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북 대기 질 개선 위한 다각적 지원 필요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10.26
nk_air_quality_b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국제연수회에서 발표된 북한의 대기 질에 대한 연구와 향후 전망을 살펴봅니다.

북한의 대기오염이 세계 최악 수준이며 남한의 대기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여민주 환경공학과 연구교수는 최근 독일 본에서 열린 국제 전문가 연수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이번 연구에 대해 북한의 대기 질에 관한 자료가 너무나 빈약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기오염 물질이 남한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백명수) 서울 상공의 초미세먼지 가운데 9%가 북한에서 넘어왔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휴전선까지는 40여 km 떨어져 있습니다. 그 동안 북한이 수도권 바로 북쪽에 있어서 남한의 대기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제기돼 왔습니다. 일례로, 황해도 남쪽에 위치한 백령도의 대기관측소에서 2009년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53.8µg/㎥로 측정됐습니다. 같은 기간에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54.2µg/㎥이었습니다. 두 장소의 미세먼지 농도가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북한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북한의 대기오염 현황 자료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검증은 되지 않았었습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로,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직경 10㎛ 이하의 입자상 물질을 말합니다.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또는 제조업, 자동차 매연 등의 배출가스에서 나옵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μm 이하의 먼지로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폐 조직에 붙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혈관으로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입니다.

더욱이 북한의 대기오염은 '세계 최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민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가 올해 내놓은 '세계 건강 통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2년 북한에서 인구 10만 명당 238.4명이 대기오염이 원인이 돼서 사망했다고 밝혔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 수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같은 기간 남한에서 대기 질 문제로 숨진 사람이 인구 10만명 당 23.3명이었는데요, 북한의 경우 10배나 더 많은 수치입니다. 대기 질 오염에 북한주민의 건강이 매우 취약한 셈입니다. 참고로 중국은 인구 10만명당 161.1명이 사망해, 6번째로 높았습니다. 남한은 172개국 조사 대상국 가운데, 132번째로 높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대기 질이 악화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백 부소장은 이 질문에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백명수) 석탄이나 바이오매스 등과 같은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 그리고 전력생산 시설이 매우 노후화된 데 있습니다. 북한의 화력시설은 노후화된데다, 가동률이 높기 때문에 대기 질 오염이 매우 심각합니다. 여 교수는 유엔 기후환경변화협약이 2012년 북한당국으로부터 제출 받은 보고서를 근거로 2009년 전략생산량을 살펴봤더니 42.9 테라 와트가 나왔다고 계산했습니다. 이 중 화력발전이 15.1 테라 와트로 총 전력생산의 35%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화력발전시설이 대부분 경제사정으로 노후화돼서 대기오염 물질이 대거 발생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그밖에 대기오염 물질 대부분이 석탄과 바이오메스에서 배출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원유 의존도가 매우 낮고 석탄 의존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영국 석유회사인 BP가 2008년 관련 자료를 공개했는데요, 1차 에너지 소비비율 중 석탄이 62.2%를 차지합니다. 세계 평균 석탄 소비비율은 29%,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국은 70%, 세 번째인 인도가 52.3%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북한의 62.2%는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여기서 ‘바이오매스'란 광합성에 의해 생성되는 다양한 조류, 식물 자원, 즉 나무, 풀, 농작물의 가지, 잎, 뿌리, 열매 등을 일컫습니다. 테라 와트는1조 와트의 전기와 동일한 단위를 말합니다.

유엔 기후환경변화협약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의 방출을 제한해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동의한 협약입니다. 북한은 이미 협약에 가입했고, 기후변화와 관련한 여러 국제회의에 외무상을 비롯한 고위급 관리를 파견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고자 유엔 기후환경변화협약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들에 관련 통계를 제공해 오고 있는데요, 과연 이런 통계에 신빙성이 있겠냐는 질문에, 백 부소장은 만일 북한 측 자료가 과장됐거나 축소됐다면 검증이 어려운 맹점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은 유엔 기후환경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에 대기 질 관련 통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에서는 북한의 대기오염 현황이나 배출량이나 대기오염 자료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에너지 관련 수출입 자료도 발표하지 않아, 북한의 에너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대국 자료를 참고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지만, 북한이 국제기구에 자료를 제출해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봅니다. 다만, 북한의 대기 질 측정방법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제는 있습니다. 지원받기 위해 제출된 통계가 자료의 정확성에 있어서 약간 과장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제기됩니다. 예를 들어, 2009년 국제에너지기구가 추정한 북한 전력생산량은 23.5 테라와트입니다. 한국 통계청이 추정한 생산량도 비슷한 약 20.5 테라 와트인데요, 이번에 북한이 유엔 기후환경변화협약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북한 전력생산량은 42.9 테라 와트로 이제껏 추정돼왔던 생산량의 두 배 이상입니다. 이는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과장했거나 혹은 과소평가됐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번 연구로 북한의 대기오염이 남한의 대기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명된 만큼, 현재 남북한의 긴장상황에도 북한의 대기 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남한의 대기환경에 북한의 대기오염 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정상적으로 연구하는 게 강화돼야 합니다. 이제까지 북한에 대한 자료가 거의 정확하지 않거나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는데요, 북한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제적인 공동협업이 필요합니다. 또 북한의 경제특성상 에너지원인 석탄이나 바이오메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을 고려해보면, 이런 에너지 사용시설에 대한 대기오염 방지시설이 매우 미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요, 국제기구나 남북간의 직접 지원을 통해서라도 대기오염 방지시설 설치를 위한 지원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한 남북협력방안이 모색돼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