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중 원전 사고 관련 협의 강화해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07.27
china_nuke_powerplant_b 체르노빌 핵사고 31주기인 지난 4월 26일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대선후보들의 중국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한반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원전건설을 들여다봅니다.

(문재인) 원전 정책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습니다.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습니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습니다.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고리 1호기 퇴역 기념행사에서 밝힌 말입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입니다. 지난 2008년에 10년간 재가동이 승인돼 2017년까지 연장운영이 승인됐지만, 원전 사고가 잦아 올해 6월 19일에 영구 정지됐습니다.

문 대통령이 탈 원전을 천명한 가장 큰 이유는 지진 위험성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 예로 지난해 9월 경주 지진과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탈 원전 정책만으로는 원전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원전 건설에 집중하는 이웃나라 중국 때문입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중국의 원전건설은 세계 원전설비 용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원자력협회가 최근 2017년 세계원자력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원자력 설비용량이 9.1 기가와트가 증가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 25년만에 최대치인 셈입니다. 보통 원전 1기가 설비용량 1기가인 점을 감안하면 약 7-8기가 더 늘어난 것입니다. 실제로, 2015년 441기에서 7기가 추가된 448기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는 폐쇄된 원전보다 신규 건설된 원전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가운데 중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은 세계적으로 모두 61개가 있는데요, 지역별로 아시아에서 40기 정도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 중 중국이 가장 많은 20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로 추가된 설비용량 9.1 기가 와트의 절반인 약 4.6기가와트가 중국에서 시작된 상업원전 시설 용량입니다. 특히 중국은 2020년까지 58 기가 와트 핵 발전 설비용량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눈 여겨 봐야 할 점은 현재 가동되거나 건설 중인 중국 원전 대부분이 한반도와 가까운 동부 해안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중국 동해안에 거대한 원전 지대가 형성되고 있어서 우려됩니다. 특히 한국에서도 아주 가까운 산둥반도에 중국 최대의 핵발전소인 스다오완 발전소가 건설 중에 있습니다. 거리로 치면 연평도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지점에 있습니다. 참고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직선 거리가 약 314 km입니다. 그러니까 연평도에서 부산보다 더 가까운 거리 내에 세계 최대의 핵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겁니다. 이 발전소는 2012년에 착공됐는데, 2020년까지 공사비가 24조 9천억원이 투여될 계획입니다. 규모 역시 굉장합니다. 한국의 평균 원자력 발전소 약 11기에서 12기 정도가 이 산둥반도 주변에 들어설 예정입니다.

만에 하나 이들 지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경우 한반도는 위험에 노출됩니다. 당장 남북한이 중국 발 미세먼지로 크게 피해를 보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를 회상하면, 당시 발생한 방사능 오염물질이 대체로 편서풍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보면, 중국 장쑤성의 텐안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편서풍을 타고 빠르면 3일 안에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에 도착한다고 예측됐습니다. 장쑤성과 서울 간 거리는 약 970km인데요, 원전 사고에서 유출될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두 달 이내에 한반도의 서남해안 연안에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양쯔강 유역의 해류는 한반도로 방향을 트는데요, 이 유역권에 있는 상하이 인근 원전에서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더 빠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컴퓨터로 모형화해서 가상으로 수행시켜 봄으로써 실제 상황에서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말합니다. 백 부소장이 언급한 톈완 원전은 현재 2기가 가동 중이며 4기가 추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 인근 해안가에 밀집한 중국 원전에 사고가 나고, 한반도 방향으로 바람이 불면 방사능에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는 것은 남북한 주민들입니다. 특히 남쪽보다 중국에 가까운 북한 주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백 부소장은 우려합니다.

(백명수) 방사능 물질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연구된 결과를 보면, 대기 중에 방출된 방사능 물질이 주로 인체에 장애, 질병, 노화촉진, 종양성 질환 등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특히 세슘 137의 영향이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질량이 최초의 반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요, 이 반감기가 세슘 137의 경우에는 30년으로 매우 깁니다. 이 물질이 출산 전 모태에 노출되면 선천성 기형이나 기형아, 사산아 출산의 원인이 됩니다. 또 만성질환인 갑상선 암이나 백혈병 등이 흔한 질병으로 나타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국 정부는 이런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런 협력에 북한도 조속히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2011년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방사능 유출 가능성에 대비하고 이에 대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4년부터 한중일 방제 합동 훈련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중일 원자력 규제기관 협력체인 한중일 고위급 규제자 회의 개최국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내용은 인접국가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한 대응훈련입니다. 이 밖에도 원자력 사건 정보교환 체계구축이나 한중일 지역협력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간 협력은 아직 상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보교환도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특히 이런 방제훈련이나 사업이 원자력 규제기관이 세 나라에 국한돼있어서 북한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계가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원자력안전 고위급 규제자 회의’는 가입 국가들끼리 원자력 안전 기준을 합의한 뒤 각국의 원전 운영을 서로 감시하는 체계입니다. 안타깝게도 협상에 진척은 없습니다. 중국이 내정 간섭 등의 이유를 들어 원자력 안전 기준 협의에 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중국과 원전 안전 협의를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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