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동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8.08.09
soonchun_nature_conservation_b 때묻지 않은 갯벌과 갈대가 아름다운 순천만에서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한가롭게 날고 있다. 순천시는 지난 7월 25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돼 체계적인 자연 보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금강산'과 남한의 '순천'이 나란히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들여다 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고 지속가능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과학적 지식, 기술, 인간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생태계 지역을 말합니다. 유엔의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가 1971년부터 생태계적 가치가 큰 곳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은 자국 관련 법률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되며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됩니다. 또 생태관광, 환경보전과 병행한 개발, 생태계 변화 감시, 전 세계 조직망과 연결된 교류 등 유네스코의 다양한 지원이 뒤따릅니다.

양윤정: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국제조정이사회에서 남북한 두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면서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금강산과 남한 전라남도의 순천시가 각각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습니다. 북한의 금강산 생물권 보전지역은 약 26만 ha의 면적으로,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의 산림과 습지, 연안과 해양 지역을 망라합니다. 동해 연안 습지는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를 오가는 철새의 이동경로에 속하며,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곳입니다. 순천 생물권 보전지역은 약 9만여ha인데요, 특히 해안하구에 형성된 순천만은 국제적으로 희귀한 새들의 월동지이자 서식지로, 세계 5대 연안습지로도 불립니다.

양윤정: 금강산은 북한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입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북한에선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이 이미 지정돼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지정을 두고 "백두대간 줄기의 중부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강원도 고성군, 금강군, 통천군의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금강산 지구에는 생물권 보호구(보전지역)의 기능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는 중심지역, 완충지역들과 이행지역이 충분한 면적에서 설정되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특이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생태계, 1,200여 종의 식물들, 250여 종의 동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하여 생물권 보호구(보전지역)의 보호기능이 매우 높다”고 전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심각하다던데, 금강산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금강산도 예외는 아닙니다. 남북은 지난 4월 정상회담 후속조치로 산림분야 협력을 우선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이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통일부가 지난 5월 배포한 참고자료를 보면, 북한 산림 면적 899만ha 중 32%인 284만ha가 황폐화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방제 약제와 기술 부족으로 산림병해충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데요, 북한은 남북 관계가 경색국면에 들어간 2015년 금강산 소나무림 산림병해충 방제를 위해 남측에 피해조사를 요청하기까지 했습니다. 남한은 2015년 7월 피해 공동조사와 1차 방제를 실시했습니다. 당초 2016년 5월에 솔잎혹파리 1000ha를 방제할 예정이었으나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실시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환경단체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최신 보고서를 인용해 전한 말, 들어보시죠.

(백명수) 북한측 북방한계선 북쪽의 백두대간은 산림규모가 줄어드는 게 육안으로 확인됐는데요, 금강산의 관문인 무산은 국내 제일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이었으나 황폐해졌습니다. 동해안의 강원도 고성군 지역도 산림황폐화가 뚜렷하고 금강산 남쪽 두무산 정상부나 금강산 가는 길목도 숲이 황폐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이번 생물권 보전지역 신청서에서 금강산을 중심으로 한 ‘원산-금강산 국제 관광지구’를 개발할 의향을 밝혔다면서요?

양윤정: 네. 그렇습니다. 금강산 관광지구는 지난 2002년 지정됐습니다. 금강산 관광지구를 개발하는 투자자에게 개발, 영업활동, 세금면제 등을 통해 투자를 유인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지구의 토지를 2052년까지 50년간 이용할 수 있는 토지 이용권을 확보했습니다. 현대아산은 남한의 대기업인 현대그룹 산하의 남북경제협력 전문기업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남북 상황에 따라 그 영향을 그대로 받는 민감한 지역입니다. 남북관계가 비교적 우호적이고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중반까지는 남한 관광객의 방문이 많은 편이었으나, 2008년 남한 관광객이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양윤정: 마침,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북한 금강산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3일 금강산 특구 내 고 정몽헌 전 회장의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정몽헌 전 회장은 현대아산 회장으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총괄해왔으나 2003년에 자살했습니다. 이번 추모식에는 북측에서도 맹경일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20여 명이 나와 함께 했습니다. 현정은 회장이 방북 직후 기자들에게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현정은) 특히, 아태(아사아태평양평화위원회) 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금강산 추모행사를 잘 진행하고, 적극 협조하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가 오갈 지였는데요,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구체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현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말, 들어보시죠.

(현정은) 올해 안으로는 금강산 관광이 되지 않을까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측에서도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 주민들은 이런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장명화: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6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 소식통은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북한 주민들이 반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관광이 재개될 경우 강제노역에 투입될 수 밖에 없는데, 임금을 별도로 받는 것도 아닌데다가, 벌어들이는 외화도 전액 중앙당이 가져가기 때문에 좋아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소식통은 “당과 군의 간부들은 자신의 자녀를 금강산 관광 관련 조직에 넣으려고 경쟁을 벌이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앞으로 남북이 분단의 상징인 DMZ, 즉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공동 추진할 것 같습니까?

장명화: 사실, 남한은 2012년 단독으로 DMZ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북한의 반대로 좌절됐습니다. 남한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8년 현재 DMZ에는 멸종 위기종을 포함해 야생생물 5900여종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행히 남북 사이에 훈풍이 불면서 DMZ의 생물권 보전지역 추진이 다시 거론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이병현 유네스코 주재 한국대사는 얼마 전 한국의 일간지 동아일보에 “남북이 함께 DMZ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신청하면 이르면 내년에라도 지정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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