으로 떠들썩할 만큼 비난을 받고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게 많이 다르네요.

신용건: 북한에서 그 노력이(자녀들을 엘리트로 세우는 것) 올라 갈수록 자기 지반을 닦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노후생활을 때문입니다. 열심히 혁명화를 하고 투쟁하고 국가 간부로, 엘리트로 살아왔다고 칩시다. 노후에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거예요. 누가 자식을 보내는 엘리트 간부들 봤습니까?

이승재: 우리 지난 방송 때, 엘리트가 되는 방법으로 1호 접견을 얘기해 주셨잖아요? 그때 어떻게든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접견 계획을 짠다는 말씀 주셨어요. 이것 역시 자신의 노후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겠네요.

신용건: 맞습니다. 이미 권력을 가진 부모들은 어떻게든지 경상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 김정은의 눈에 들게 합니다. 그래서 경상유치원에는 간부집 손자, 손녀들이 다 가서 앉아있는 겁니다. 김정은이 안고 있는 아이들 중엔 노동자 자식이 없어요. 일단 안고 축복을 받았다라면 철모르는 그의 인생에는 창창한 미래가 열린 겁니다.

이승재: 그런데 이건 북한이 남한을 비롯한 자본주의 사회를 비난할 때 못 사는 사람은 계속 못 살고 잘 사는 사람만 계속 잘 산다는 ‘빈익빈 부익부’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요. 일반 주민들에겐 기회조차 없다는 거잖아요?

신용건: 맞습니다. 만약 그들이 진정한 혁명가라면 농업전선, 탄광에 자기 자식들을 파견해야죠. 말과 행동이 다릅니다. 다른 자식들에게는 “청년들이 당을 받들자, 돌격대가 되자” 그렇게 외치고 집에 가선 자녀들에게 “너 외국 가려면 외국어 공부를 잘해야지” 이렇게 가르칩니다. 남의 자식은 얼음 구멍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교하고… 자기가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 자식을 어떻게 해서든 더 좋은 권력의 문 어귀에 가져다 세우는 것이 지금 엘리트층 간부들의 머릿속에 꽉 차있는 마지막 희망 혹은 최종 목적이라고 할까요?

이승재: 그렇군요. 자녀들이 자신처럼 엘리트 계층에 들지 못한다면 북한 엘리트는 일장춘몽이 되고 말겠네요. 반대로 잘만 하면 가문을 일으킬 수도 있겠는데요.

신용건: 네. 요즘 리설주 일가에 대한 소문이 많아요. 리병철이 아버지가 아니냐는 둥… 그렇게 리설주 가문이 세력을 뻗치고 있는데 북한에선 그거 당연한 겁니다. 이렇게 리설주 한 사람의 인생 전환이야말로 엘리트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죠. 주변 모두 다 같이 엘리트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니까요. 자녀를 위한 마음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기 권력을 남용하여 자식을 부각시키는 것은 북한 사회의 이념적으로 말한다면 반혁명적인 의식입니다. 북한 사회가 지금 건전치 못합니다. 지배계급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 이것 자체가 그들이 ‘사회가 견디기 힘들고 살기 힘들구나’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했다는 겁니다. 공평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너의 능력 것 사회에 충실하고 능력을 인정받아서 발전을 해라’ 이런 옳은 교육을 할 것 아닙니까?

이승재: 그런 현상도 요즘 남한과는 많이 다르네요. 요즘 부모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자신들의 노후거든요. 부모는 부모의 노후, 자식은 자식의 미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북한에선 그럼 노후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러니까 엘리트가 됐지만 자신의 신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거나 신분이 추락할 위험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신용건: 이런 와중에는 반드시 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해외공사에 나가서 근무하는 사장이라고 합시다.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벌게 되어서 내 주머니에 돈을 넣게 됐는데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나를 겨냥하고 목을 조인다면요? 그리고 이 사실을 조국이 알게 됐다면? 그 다음 방법은 뭐가 될까요?

이승재: 도망인가요?

신용건: 네. 척박함을 느끼잖아요. 그 다음 운명에 대해서는 서산낙일이 되는 겁니다. 도망입니다. 대한민국으로 오는 거죠.

이승재: 네. 궁지에 몰린 북한 엘리트의 선택은 결국 탈북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그것 역시 성공과 실패로 나뉜 도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최근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늘고 있는 것을 보면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건데요. 다음 시간에는 최근 늘고 있는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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