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난, 가뭄, 폭우, 폭염 등 자연재해 겹친 탓도 있어, 기후변화 적응계획 추진해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5.30
drought_water_b 가뭄 피해 방지를 위해 동원된 북한 주민들이 밭에 물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북한의 식량난과 남북 이상기후 대응방안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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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심각한 기아상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인도적 측면에서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한국 정부는 얼마 전 대북 식량 지원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북한 식량난은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요, 보고서는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올해 회계연도, 그러니까 2018년 11월∼2019년 10월 사이 식량 부족량이 136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 할당량을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포전담당책임제’를 확대하는 등의 농업개혁이 있었는데도 식량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백명수 소장은 가뭄, 폭염, 홍수 등 자연재해가 겹친 탓도 크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은 식량을 생산하는 주요농법이 남한과 다르게 기계화되지 못하고 사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생산량을 촉진하는 비료사용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생산량 자체가 매우 낮습니다. 낮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할당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농업생산에 필요한 장비 등이 공급되지 못해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째 이어지는 가뭄과 더불어, 폭염, 폭우 등으로 인한 재해발생으로 식량생산 사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산하 재해경감전략기구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자연재해로 숨진 사람은 1만명에 달하는데요, 북한이 237명으로 9위를 차지했습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지난해 9월 초 북한에서 솔릭으로 76명이 사망하고, 5만8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솔릭이 지나간 이후에도 황해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려 추가 인적, 물적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은 자연재해에 대단히 취약한데요, 정부 차원에서 자연재해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요? 백 소장은 북한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비준 이후 국가보고서 제출, 파리협정 비준에 동참하는 등 나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파리협정은 전 지구적 기후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기후체제의 근간이 되는 협정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한 당사국으로 파리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 시행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북한이 녹색기후기금과 공식적인 연락창구를 개설했습니다. 이는 녹색기후기금 연락창구 역할을 할 사람을 임명한 것으로 앞으로 녹색기후기금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대한 대외적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녹색기후기금은 개발도상국의 이산화탄소 절감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금융기구인데요, 지난 2013년 남한에 정식으로 사무국을 출범시켰습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도 자연재해 안전지역이 아닙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이상기후, 즉, 기온이나 강수량 따위가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상태를 꼽는데요, 백 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남측도 이상기후로 가뭄, 국지성 집중호우, 폭염 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상기후로 농업, 해양수산, 산림, 환경, 건강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로 장마철 집중호우와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한은 2010년 이후 해마다 농업가뭄, 즉 토양수분이 부족해 농작물 생육에 피해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며, 피해면적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뭄에 대해서 사전대책으로 가뭄대책비가 투입되면서 실질적인 피해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2018년은 이례적인 폭염이 발생했고, 태풍, 가뭄 등도 발생했던 해입니다. 유례가 없던 폭염으로 인한 강한 일사와 고온의 영향으로 과수 햇볕데임병 등이 발생했고, 농작물 20여만 헥타르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됐습니다. 또, 두 개의 태풍, 솔릭과 콩레이로 농작물 수확기에 태풍과 집중호우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농작물과 시설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남북한 모두 2018년에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한파와 폭염이 동시에 나타나는 등 극한의 기온변화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남한 기상청이 올해 초 발간한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지난해를 한반도 "사상 최고의 폭염과 폭설을 기록한 해"로 요약했습니다. 이런 이상기후는 남북한만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전 세계적인 현상일까요? 백 소장의 답변, 들어보시죠.

(백명수) 이상기후는 단순히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특히, 런던에 본부를 둔 ‘크리스천 에이드’라는 자선단체가 2018년에 발생한 자연재해 중 가장 파괴적 영향을 미친 10가지 기상사건을 발표했는데요, 미화 10억 달러가 넘는 피해를 야기한 재해는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중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 걸쳐 발생했습니다. 대체로 기후변화로 따뜻해진 바다가 열대성 폭우로 돌변하는 빈도가 매우 잦거나 그 강도가 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또는 고온과 낮은 강수량 등으로 기상행태의 변화가 발생한 사례들로 분석됩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2018년을 역대 4번째로 매우 더운 해로 발표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5년간 무더위 신기록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영국 기상청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올해부터 2023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4년부터 10년간이 약 150년래 가장 더운 기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이상기후에 남북한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을까요? 백 소장은 이상기후 대응 전략이 훨씬 다급한 쪽은 북한이라고 우려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기후변화는 전 세계 평균이나 남한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변해가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적응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합니다.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적응을 검토하는 국가적응계획과 같은 통합적인 계획이나 제도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남한은 최신 기후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미래 기후변화에 대해 전망하고, 국가적응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정확도가 높은 한반도 전역의 기후변화 전망을 위해서 남북한이 기상자료를 공유하고 효과적인 적응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적응과 관련된 경험을 공유할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에서 기후변화가 취약한 부분은 양국이 인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정보공유가 한반도 차원에서 기후변화 적응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북한의 식량난과 남북 이상기후 대응방안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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