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서, 북 인권 국제의제 우선순위 ·정규적 논의돼야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7.09.12
kang_kintana_b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북한 인권 상황 등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제72차 유엔총회가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됐는데요, 이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가 공개됐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사무총장 연례보고서는 해마다 열리는 유엔 총회의 첫 번째 문서로 등록되고, 총회 개막과 함께 각국 대표단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보고서 원문은 유엔 홈페이지에 이미 게재됐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일어난 북한의 인권상황 관련 사안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결론적으로 북한에서 지금도 일어나는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한 계속된 여러 보도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의 인권 개선과 인도적 상황은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총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포함한 국제적 의제의 우선순위에 남아야 하며 정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는 예년처럼 북한의 인권 문제를 두루 기술했을 텐데요, 특별히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까?

장명화: 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사건이 언급된 것입니다. 보고서는 '생명·자유·안전·공정한 재판에 대한 권리' 관련 부분에서 "2017년 2월 13일,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당했다"며 "말레이시아 경찰 수사에 따르면 김정남은 화학작용제인 VX로 독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기술했습니다. VX는 치사량이 10mg인 무색무취의 맹독성 신경 독가스로, 사람에게 아주 치명적인 화합물입니다. 호흡기,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면 중추 신경계를 공격해 단시간 내에 죽게 합니다. VX는 현재 대량 살상 무기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살인에 대한 관여를 부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마침 미국 정부의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조치가 이달 1일부터 발효됐는데요, 이 조치의 배경인 소위 ‘오토 웜비어 사건’은 보고서에 포함됐습니까?

장명화: 물론입니다. 오토 웜비어 씨는 북한 여행 중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2016년 1월부터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돼 있던 미국 대학생인데요, 2017년 6월 혼수상태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병원에 입원한 지 6일 만인 6월 19일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웜비어 씨의 사망을 둘러싼 상황과 의학적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를 명확히 밝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웜비어 씨는 노동교화 15년형을 선고 받은 직후부터 줄곧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었는데요, 북한 당국은 웜비어 씨가 2016년 3월 재판 이후 식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지난 5월에는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유엔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허용한 건 처음이어서 당시에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보고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이 5월 2일부터 8일까지 북한 정부의 초청으로 평양과 황해남도 봉천을 방문했다면서,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률을 채택한 것을 포함한 북한 당국의 관련 조치를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보고서는 북한이 여전히 장애인 권리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례로, 북한 의료계에서 쉽게 장애인이라는 낙인을 찍는 행태, 청각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일반 학생들과 격리시켜 교육하는 게 만연하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 내 대부분의 사회기반시설은 장애인이 물리적으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보고관은 북한 정부의 요청으로 이 같은 접근성과 건물의 보편적 설계 부분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윤정: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에 내린 권고사항은 뭡니까?

장명화: 우선, 유엔 장애인 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문 뒤 나온 조사 결과의 후속조치를 구체적으로 밟으라고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기타 인권 관련 특별보고관들을 북한으로 초청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유엔 특별보고관 제도는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의 일환으로, 유엔이 다루는 거의 모든 인권문제를 다룹니다.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인권옹호 특별보고관, 즉결처형 특별보고관,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고문, 기타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나 형벌에 대한 특별보고관 등이 다수 포진해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유엔과 인도적 기구들이 북한 전역을 자유롭고 방해 받지 않으면서 접근할 수 있게 해서, 북한 주민들의 필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국제적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중국이 유엔 체계 안에서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들을 위협하고 윽박지르며 요시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중국은 즉각 이런 압박을 중단하고 유엔은 이러한 중국의 압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총장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국 내 민간단체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민간단체들을 탄압하는 것은 유엔 인권 체계의 통합에 도전하고 유엔 인권 체계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아주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 사이 55명의 유엔 관리, 외교관, 민간단체 대표들에 대한 면담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중국은 이러한 보고서에 즉각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미얀마 정부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유혈 충돌이 벌어진 지 거의 2주만에 사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에 따르면, 수지 여사는 최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인권, 그리고 민주적인 보호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그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수지 여사는 이번 유혈사태가 시작된 지난달 25일 이후 공식적으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아 비난의 중심에 섰습니다. 수지 여사는 통화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인 잘못된 정보가 터무니없이 많이 돌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수지 여사가 언급한 테러리스트는 이번 사태를 촉발케 한 로힝야족 반군 무장단체를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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